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직 리드교육연구원장]
사람은 합리적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논리적인 말로 타이른다. ‘공부를 못할 때는 공부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담배를 끊어라, 음주운전은 사고의 원인이니 하지 말라’는 등 전쟁은 우리에게 재앙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계 도처에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우리들은 하면서 살고 있다.
환자들은 병원 선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의술’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러면 의술의 좋고 나쁨은 무엇으로 인지되는 것인가? 한 의료 전문지에서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 보는 의사의 모습을 설문 조사한 결과가 보도 되었는데 귀하가 생각하기에 환자가 많고 경영이 잘되는 병원의 비결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친절한 병원이 37.8%로 의사가 실력 있고 전문 영역이 있는 병원 36.2%보다 높게 나왔다.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의원 선택의 기준이 제대로 평가되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에 강의하러 가서 하루를 머무르게 되면 항상 숙박하는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은 가격이 적정하고, 시설도 크지는 않지만 편안하며, 직원들도 아주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가치적인 측면에서 그런대로 만족한 호텔이다.
그래도 그 호텔에 자주 가게 되는 이유는 시설이나 직원들의 친절과는 다른 데에 있다. 1층에는 유럽풍의 커피숍 겸 레스토랑이 있는데 작지만 아담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와 이에 어울려 유럽풍의 독특한 의상을 한 종업원이 먼 곳에 여행 와 차를 마시는듯한 환상에 젖게 해준다.
저녁에 Check in하고 하룻밤을 머문 후 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그 몇 시간의 경험이 나를 다시 그곳으로 안내하는 것과 같이 한의원도 고객들은 들어와서 진료를 받고 나아가 한약을 먹은 후까지의 느낀 경험들이 고객을 다시 오게 할 수도 있고 떠나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한의원의 품질은 고객들의 경험들의 집합이다. 간판을 본 경험, 문을 열기 전에 실내를 들여다 본 경험, 대기실의 냄새와 색, 안내하는 직원의 표정과 자세, 직원들의 태도,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의 수준과 앉아 있는 자세, 진료실에 들어간 순간의 한의사의 이미지, 진료를 받으면서 한 대화, 치료를 받은 경험, 약을 받아 한의원을 나서는 순간의 경험, 약들 먹으면서 느끼는 경험(어떤 분은 약은 아주 깨끗하고 뒤 맛이 좋다고 하며 그 집은 약을 잘 짓는다고 한다), 그 후의 치료된 경험. 이러한 경험들의 연속들이 함께 모아져 그 한의원의 의술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의원은 이러한 고객들에게 경험을 파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호텔처럼 특히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호텔의 서비스는 시설과 직원의 서비스지만 이것은 기본이고 더 나가 독특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고풍의 분위기에 인스턴트 커피를 제시한 광고가 현대적이고 단순한 배경에 인스턴트 커피를 보여준 광고보다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자가 커피의 분위기를 보다 더 많이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의술을 결정하는 요인이 의술 자체에도 있지만 그 주위의 여건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유능한 의술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개원하여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과 같이 이제 병원도 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호텔의 레스토랑과 같이 호텔의 본질 외적인 요소가 고객의 발을 다시 오게 하듯이 다른 곳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외적인 요소들을 찾아 고객에게 좋은 경험들을 제공하도록 연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