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지약물 한약 성분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 구축
위험한 처방은 거의 없으나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도핑에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한약 때문이라고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죠.”
KLPGA 반도핑위원회에서 양의사 4명에 둘러싸여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일한 한의사 위원인 한나라한의원 박경미 원장.
그녀는 이 위원회가 출범한 2008년부터 활동해 오면서 한약을 바라보는 양의사들의 시각에 큰 벽을 느끼곤 한다.
“제가 앞에 있으니 조심스럽게들 얘기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들이 한약을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마다 큰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해야할 일이 많다는 생각도 함께 들어요.”
박 원장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계에서 한약 문제를 난제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한약이 경기력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각각의 본초나 처방에서 모든 성분들을 분석해내고 그 결과를 자료화하기 전까지는 다크호스라는 게 중론이라는 것.
그래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를 요구하고 있고 한의계로서도 지속적으로 풀어가야할 과제라고 역설하는 박 원장.
그는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 특히 한약에 대한 정의를 올바로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임은지 선수의 예에서 보듯 이것저것 이상한 민간약들까지 모두 한약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반드시 한의사가 처방한 약만이 한약이고 이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선수들에게 홍보해야 합니다. 또 현재 금지약물로 알려져 있는 성분들이 포함돼 있는 한약재 및 처방에 대해 좀 더 명확한 반감기(약물성분이 1/2로 줄어드는 시기)와 잔류기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요. 사용해서는 안되는 몇 가지에 대해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가 있으면 나머지는 다 허용가능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하기가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상대에게 한약이 불안전하다는 증거를 대보라고 할 게 아니라 한의계 스스로 한약이 안전하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할 시기이며 이를 위해서는 협회 주도의 연구, 그 결과에 따른 홍보 및 각 유관단체와의 긴밀한 협조가 끊임없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박 원장.
지금 당장은 운동선수가 처방을 받으러 왔을 때 협회나 스포츠한의학회에 금지약물 규정에 대한 문의를 해 본 후 처방을 하는 것도 좋은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한편 박 원장에 따르면 도핑 검사는 일단 경기기간 중 검사와 경기기간 외 검사로 나뉜다.
경기기간 중 검사는 대회기간 중에 검사를 하는 것이고, 경기기간 외 검사는 아무 때나 불시에 실시한다.
최근 도핑 검사가 점차 강화되면서 약 4:6 정도로 경기기간 외 검사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상자는 무작위 선정과 등위자 검사, 특정선수에 대한 표적검사가 있는데 이 세가지 방법을 개별적으로 할 수도 있고 섞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검사는 대부분의 금지약물을 발견할 수 있는 소변검사가 일반적이고 혈액 검사는 특별한 경우에만 실시되고 있다.
이같은 도핑검사에 실제로 위험하거나 문제가 될 한약처방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마황에 들어있는 에페드린의 경우 마황 1g당 최대 18mg까지 검출되는데 도핑 규정상 10㎍/㎖ 이상이면 양성으로 판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약재가 들어갈 수 있는 처방은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1회 복용 정도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 복용이나 다량 복용하게 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에페드린의 반감기가 3~6시간 즉 6시간이 지나면 에페드린 검출양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약물의 99% 소실 시간을 반감기의 약 10배로 잡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60시간 후에는 거의 소실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매카니즘을 제대로 알면 처방에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이는 반드시 한의사에 의해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