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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2일 (월)

갈등의 골을 건너는 치유-화합의 다리로(上)

갈등의 골을 건너는 치유-화합의 다리로(上)

2006년부터 시작된 해외의료봉사…
“추석 보름달은 동남아에서 본다”라는 구호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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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변탁 원장 김포 생명수한의원

 [편집자 주] 

한국기독한의사회 회원과 가족 등으로 구성된 기독한의사회 봉사단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레바논 중부 자흘레와 베이루트를 찾아 시리아 난민들과 레바논 현지인들을 위한 인술을 펼쳤다. 최변탁 원장(김포 생명수한의원) 또한 봉사단 일원으로 참여해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매년 추석 연휴기간이면 휴가를 반납하고 단기의료봉사에 매진하는 최변탁 원장.  레바논 현지서 느낀 시리아 난민의 삶과 의료봉사과정, 그의 소회 등을 상, 하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보이지 않는 상처들(invisible wounds)

레바논은 중동의 파리, 중동의 보석, 중동의 화약고, 중동의 종교시장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닌 나라이다. 경기도만한 작은 면적에 인구는 600만명, 그 가운데 40%는 마론파(가톨릭의 소수종파) 기독교, 나머지 55%는 이슬람 수니파-시아파로 구성되어 있다. 

마론파, 수니파, 시아파가 각각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장을 차지하므로서 종교간 세력균형을 유지해 왔으나 1975년 팔레스타인 난민의 유입으로 15년간 3차례에 걸친 내전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종교간, 정파간, 시리아-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의 갈등으로 수십만이 죽고 피난하는 비극의 땅이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아랍권을 강타했던 민주화 바람은 이집트를 건너 2011년 동토의 땅인 시리아까지 퍼져나갔고, 아사드 대통령 부자의 40년 철권통치에 반대한 수많은 시위군중들은, 아사드의 화학무기까지 동원한 폭압적인 진압을 못이기고 수백만의 난민이 되어 주변국을 떠돌게 되었다. 이들은 터키, 유럽에 큰 충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레바논에도 150만이 몰려들어, 현재 난민텐트촌을 형성한 채 레바논의 식객(食客)이 되었다.


‘링링’ 강풍을 뚫고(breakthrough the typoon)

서너 달의 준비와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해마다 한국기독한의사회는 추석무렵이면 가족을 포함해서 30명 가량의 봉사단원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의료봉사를 해왔다. 2006년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했던 첫 번째 봉사에서 많은 참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전으로 인해 폐허로 변한 킬링필드(killing field)의 땅에 힐링필드(healing field)의 소망을 보았고, 이후 매년 태국, 필리핀,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의료봉사를 정례화하기에 이르렀다. ‘추석 보름달은 동남아에서 본다!’ 라는 구호가 현실이 돼버린 셈이다.

올해도 장소를 둘러싸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격론 끝에 수개월 전 이미 젊은 한의선교사들이 겁 없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슬람 땅 레바논으로 향하기로 했다. 비행시간과 진료일정 문제 등으로 참가회원은 줄었지만 겁 없이(?) 덤벼든 16명이 모였다. 9월7일 밤을 출국날짜로 맞췄는데, 하필이면 태풍이 올라올 줄이야! 

하루 전까지도 기상특보는 강풍을 동반한 ‘링링’이 인천공항으로 그밤에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간절함이 하늘을 움직였을까? 태풍은 예상보다 몇 시간 일찍 인천을 빠져나갔고, 막혔던 영종대교와 공항고속철도가 기적적으로 열리면서 일행은 무사히 레바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바알벡, 내 안의 우상은?(What is my Baal?)

16시간이다. 터키 이스탄불까지 11시간, 환승하는데 2시간, 베이루트까지 2시간 추가비행. 베이루트서 버스로 1시간까지. 레바논 중부 자흘레 센터에 짐을 풀고 예배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처음으로 찾은 곳은 바알벡 신전이란 곳이었다. 

바알벡 신전은 고대시대 바알신을 숭배하고 제물을 올리던 자리이다. 구약성경에 이방종교에서 풍요와 다산을 추구하던 대표적 우상이었던 바알 신. 성경에서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셨고, 기독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우상숭배의 본거지. 이곳은 알렉산더와 이집트의 지배를 지나 기원전 64년경 로마제국의 손에 들어가면서, 주피터 신전, 박카스 신전, 비너스 신전… 이렇게 세 개의 커다란 신전으로 정리되어 세워진다. 물론 비너스 신전은 수천년 전란의 상흔을 입어 이젠 터만 남은 상태이지만, 주피터 신전과 박카스 신전은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주피터 신전은 측면 88미터, 정면 48미터이며, 높이 22미터 돌기둥 6개가 여전히 서있는데 그 장대함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능가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대의 수많은 우상 가운데서 로마시대 들어서면서 왜 주피터, 박카스, 비너스 신전 세 가지로 정리되었단 말인가? 주피터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신을 가리킨다. 박카스는 잘 알다시피 술의 신이요, 비너스는 미의 여신일 터. 결국 인생들이 세상에서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가, 끊임없이 높아져서 최고가 되는 것이요, 술과 여자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추구하던 인간문명의 허무함이 바알벡의 잔해 속에 묻어난다.

그렇다면, 오늘 기독교의 모습은 어떤가? 기독교도 여전히 예수의 십자가 고난, 좁은 길보다는, 번영과 성공, 풍요와 다산, 건강과 기복을 추구하는 바알의 모습은 아닌가? 탐욕이 곧 우상숭배라고 했는데, 내 자신의 모습도 이와 얼마나 다른 것인가? 부끄러움을 곱씹는 성찰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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