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터뷰] 동티모르로 간 MZ 한의사

기사입력 2024.09.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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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드 창립부터 동티모르 WHO 사무소 근무까지 다양한 활동
    동티모르의 학교보건 사업 평가·모니터링 담당
    김명선 동티모르 WHO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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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MZ세대는 전체 인구 중 약 34%를 차지, 경제활동인구로만 보면 60%를 넘어서고 있는데요. 한의계에서도 MZ세대들이 진출해 다양한 트랜드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본란에서는 한의대생 진로고민 해결소 ‘대신만나드립니다’의 공동창립자이자 현재 동티모르 WHO 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김명선 Monitoring and Evaluation Specialist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명선입니다.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동티모르 WHO 사무소에서 Monitoring and Evaluation Specialist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이력보다는 필명인 ‘나음’으로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국어로 나음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는데요.

     

    1) 동사: 병이나 상처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Heal)

    2) 형용사: 보다 더 좋거나 앞서 있다(Better)

     

    한의사이자 보건학을 전공한 제게 나음은 환자 개인의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동시에, 국가 간의 건강형평성을 증진하려는 제 직업적인 목표를 담아내는 이름입니다.

     

    동시에 나음은 제가 추구하는 개인적인 목표, 오늘을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마음을 담아냈기도 합니다.

     

    Q. ‘대신만나드립니다’를 만든 이유는요?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로서 개원가에서 근무하는 진로에 의문을 가지고 다른 길은 없을까 탐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궁금증이 비단 개인의 질문이 아닌 대부분의 한의대생이 가진 것임을 알게 되었고, 탐색의 과정을 글로 남겨 다른 한의대생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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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동티모르에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요?

     

    저는 동티모르 WHO 사무소에서 Monitoring and Evaluation Specialist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WHO는 제네바에 위치한 1개의 본부, 6개의 지역사무소, 216개의 국가사무소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저는 가장 작은 단위인 국가사무소에서 학교보건(School health) 팀에 소속되어 사업의 평가와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보건 프로젝트는 다시 몇 개의 하위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구충제 사업, 학교 보건실 사업, 학생 건강검진 사업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학생 건강검진 사업은 동티모르의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게 연 1회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이상이 있는 학생들을 지역 보건소로 연계하여 치료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창 시절 매년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키와 몸무게를 재고 청력, 시각 등을 검사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해왔던 학교 건강검진을 이 나라에서는 올해 처음 시행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부와 협력하여 의료진과 교사를 교육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고, 각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저는 기획부터 시행까지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여러 자료를 통해 평가하고 관리하여 사업이 원활하게, 기획된 방향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확인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많은 국가들 중 동티모르를 선택했습니다.

     

    국가를 선택하기보다, 업무를 중점으로 일자리를 탐색했습니다. 보건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시점부터 국제기구와 NGO를 통해 현장에 파견되어 국제보건 경험을 쌓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래서 구직 시에도 본부보다는 현지 사무소 위주로 지원했고 외교부 UNV라는 제도를 통해 파견되었습니다. 외교부 UNV는 청년 UNV와 전문 UNV로 나뉘는데요, 저는 전문 UNV로 지원했습니다.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20여 개의 공고 중 제가 관심 있는 보건 분야의 공고를 추려 3개의 국가를 지원해 면접과정을 거쳐 합격했습니다. 지원했던 3개의 포지션 중 제가 그동안 공부하고 일해왔던 분야와 연관성이 있는 1순위가 동티모르였기 때문에 매우 기쁜 마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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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해외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을까요?

     

    ‘쉽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은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수도시설이 있지만 파손된 수도관으로 생활하수 및 빗물이 스며들어 오염되었기에 샤워기에 필터를 설치하고 양치할 때는 생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티모르의 데이터 속도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느린데요, 제한적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많고 화질이 좋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한국에 서버를 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도 정말 느리게 접속되어 가족과의 연락도 조금은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일상에서의 행복도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딜리는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 위치한 해안도시라서 퇴근길에 매일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고, 주말에는 해안가에 앉아 코코넛을 마시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Q. 해외로 진출을 희망하는 한의대생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가진 무엇으로 해외에 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임상의로서 해외에 개원하는 것과, 저처럼 해외에서 석사를 하고 국제기구 취업을 하는 것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먼저 생각해 보고 이후에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는 긴 호흡을 가져가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약 2년간 50곳이 넘는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처음 국제기구 지원서를 낸 시점은 2017년이니 첫 두드림부터 꼬박 7년이 걸린 셈이네요. 해외 생활은 변수의 연속이고, 해외 취업은 문을 두드리는 것의 연속입니다. ‘반드시 올해 해외로 가겠다’는 결심도 좋지만 장기적인 삶의 방향을 생각하고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결실을 얻으시기를 권합니다.

     

    Q. 김명선 Specialist에게 한의약이란?

     

    제게 한의약이란 든든한 친정입니다. 해외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죠. 동질한 집단을 떠나 이방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제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K푸드, K드라마가 유행해서 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선망과 호의적인 눈길을 받기도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한의약의 입지가 넓어지고 의료 및 진단 권한이 확보될수록 해외에서 저 자신을 한의사라고 소개할 때 자부심이 더욱 생기게 됩니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myungsunn.kim@gmail.com으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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