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의계의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중인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의 저자 소아과 의사 유용상씨는 삼류 코미디 작가임에 틀림없다. 한의학에 대한 터무니없는 얘기는 물론, 허접한 상상력까지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해서다.
유씨는 이미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을 자신만의 지식인양 주장한다. 그는 저서를 통해 東醫寶鑑, 四象醫學을 막무가내로 비판한다. 그렇다고 유씨가 東醫寶鑑과 東醫壽世保元을 제대로 정독했는지도 의문.
또 東醫寶鑑과 東醫壽世保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류가 된 醫學入門을 정독해야 되는데 유씨가 醫學入門을 얼마나 읽었는지도 의심이 간다. 또한 醫學入門을 보기 위해서는 그 원류가 되는 金元四大家의 서적과 傷寒論, 難經, 黃帝內經을 보아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읽은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다. 기껏해야 한의과대학 예과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저자가 어찌 전체 韓醫學을 아는 체 할 수 있는지 탄식할 노릇이다.
유씨는 “한의학이 신비적, 주술적 의학이며 객관성이 없는 의학”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이는 조선시대 이전의 한의학에 대한 비판일 뿐 현대 한의학은 근거중심, 실증의학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 11개 한의과대학 및 대학원에서 동의보감을 비롯, 다양한 한의학서 근거중심의학으로 재해석하고 있고 SCI급 국제 학술지에 경쟁력 있게 한의학 논문이 실리고 있는 상황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실이다.
모든 의학이 변하듯, 한의학 역시 이 발전의 연속선에 있으며 허준 시대에 CT나 초음파가 있었다면 東醫寶鑑의 望診부분에 분명 그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다.
유씨는 동의보감을 비판하면서 “내경편부터 소아론까지의 기술은 허준시대의 인식수준에서 저술된 것으로 현대 기준으로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인체에 해가 되는 처방도 다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라면 현행법으로 한약을 쓸 수 없을 텐데 유씨는 동의보감의 처방을 써보았다는 것인가. 혹 아니라면, 공자 앞에서 감히 문자 쓰는 맹랑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허준이 죽어야 의학이 살고 의학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고 망언을 퍼뜨렸다. 이는 한의학이 선진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우기는 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들이 허준 醫聖을 존경하고 東醫寶鑑을 중시하는 것은 당시까지의 한의학을 집대성하고 중국의 漢醫學이 아닌 한국의 韓醫學 토대를 닦은 선배의 놀라운 업적을 인정해서다.
東醫寶鑑 序文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의 평범한 의사들은 깊은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경서의 가르침을 어기고 자의대로 처방하기를 좋아하거나, 혹은 선례에 얽매여서 변통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판단이 흐릿하고 핵심을 잃어버려 사람을 살리려다 죽이는 일이 허다하다(世之庸醫, 不解窮理, 或倍經訓而好自用, 或泥故常而不知變, 眩於裁擇, 失其關鍵, 求以活人而殺人者多矣).” 문구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유씨처럼 세상의 평범한 의사가 어찌 허준 의성의 깊은 의학관을 감히 헤아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