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을 읽고
박성욱 교수(경희대 한의과대학)
한의학은 병(病)의 치료와 관리에 더해서, 그 병(病)을 가진 사람의 삶과 환경을 살피고 조율해 주는 학문이다. 한의사는 한의학 원리와 이론을 바탕으로 전인적인 관점에서 환자의 시간적·환경적·내적 이지러짐을 살핌과 더불어 치료와 보완, 일상생활에서의 예방과 관리의 방법을 설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한의학은 병(病)이 발생한 이후의 치료가 중심인 서양의학과 그 목표가 명확히 다르다. 사람을 전일체의 상태로 파악하고, 예방과 보완을 위한 방책을 제시하며, 병(病)이 오게 된 원인과 생활 환경을 고려해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를 병행하는 일상 속 주치의로서의 역할이 한의학의 본질이다. 그 과정 속에 과학기술과 현대의학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의학의 전인적 치료, 오랜 철학과 경험의 바탕
한의학이 전인적 치료가 가능한 것은 고유한 철학과 원리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인체의 운영원리에 기반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검증해 왔기 때문이다. 즉 수천년간 사람의 상태와 생활환경을 고려하고, 자연을 활용해 성공적인 치료 경험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역할이다. 이는 현대의학이 지닐 수 없는 한의학만의 장점이고, 치료기술로서의 의학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한의학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역경(易經)=주역(周易)』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고유한 철학과 원리를 이해하고,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의학이론과 이치를 기반으로 예방과 치료와 조절의 기술이 발전돼 왔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통해 그 정신과 치료법과 활용법을 집대성함으로써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의학은 병(病)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과정 속 환경과 관계와 내적 상태를 조율해 주는 상담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삶의 철학이자 의학인 한의학의 본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이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선현들이 역경(易經)을 의학(醫學)으로 활용해 온 전통과 방법과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단순히 침을 놓거나 약을 처방하는 기술이 아니다. 한의학 고유의 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인체의 운영원리를 이해하고, 자연의 운행원리를 활용해 삶과 일상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어느 때보다 ‘인생을 위한 선생’이자 ‘세상의 의사’였던 한의학 본래의 역할이 필요한 시대다.
이는 질병에 대한 현대의학의 치료기술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활용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면역력을 개선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던 인문학자로서의 역할이다. 한의사들은 약해진 사회적 역할과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역경(易經)』, 『황제내경(黃帝內經)』,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한의학의 고전이 지닌 사상과 원리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역경’에 담긴 철학·의학의 의미 독자에게 전달
『황제내경(黃帝內經)』과 『동의보감(東醫寶鑑)』은 한의사를 위한 경전인 반면에 삶의 철학이자 의역학(醫易學)으로 활용돼온 『역경(易經)』의 철학은, 한의사를 세상과 사람들에게 연결하여 묶어주던 매개체였다. 『역경(易經)』을 의역학(醫易學)으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바르게 이끌어주는 선생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경(易經)』은 상담과 치료, 예방과 조절, 건강한 삶을 위한 방향성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 한의사는 한의학과 동양적 사상체계의 정점인 『역경(易經)』을 읽고 이해해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역경(易經)』은 한의사나 선생은 누구나 읽어야 하는 경전이다다. 『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은 혼자서, 스스로 직접 읽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쓰여진 책이다. 『역경(易經)』은 성인(聖人)들이 삶을 통해 검증한 천지자연과 인간의 순리와 본질에 부합하는 이치이고, 훌륭한 인간으로서 세상에서 성공하는 방법론이며, 정신과 육체의 건강과 치유에 관한 원리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비인부전(非人不傳)인지 『역경(易經)』 읽기에 나서면, 글자로 쓰여 전해지는 경전임에도 뜻을 새겨 읽어 나갈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해설서들을 뒤져보아도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책들이 없고, 글자 대신 이어지는 부호들과 변화에 대한 설명들은 나름 전공자인 필자에게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 조차도 『역경(易經)』은 문자이지만 연결성이 없는 문장이고, 읽을 수 없도록 쓰인 경전이라고 주장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출간된 한상영 선생의 『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전 8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역경(易經)』에 관한 기념비적인 저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십익(十翼)으로 불리는 역전(易傳)이나 『역경(易經)』의 원문에 없는 상징이나 개념을 해석에 이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역경(易經)』의 원문을 한 글자의 빠짐이나 의역 없이 하나로 이어서 정교하게 해석해 설명하고 있다. 괘명(卦名)에서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에 이르기까지, 괘(卦)의 의미와 흐름에 맞도록 괘사(卦辭)와 효사(爻辭) 각각을 명료하게 이어 설명함으로써 명확한 의미를 전달한다. 『역경(易經)』의 64개 괘사(卦辭)와 384개의 효사(爻辭)들을 온전하고 완성된 하나의 문장들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동시에 각 괘(卦)의 괘사(卦辭)와 효사(爻辭)가 일관된 원리로 이어져 하나의 괘를 완성하고 있고, 64개의 괘(卦)가 하나의 원리에 의한 순서와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것임을 명쾌하게 밝혀 증명하고 있다. 우주와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과 존재원리를 탐구해 한의학적 치료에 활용하는 의역학(醫易學)이든, 천지자연과 세상과 삶의 이치를 궁구하는 의리역(義理易)이든, 미래를 예측하거나 점(占)을 보기 위한 상수역(象數易)이든 『역경(易經)』을 일관되게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기본이 돼야 한다.
역경(易經)의 원문이 가지는 깊고 오묘한 의미를, 객관적인 언어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평이하고 질서 있게 펼쳐낸 이 책은 이에 가장 적합한 경전이라고 생각한다. 『도덕경』과 『천부경』을 저술한 바 있는 저자의 내공이 담긴 해설은, 옛사람들이 『역경(易經)』을 철학이자 의학(醫學)으로 남긴 뜻을 우리에게 오롯이 전해주고 있다.
현대사회는 보이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 이상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은 격변하고 있고, 정신과 의식과 감정에 대한 적절함을 잡아주던 보편적 상식과 가치의 불균형이 커졌다. 이로 인해 사회적 보호체계와 상호 의존성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개인 개인이 스스로의 직관과 통찰로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에 『역경(易經)』만한 길잡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삶을 위한 철학이자 도구로 활용되길”
한의사는 한의학적 치료와 『역경(易經)』, 『황제내경(黃帝內經)』, 『동의보감(東醫寶鑑)』 등이 담고 있는 삶의 철학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세상과 사람을 위한 의사”로서의 본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 서양의학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인생과 건강을 위한 선생”으로서 세상과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던 동반자로서의 모습이다.
이 책이 한의사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에 널리 활용돼 사람들의 인생과 정신과 육체의 면역을 위한 약(藥)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더불어 삶과 성공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과 인연이 되어, 세상에서 자기 인생으로 성공하는 삶을 위한 철학이자 도구로 쓰일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한다.
이 책이 세상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과 응원의 선물로 쓰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의학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존재원리에 기반한 인생 철학으로서의 의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 8권으로 출간된 『역경(易經)』에 관한 기념비적 저술인 『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은 한의사와 한의대생이 필독해야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경(易經), 왕(王)의 길 대인(大人)의 길 군자(君子)의 길』은 인류지성연구소(www.homoevolutio.com) 인터넷 책방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