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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5일 (목)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임상적 고찰 ①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임상적 고찰 ①

24-4

나는 누구인가, 자아는 무엇인가, 자아는 의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철학자와 과학자들만의 독점물은 아니다.

건강과 실존의 위기에 처한 환자와 현대인들에게 인간이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과 건강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공통된 의문이다.

또한 그들을 도와야 하는 치료자들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뇌과학자 제럴드 에델만은 물리적 자연이거나 사회환경을 제1의 자연이라면, 살아가는데 있어 쉬지 않고 참조하는 의식 안에 존재하는 자연을 제2의 자연이라 칭했다.

이를 통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분열을 극복한 뇌기반인식론을 제시하였다.

자연의학인 한의학의 생리관은 이미 정신을 유물적 관점에서 보았으며,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본 심신일원론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양사상이 현대과학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21세기 들어 더 심화되고 있다.

예술, 철학, 과학 등 전 영역에 융합과 통일적 관점이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럴드 에델만은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1992>의 저자이다.

그는 언어와 고차원적 의식, 신경다윈주의와 재인(recognition) 등 뇌과학의 기본공식들을 다수 창안하였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뇌과학포럼에서 에델만에게 자아에 대한 뇌과학과 철학의 이론들을 소재로 그가 등장하는 소설책 <영교시수업, 박성일저, 2004>을 한권 선물하였고, 에델만도 매우 흥미있어 했다.



24-3

마뚜라나, 생명과 의식에 관한 새로운 견해 시작



마음과 자아에 대한 이론은 종교로부터 예술,철학, 생물학 그리고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이에 대한 일관성 있는 고찰을 위해 인용범위를 최소화하였고, 이 글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관련 분야 학자들과 동료 한의사들의 지적과 도움을 통해 보충하려 한다.



인용한 인물들은 현대철학의 비트겐슈타인, 뇌과학의 제럴드 에델만, 생물철학의 움베르또 마뚜라나, 인지생물학의 프란시스코 바렐라 그리고 가장 최근의 철학자 에반 톰슨이다. 칠레에서 의학과 생물학을 공부한 마뚜라나는 하버드대학에서 생물학박사를 취득한 후, 자기생성(autopoiesis) 개념을 창안하여 사람다움의 본질이 무엇이며, 생명과 의식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1960년대에 이미 시작하였다.



그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경로를 따라 연구기반을 세웠다는 사실은, 철학과 과학의 융합 가능성을 일깨웠고, 이는 비과학으로 지적되는 동양철학, 한의학이 서양과학, 뇌과학 등과 융합 발전을 모색하는 모델이 된다.



<각성, 꿈 그리고 존재>의 저자인 에반 톰슨은 불교 인지과학을 통합한 철학자로 아시아의 철학적 전통과 서양과학의 대화를 강조하는 철학교수이다.

그는 동양의 정신세계를 서양의 인지과학과 현상학을 통해 분석하고 밝히면서, 역으로 그 고유성을 통해 서양의 인지과학과 철학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이 서양의학의 난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에서 그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는 듯하다.





에반 톰슨, 발제적(發製的) 인지과학 제안



에반 톰슨은 특히 인지과학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는데, 둘은 함께 <몸의 인지과학, 1991, the embodied mind>을 출간하여 인지가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는 발제적(發製的, enactive) 인지과학을 제안하였다. 발제주의(enactivism)는 자아에 대한 이해의 바탕이 되는 핵심용어로 후반에 상술할 예정이다.



첫 인용은 과학자들에게 과학적 직관에 상상력을 불어넣은,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1889~1951)이다.

1921년에 출간된 <논리철학논고>는 언어와 세계의 본질 그리고 논리, 수학, 과학, 철학 등의 본질에 관한 논의로 구성되어 있는 70쪽의 작은 책이지만 기존의 실재론적 철학논의에 종지부를 찍게 하였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학생들에게 철학의 종말을 예고하며 철학을 포기하라고 충고한 선생이며, 뇌와 인간 정신에 관한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사유의 방법을 제시한 천재이다.

뇌의 의학적 지식과 정보가 거의 없던 20세기 초 그는 사유만을 통해 인간과 언어와 세계인식 그리고 경험적 과학정신이 지켜야할 텍스트를 만든 미래의 신경철학자이기도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논리철학논고>를 세계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세계는 사물의 총체가 아니라, 사실의 총체이다.’ 그가 말하는 사물이란 덩어리진 어떠함을 뜻하며, 사물이라면 당연히 본질을 소유해야할 가능성을 갖거나 요구당한다.

소다운 소, 자동차다운 자동차, 심하면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선험적인 규정이나 윤리적 내용을 중시하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세계는 사실의 총체이다”



이 같은 사물이 세계를 구성한다면, 사물들의 추상적인 개념들이 그 실재하는 범주를 반영한다는 실재론인 것이다.

이것은 경험론이 근대를 이끌며 이룩한 20세기 과학시대와 반목하게 된다.

그렇다면 세계를 구성하는 사실이란 무엇인가? 사실과 비교되는 사물은 만들어진 동기를 지니며, 항상 재현이 가능하며, 누구의 설명이 없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건이나 사실은 판단하여 기술하지 않으면 묘사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세계는 기술되어지는 바의 세계라고 함으로써 현대의 특징인 불확실성의 시대를 예언하였다.

이는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논리공간과 언어 명제의 해석을 통해, 철학인식론을 의식과 뇌와 과학영역으로 인도하며, 사물의 필연성이 아닌 사실의 우연성이 이 세계의 법칙임을 통찰하였다. 이는 비트겐슈타인이 현대철학뿐 아니라 과학자들에게 준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술하기 위해 요구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언어이다.

결국 기술된 모든 언어가 곧 세계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는 과거철학의 폐기이며, 동시에 인간의 의식과 자아에 대한 인식을 철학이 과학에게 요구하는 지점이 된다.

그는 자아에 대하여, 세계 속에 홀로 존재하며 보고 생각하며,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나’, 자아, 주체는 없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사고의 언어는 존재하며, ‘나’는 언어와 관계를 맺고 있는 형식적인 주체라고 설명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철학은 언어비판이며, 철학은 사유의 명료화이며 치료’라고 했다.

그는 논리적인 철학적 사유가 현대인이 안고 있는 실존적 불안과 우울로부터 야기되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극복되지 못하는 인간본성을 어떻게 다스리고 치료하는지를 알려주는 의사였다.



<다음 글에는 비트겐슈타인이 제기한 자아에 대한 성찰로부터 에델만과 마뚜라나, 바렐라와 에반 톰슨이 뇌과학과 생물학, 인지철학, 불교철학에서 이룬 연구결과들을 통해 드러난 임상적 가치를 고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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