궁금했다. 말레이시아의 한의학 수준은 어떤지, 한국의 한의학을 어떤 수준으로 보고, 해외 전파 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
20년 만에 다시 본 쿠알라룸푸르의 쌍둥이 빌딩은 여전했고, 코앞에 자리 잡은 숙소 호텔은 동남아시아 호텔답게 깔끔했다.
첫 번째 방문지인 말레이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암센터 병원. 우리가 소개 받은 것은 방사능 전문의와 암센터에서 암 치료 후 보조 역할을 하는 한약과 침에 대한 전문가(?)로 환영해 주었다.
짧은 시간이라 많은 것을 볼 수 없었으나 주로 방사능 치료에 대한 기기를 보여주었고, 우리나라의 국립 의료원보다 나을 것 없는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
한방적인 치료는 침과 한약만 사용하고 있었다. 한약은 150여 가지를 사용하는데 전부 과립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새로운 한방 치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로 암환자를 말레이시아에 소개하고 싶은 맘은 생기지 않았다.
의료관광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말레이시아는 한 해 약 200만명의 의료 환자가 온다고 한다. 동행한 공무원 이야기로는 우리가 40만명 이라고 한다. 오래된 탓인지 시스템 상으로는 우리보단 안정적으로 보였다.
의료관광 담당 부서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한국에서 은퇴 후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로 한국인 유치에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설명을 듣고 우리 측에서 말레이시아 은퇴 생활을 하는 한국인 중 한국에 나와 한의학적 치료를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한의학을 배우고 이를 활용하면 많은 분들이 오가는 불편 없이 말레이시아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 했더니,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한국의 한의학이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냐? 말레이에서는 정부가 공인하지 않은 한의학 기술을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약간 열 받았다.
“한의학은 6년제이고, 의사와 같은 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며, 수술을 하지 않고 디스크를 치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품 기술은 한의학이 원류이며, 찌르지 않고 붙이는 침도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한의학은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놀라는 눈치였으나, 한의학이 해외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에 대한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조금 더 안타까운 일은 다음날이었다. 한의학을 알리기 위한 발표 당일 날 말레이시아 보건복지부 차관급이 참석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거의 모이지 않았다. 어렵게 발표를 했고 진료를 했다. 몇 명의 환자를 보았는데, 꼬리뼈 아픈 사람, 양 발목이 아픈 사람 등등, 끝날 시간이 되니 치료받았던 사람들이 호전됨을 확인 후 주위에 연락해 몇 명의 환자를 더 보았으나 시간상 더 이상 보지는 못했다.
돌이켜 보니 한국의 한의학은 세계적으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해외로 진출 시 성공이 보장될 확실한 아이템으로 보였다.
다만 해외에서는 대체의학의 하나로만 인식되고 있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의사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인증 치료 기술 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한의학이 세계로 뻗어 가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