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변호사(대한한방병원협회 법률고문)
한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하여
의료진의 설명의무,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진의 설명의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진료를 하시면서 누구에게, 무엇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설명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짐작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번 칼럼에서는 진료과정에서 줄곧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설명의무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례를 소개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 이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설명의무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환자를 진단하여 질병의 증상, 진료의 필요성, 방법, 위험, 후유증 등을 환자(혹은 그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므로(침습성) 의료행위가 있기 전에 환자가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야 합니다.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청구권 근거 될 수 있어”
또한 이러한 설명의무에는 진료 중이나 진료 후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이나 좋지 않은 결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대응방안이나 요양지도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는 민사상 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가 될 수 있고,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의사의 설명의무를 다룬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알려드릴 사례는 경추 추간판 질환 봉독약침 시술 사건(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 10104 판결)입니다. 경추 추간판 질환으로 내원한 환자(과거에도 봉침시술을 받은 적이 있음)에게 봉침시술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만을 한 채 다른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목 부위에 1:8,000의 농도의 봉독액 0.1cc를 주사한 후 1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도록 이상반응이 없자 이후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5~10분 후에 환자에게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여 이후 3년 동안 벌독에 대한 면역치료를 받도록 한 사안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판결이 나오기는 하였지만, 봉침시술의 부작용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추나치료와 관련된 사례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25. 선고 2014가합571439 판결). 어깨와 팔의 통증을 호소한 환자에게 투자법침술, 경혈침술, 부항술 등을 처방하여 시술하고 추나요법도 함께 시술하였는데, 이후에 환자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다가 다른 병원에서 경추 5~6번간 추간판탈출증과 상세불명의 우울병 진단을 받은 사안입니다. 결론적으로 추나요법 시술과 환자의 증상(추간판탈출증 및 우울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법원은 한의사가 추나시술로 발생가능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가장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열다한소탕 사건(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209 판결)입니다. 당뇨병을 가지고 있어 오랫동안 양약을 복용하던 환자에게 한약(열다한소탕 가감방)을 복용케 하였는데, 그 환자가 전격성 간부전증을 진단받아 간이식수술까지 받게 된 사안입니다.
법원은 한약의 위험성은 한약의 단독작용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환자가 복용하던 양약과의 상호작용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고,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 및 그에 의한 위험성에 관한 의학 지식은 필연적으로 한약과 양약에 관한 연구를 모두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연구결과도 한약과 양약에 관한 지식에 모두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한의사에게 양약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에 대하여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한약을 처방할 시에 부담하는 설명의무의 대상을 한약의 효능 및 부작용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까지 포함하는 것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하실 때에는 환자의 양약 복용 여부 및 복용 약의 특성을 반드시 고려하여 사전설명을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설명의무는 환자와 의료진 간에 신뢰 형성 행위”
이때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내용에 대하여는 개개인이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연구하는 것 외에도 협회 등 기관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설명의무는 의료인에게 부과된 귀찮은 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의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둠 속의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설명은 신뢰의 또 다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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