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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4일 (수)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11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11

‘괭-, 괭-, 괭-’ 징소리가 얼마나 울렸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내 귀를 때렸으니, 아마도 60초 곱하기 60분에 12시간을 곱한 수만큼 들었을 것이다. 그 징소리 덕분에 밤새 난 두통으로 고생해야 했다. 친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 이렇게 나를 괴롭힐 줄 몰랐다. 어려서 죽은 오빠 귀신에 시달렸던 친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젠 내 머리 속에서 징소리가 떠나질 않으니, 그 굿판을 한 번 더 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색색의 비단들과 각종 음식들, 그리고 배에 삼지창이 박힌, 내 몸집보다 더 큰 돼지 한 마리가 놓여있는 굿당에 있었다. 굿이 시작되자, 삼지창이 박힌 돼지가 들어 올려졌다. 삼지창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커다란 돼지를 거뜬히 버티고 섰다.



돼지를 들어 올린 손을 모두 떼었을 때에도 삼지창은 그대로 꼿꼿이 버티고 서 있었다. 징을 치는 아저씨는 귀신이 삼지창을 붙들고 있어서 쓰러지지 않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굿을 하던 무당은 갑자기 죽은 오빠가 되어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친구에게 질투와 한탄을 늘어놓다가, 종국에는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많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동생과 화해를 했다. 산 자와 죽은 자(?)간의 화해 이후 내 귀에는 징소리가 남게 되었지만, 친구의 눈에는 더 이상 오빠의 귀신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무당은 매년 작은 굿을 계속 해줘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철없는 오빠 귀신은, 3000만원이 빠져나간 통장을 동생에게 남겨준 채,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고스트와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사주팔자나 풍수지리처럼, 세상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수많은 상(像)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머릿 속에만 존재하기도 하고, 공공연히 사람들의 눈앞에 존재하기도 한다. 그것은 동상과 같은 고정된 형태를 갖기도 하고, 사상이나 이념처럼 무형의 모습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비록 허상(虛像)이긴 하지만, 그 상(像)을 만들어 내는 기술에 있어서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것이다.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화폐에 새겨진 초상화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세종대왕, 이황, 이이, 이순신…… 어느 것 하나 상상화가 아닌 것이 없다. 점입가경으로 얼마 전에는 10만원짜리 새로운 지폐에 광개토대왕을 새기자는 의견까지 있었다.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다. 어찌 상상화를 그려놓고 실제와 동일시하는 것에 이리도 익숙해진 것일까. 아무래도 이 문제는 운보 김기창 화백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세종대왕을 그렸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도 12시간동안 징소리를 들으며 세종대왕의 귀신을 만났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주관 탐구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염동초교 4학년 김준휘 군은 서울시내의 동상들을 일일이 조사 발표하였다. 그 학생의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내에는 여의도공원의 세종대왕상, 광화문의 이순신상, 남산의 김구상, 구암공원의 허준상 등 모두 40여개의 동상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당시의 정권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의 하나가 동상 건설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당이 내놓은 삼지창 찔린 돼지나 정권이 만들어 세운 위인들의 동상이나 그 작용방식은 같다. 먼저 사람의 눈을 사로잡고, 다음에 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귀까지 사로잡는다면 마음을 움직이기는 더욱 쉽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미국이나 한국 같은 광신(狂信)의 제국에서는 그 힘이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警戒)를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허상(虛像)을 실제와 동일시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 매우 걱정스럽지만, 여강출판사에서 출간된 마르틴 우르반의 ‘어떻게 세계가 머리 속에서 생겨나는가 - 상(像)을 만드는 기술에 관하여’와 리처드 도킨슨의 ‘만들어진 신’이 그 걱정을 조금은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 책들은 대표적인 허상체계인 미신과 종교를 통하여,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像)들의 실체를 보여준다. 귀신이 보인다며 괴로워하는 환자가 왔을 때, 그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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