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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6일 (화)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5

신동진의 醫文化 칼럼5

‘당신이 말하는 마음은 뇌의 마음인가요, 몸의 마음인가요’



얼마 전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우리 몸에 ‘제2의 두뇌’, ‘몸 자체의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J. Varela)가 들려준 이야기였는데, 한의사인 내가 생물학자의 말에서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창피한 일이기도 했다.



한의대 학창시절에 이미 오장(五臟)에 깃들어있는 혼(魂), 신(神), 의(意), 백(魄), 지(志)를 달달 외우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뇌의 자아’에 대비되는 ‘몸 자체의 자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렐라는 그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경계의 기능이 그 자체의 기억과 생각과 습관을 가진 인지적 정체성, 자아에 대한 감각을 가지는 것처럼 몸 또한 기억, 학습, 예측과 같은 비슷한 인지적 자질들을 가진 정체성 혹은 자아를 지니게 됩니다. 이 정체성은 면역계를 통해 제 역할을 하지요.”



“면역계의 순환하는 연결망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내 피부의 분자는 내 간의 세포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네트워크 면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뉴런들이 신경계 내에서 떨어진 지점들을 연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면역계는 다른 무엇보다 몸속에 있는 모든 세포들이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바렐라는 면역계를 통해 ‘신경계의 자아’와 구별되는 ‘제2의 자아’가 발현되고 있음 주장하였다. ‘자아’를 탐구하는 과학의 분야는 뇌신경과학이라고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 바렐라가 말하는 ‘몸의 자아’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한의사로서 마음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머릿속에 주입된 대답만을 나열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드디어 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멋진 대답을 찾은 것이었다. 앞으로 그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이 말하는 마음은 뇌의 마음인가요, 몸의 마음인가요’라고 되물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이 기회에 면역학을 공부하고 싶은 독자께는 지루한 면역학 교과서보다는 타다 토미오(多田富雄)가 지은 ‘면역의 의미론: 자기란 무엇인가’를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네덜란드 판화가인 에셔(M. C. Escher)의 작품들이, 면역학에서 거론되는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에셔의 1943년 作 ‘도마뱀(Reptiles)’과 1944년 作 ‘만남(Encounter)’은 꼭 한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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