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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2일 (목)

Where have all the elders gone?

Where have all the elders gone?

22-1-226x300최승훈

한약진흥재단 이사장

단국대학교 교수



“학문적으로도 철학적 특성이 강한 한의계에는 경험과 지혜가 중요하다.

그래서 원로들이 많아야 하고 또 그들이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 원로가 자취를 감춘 사회는 미래가 없다.”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그 많던 꽃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아가씨에게로, 젊은이에게로, 전쟁터로, 무덤으로, 다시 꽃으로” 라는 내용의 전설적 포크송이다. 반세기 넘게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한약진흥재단 11차 이사회를 마치고 오찬을 하던 중에, 마주 앉은 자생한방병원장 신준식 이사가 “요즘 원로들이 다 어디 간 거야? 부고장을 받지는 않았으니 돌아가신 것은 아닌데, 다 어디로 간 거지?”라고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생물학적 나이로 인해 자격지심을 지닌 필자로서는 그의 말에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 우리 한의계의 원로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도 한때는 한의계를 짊어지고 갔었던 분들인데.

한약진흥재단은 대구·경북 한방산업진흥원으로부터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이제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의 개명(改名)을 앞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더불어 한의계 관련 정부 출연연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전 새로 구성된 한약진흥재단 이사들의 나이는 60대에서 30대에 걸쳐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나이별 구성은 잘 된 것으로 생각한다. 노장청(老長靑)이 공존하는 조직이라야 경험과 안정감과 역동성 그리고 참신함을 갖추게 된다.



한의계는 원로에 대해 그다지 존경이 없어 보인다



최근 한의계의 난국을 초래한 세대가 요즘의 50~70대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그 세대가 고의로 그리 한 것은 아닐 테고, 어쩌면 전 세대로부터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그 다음 세대에게는 가해자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보고 배운 것이 별로 없었으니 넘겨줄 것도 그리 없었을 터이다.

이처럼 한국 한의계가 지닌 총체적인 문제는 ‘동의보감(東醫寶鑑)’ 이래 조선 의학의 지독한 폐쇄성과 그에 이어진 일제 식민 통치에 기인한다.

광복 후 국내 대부분의 학문 분야는 미국 유학 등을 통해 신속하게 보편적 학문 전통과 체계를 회복하고 global 수준으로 진입했다.

그 결과가 국가적으로는 한강의 기적에 이은 고도의 산업화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독 한의계만은 홀로서기였고 그래서 제대로 된 기초 위에서 출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다. 잘못된 틀 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사상누각처럼 초라한 결과만 만들 뿐이다.

그런데도 한때 외적 환경에 의해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열매를 따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해 배려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원로에 해당하는 세대에 대해 한의계는 그다지 존경의 마음이 없어 보인다.

올해 발표된 ‘2018 World Happiness Report’를 보면,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20위권에 있는 나라가 대만이다. 그들이 행복의 기본 요건인 ‘부’와 ‘건강’에서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으나 ‘관계’에서는 우리보다 단연 앞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원로가 존중받고 건재하는 전통을 세워가야 한다



그들의 공식 모임에 가면 언제나 ‘명예’라는 수식어의 직함을 가진 원로들이 많이 참석하고, 지위나 계급을 초월하여 젊은이들과 노소동락(老少同樂)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페이스북에서도 아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좋아요’ 인심이 매우 후한 편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상생(相生)하는 우호적 관계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삶 속에는 언제나 ‘관계(꽌시)’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한의계가 언제 원로들에 대한 우대와 배려를 해줄 수 있을까? 그간 한의계 전반에 걸쳐 선임(先任)과 후임(後任)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으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로들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 현실 사회를 지지해주는 배경이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사람의 경험은 도서관 한 개의 무게를 지닌다’고 하였다. 전통의학을 한다는 한의계에 정작 이렇다 할 전통이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자조(自嘲)이다. 이제부터라도 원로가 존중받고 건재하는 전통을 세워가야 한다.



원로에게 기대되는 것은 위기를 타개하는 지혜다



원로의 사전적 정의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고, 일반적으로 ‘은퇴자로서 전날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가지고 실권자에게 그가 처한 난제의 해결을 위해 조언해주는 노회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타(自他)가 인정하는 업적이 있고, 권력과 금력을 추구하거나 그에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理想)과 소신(所信)을 견지해 왔으며, 지금도 이상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가졌다면 진정한 의미의 원로에 가깝지 않을까?

지금 어려운 과정을 가고 있는 우리 한의계에 그런 원로가 진정으로 필요하다. 원로에게 기대되는 것은 오랜 경험과 통찰력에서 얻은, 위기를 타개하는 지혜이다.

학문적으로도 철학적 특성이 강한 한의계에는 경험과 지혜가 중요하다. 그래서 원로들이 많아야 하고 또 그들이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 원로가 자취를 감춘 사회는 미래가 없다.

오늘 결심했다고 갑자기 원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명예로운 이름 ‘원로’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성실하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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