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 한의학·동아시아 의학 연구 논문 출판 계획
의학은 사회 활동…동양의학, 임상시험·사회적 실천 모두 포함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경희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James Flowers 국제동양의학회 이사에게 경희대 연구교수에 지원한 계기와 현재 맡은 일, 팬데믹 상황에서의 한의학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한국연구재단의 ‘브레인 풀 프로그램’ 연구교수로 경희대에 재직 중인 James Flowers라고 한다. 호주 시드니의 중의사 개원의였고 몇 년 동안은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 시드니 중의약 연구소에서 중의학을 가르쳤다. 9년 동안 호주 침구중의학협회(AACMA)의 회장이었고 8년 동안 국제전통아시아의학 연구협회(IASTAM)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침 치료에 대한 국제기준에 관여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워킹그룹의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이후 호주 대표로서 ISO TC249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국제동양의학회(ISOM) 이사를 맡고 있다.
2010년에는 원광한의대에서 강연석· 맹웅재 교수와 함께 의사학교실에서 2년 반 동안 박사 학위 관련 활동을 했다. 2012~2019년 동안은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세계를 위한 한의 치료:1930년대 일본 식민 통치 하에서 일어난 한의학 르네상스’를 주제로 의학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Q. 경희한의대에 합류하게 된 과정과 현재 맡고 있는 일은?
지난해 한국의 한국연구재단의 한국 연구교수 자리에 지원해 운 좋게 경희한의대 의사학교실 김태우 교수의 지원으로 펠로십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브레인 풀 프로그램 연구교수’로 명칭이 바뀌었고 한의대가 아닌 이과대 소속이 됐지만, 김태우 교수와의 인연을 계기로 한의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새로운 포지션인 역사학자로서 한의학·동아시아 의학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고 출판할 계획이다. 박사 학위 논문도 책으로 출간할 필요를 느낀다. 하지만 주된 과제는 역사학의 렌즈로 한의사와 한의 치료를 연구, 분석하는 데 있다.
Q. 최근 비영리 독립언론 ‘홍콩 프리프레스’에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소개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기고는 ‘코로나19를 치료하는 한의사들’이라는 제목의 학술 기사로 조만간 ‘아시안 의학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홍콩 프리프레스’가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한약 사용을 비판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후 메일을 보내 왜 그런 글을 썼는지 문의하니 언론사 측은 내 답변을 게시하겠다고 제안해 기고를 하게 됐다.
기고를 통해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중의학의 가치를 깎아내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은 국가 방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한 한의사의 사례를 제시했다. 결국 어떤 형태의 의학도 단일 국가에 속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국경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동양의학 세계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동양의학의 세계화는 힘든 일이어서 원대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다만 전통의학의 역할을 논하는 전 세계적인 의학 커뮤니티에 참여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나는 동양의학이 세계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관건은 우리가 충분한 영향력을 갖는 일이다. 설득을 위한 뛰어난 기술과 학술적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박사 학위 논문에서 20세기 초반 한의학이 전통의학의 생존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의학이 오늘날에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전통의학에 남아 있는 이른바 ‘중화사상(Sino-centrism)’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한의사의 중요한 역할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는 중국과 일본의 전통의학을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까지도 한국은 동아시아의 전통 의학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훨씬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의학계를 둘러싼 변화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예고한다. 첫째,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으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강렬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둘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데이터의 개인화·개별화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지적 대화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개별화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무작위대조시험(RCT) 등 협소한 기준을 다시 생각해볼 만한 여지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의학은 좁은 실험실 안에서 이뤄지는 검증 작업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의학은 사회 활동이다. 우리는 동양의학이 임상 시험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을 포함하고 있음을 밝혀야 한다.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실천이 곧 과학이라면, 우리는 과학 자체를 정의하는 논쟁에 개입할 수 있다. 의학의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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