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진료에서 초음파진단의 유용성 1?
중증질환 증상 파악 등 적극적 치료에 필수요소
단순 연구 목적 벗어날 수 있는 법 제도 개선 ‘시급’
- 고위험 질환군의 배제(소극적 의미에서의 필요성)
초음파 진단 중에 발견되는 질환은 한의사로서 다루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초음파진단 교육현장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초음파를 보기 전에는 무언가라도 할 수가 있는데, 보고 난 후에는 감히 손댈 수가 없어 난감하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한의학적 이론과 해부학적 구조물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다. 피부에 점이나 쥐젖, 흉터가 생긴 것을 한의학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듯이 초음파에서 발견되는 모든 구조물을 진단에 참고하고 해석해야 할 필요는 없다.
흔하게 발견되는 양성의 물혹이나 지방종, 혈관종들은 일반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없으며, 대부분 경우 한의사의 진료에서도 고려해야할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과 연관시키거나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땅히 방법이 없고,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중증 질환의 경우도 “모르면 뭔가 해볼만 한데…”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한의원에서 초음파진단을 시작하면서 놀라게 된 것은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도 중증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으며 그들 대부분이 중증질환의 특징적인 증상들을 아직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극심한 통증, 급격한 병세가 나타나는 사람은 한의원보다는 상급의료기관을 찾겠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담결림이나 단순 식체로 생각될 만큼 가벼운 증상을 나타낸다.
필자의 한의원에서도 예상치 못한 임신을 발견하거나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연관되지 않은 간암, 간경화를 발견한 경우가 있었고, 특별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상급병원으로 진료받을 것을 권하였다.
의료인으로서 어떤 질병을 손대지 못하고,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보내는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의사는 이런 점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한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화되지 않은 어느 일반 한의원이라고 하더라도, 한 달에 한명쯤은 말기 간암환자나 말기 간경화 환자가 내원방문하게 될 것이다. 거의 대부분 한의원에서는 진단이 되지 못할 것이고, 시간을 지체하면서 적극적인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들의 대부분은 결국 상급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게 될 것이나, 한의원으로 연락을 취하여 확인시켜주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는 무심결에 많은 중증 환자들을 모르고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있을 의료소송사건에 대비해서 방어진료를 위해서만이 초음파 진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증질환 환자를 구별해 내고, 환자가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거나, 혹은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주기 위해서, 초음파 진단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한의사의 진단도구가 될 것이다.
단순 연구용 목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한의사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진료비를 받으며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 가능한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