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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임상과 혈액 검사 <完>내가 어렸을 때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가 있었다(이러고 보니 나도 옛날 사람인 된 것 같아 서글프다). 스토리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외계 행성에서 외계종족과 싸우고 탈출한다는 내용으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에게는 마치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급의 깊은 인상을 안겨준 애니메이션이었다. 2020년이면 나도 우주선을 타고 누구를 찾아 나설 줄 알았다. 그런 2020년이 바로 내년이다. 2020년이면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에서 외계인을 만날 줄 알았지만, 아직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그 사이 의료 진료 현장은 어떻게 변하였는가? 스마트폰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의료기기 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기와 서비스 개발에 나선 상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구 고령화 및 의료비 절감을 위한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ICT 기반 건강관리, 국민 의료비 30조원 절감 예상 ICT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는 국민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ICT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하여 2020년 국민 전체 의료비는 30조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병원내 전체 진료 및 대기시간 감소 등으로 향후 5년간 1조352억원의 기회비용이 아래 표와 같이 절감될 것으로 봤다1). 의사나 간호사들을 비롯한 의료공급자들도 갈수록 커지는 환자들의 목소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의사 개인의 능력은 전문지식과 기술로만 충분히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와의 소통능력도 중요한 평가자료로 삼는 곳이 많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스스로 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진료과정에서 환자와 의사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 신뢰감을 형성할 뿐 아니라 환자의 근심을 덜어주고 시술의 만족도와 효과를 높여 준다.2)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생체 정보를 활용하고, 환자에게 스스로 체크하게 교육하면서 진료 교육하는 이 시기에 우리 한의계는 어떤 노력을 해 왔는가?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스스로 변해가고자 노력하고들 있는지, 고전을 통한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다양한 치료방법, 한약 제형의 다변화에 대해서 스스로들 반성하면서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좁은 진료 공간에서 본인의 손과 귀, 눈으로만 환자를 관찰하고 조금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평가할 노력을 하였는가? 본인이 하고 있는 진료 성과에 대해 맛집의 비법처럼 혼자만 또는 가족, 지인들만 알고 있고, 다른 동료 한의사들과 공유할 노력을 하려고 하였는가? 현재 한의계에서는 좀 더 시대에 맞는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진단기기에 대한 꾸준한 노력과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일반 로컬 한의사들도 본인의 진료 성과를 증례 보고화하는 노력들을 한의계 각각에서 공론화하고, 함께 발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얼마 전에 있었던 한의증례연구학회 등이 좋은 예다/관련 사진 참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검사부터 공부하고 활용 2040년경에는 지금의 진료 현장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처럼 그대로일 수도 있고, 좀 더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검사기기 들이 많아지면서, 한의사들의 진료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의료 현장에서 한의의료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한의사로서 밝은 미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검사부터 공부하고 활용하는 것이 출발점이 아닐까한다. 혈액검사를 비롯한 소변검사 및 초음파 등등. 비록 의료 수가를 청구 받을 수 없고, 양방 협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진료 현장에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이를 활용한 치험례 등을 논문화하여 공유한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한의계의 밝은 미래는 오지 않을까 싶다. 참고문헌 1.중앙일보,“모마일헬스케어개막”,http://article.j 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1285800 2. u-Healthcare 서비스 환경에서의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방안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 '14 Vol. 14 No. 5 -
趙憲泳(1900~1988)의 醫學思想(5)의학은 당연히 하나의 학문으로서 진실을 탐구하는 철학적, 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그 의학이 당시 속해 있는 사회의 시대성을 충실히 반영하여 변화해 나가는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는, 조선 말기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내적 모순과 부조리를 능동적으로 극복해내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을 당하여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와 문제점들을 그대로 내포한 채 이끌려 온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의학의 경우도, 19세기말 개화와 함께 서양의학을 받아들이면서 1894년에 醫科取才가 폐지되고 이후 전통적인 한의학 교육을 담당하였던 典醫監도 없어지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 한의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점차로 줄어드는 가운데 대한제국은 국가체제를 다시 정비하여 醫學校官制, 醫學校規則, 病院官制, 病院細則 등을 제정 반포하고 廣濟院을 설치하여 한의와 서의를 동등한 지위에서 발전시키고자 하였으나, 이마저도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유명무실하게 되고 廣濟院에서 한의사들이 축출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최초의 근대식 국립 한의학 고등교육기관인 同濟學校 설립도 일제에 의한 한의학 소외를 벗어나기 위한 작은 몸부림에 불과했다. 개항 이후 선교사들에 의하여 서양의학이 소개되고 이어서 일본의 의사들이 한국에 유입되어 병원이 설립되면서 빠른 속도로 서양의학이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1910년 한국병합늑약 이후로는 총독부의 본격적인 지원 하에 서양의학은 한국의 주류 의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와 그 충격에 대하여 한의계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한의학을 근대식 의학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노력하게 된다. 한의계는 한국병합늑약 직후 朝鮮醫師硏鑽會, 醫學講究會 등의 단체를 결성하고 新舊醫學講習所, 東西醫學講座 등을 통하여 한의학 교육을 시행하였으며, 당시 洪鍾哲은 본인이 설립한 公認醫學講習所를 통하여 근대식 교육과정을 확립하고 최초의 근대식 한의학 잡지인 『漢方醫藥界』를 창간하여 학술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도 하였다. 1920년대 이후로는 한의계 대표 단체인 東西醫學硏究會를 중심으로 교육 및 학술 활동이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이 주류 의학으로 편입되기에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었다. 1930년대 들어서 조선총독부의 의료 정책이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기는 하였으나, 이는 만주사변과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의료수요가 늘어난 배경 속에서 한의학의 일부를 채용하여 공급을 맞추려고 하는 일시 방편의 하나였으며, 한의학의 핵심적인 원리와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채 효용성만을 따져서 부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기만적인 개량주의에 불과한 것이었다. 따라서 조선총독부는 일제강점기 동안 한의사면허 제도와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을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 趙憲泳, 의료계몽 활동의 연장선에서 한의학 인식 趙憲泳은 이러한 시기인 1934년 10월에 東西醫學硏究會가 그동안의 부진함을 일신하기 위한 振興大會를 열고 任員을 개편하는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한의계에 투신하여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해나간다. 당시 한의계를 주도하던 인물들은 대부분 晴崗 金永勳과 같이 조선말기의 醫官 출신이거나 洪鍾哲과 같이 민간에서 오랫동안 한의원을 운영하였던 의원이거나 근근이 유지되던 몇몇 醫學講習所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전부였다. 이에 비하여 趙憲泳은, 비록 어려서부터 한의학에 조예가 있었던 사대부 집안에서 성장하였고 개인적으로 유학 시절부터 틈틈이 한의학을 공부하였으나, 동경 와세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수학, 졸업하고 이후 신간회 활동에 매진한 경력으로 보면 기존의 한의계 인물들과 배경이 달랐다. 근현대 한의학 역사에서 한의학이 아닌 다른 전공자들이 대거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고 한의사가 되어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였다. 당시 상황을 직업적으로 한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어 그 기대감 때문으로 한의학계에 타 전공자들이 몰려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하나, 결과적으로 한의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한의학의 토양을 풍부하게 바꾸었다는 점에서는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이었다. 물론 다른 전공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의학의 가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한의학이 대중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수요자의 입장에서 가감 없이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趙憲泳은 자신이 추구하는 의료계몽 활동의 연장선에서 한의학을 인식하였으며, 한의학이 민중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또한 그의 실천은, 주로 한의학의 장점을 역설하고, 당시 주류의학으로 자리 잡은 서양의학을 한의학에 융합하여 설명함으로써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불필요한 비판을 차단하고 한의학 부흥의 당위성을 수립하는 데에 집중되었다. 『通俗漢醫學原論』, 한의 교재용 개발 역사에 중요 특히 당시 전문 의학의 서비스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민중들이 쉽게 한의학을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간편하게 한의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한의학에 대한 대중들의 친밀감을 높였다. 수년 간 전국을 순회하며 한의학 강좌를 진행한 것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문 인력의 양성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한 『通俗漢醫學原論』은 한의학의 근대식 교육에 맞는 교과서로서의 구성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어서 한의학 교육용 교재 개발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저작이다. 의학은 실용학문이면서 종합학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련 다른 학문 분야의 성과들을 토대로 발전하게 된다. 한의학도 마찬가지로 주변 학문들과 소통하고 융합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자연과학, 인문사회학, 현대의학 등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의료 관련 정책 연구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趙憲泳의 경우 신간회의 민족주의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당시 일제강점기의 사회에 대한 인식과 통찰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것이 이후 스스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펼쳐나가는 데에 큰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그가 제헌국회의원으로서 한의사제도의 수립에 큰 역할을 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한의학의 핵심 가치를 정확히 짚어내고 한국의 의료 환경 속에서 한의학이 훌륭히 기여할 수 있음을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 역설한 결과인 것이다. 납북 이전까지의 趙憲泳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21세기 한의학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413)故노정우 교수(1918∼2008)의 사위 윤동원 원장(가야한의원, 미국 LA 소재)과 따님 노효신 선생께서 기증한 자료 속에서 ‘鍼術麻醉手術報告書’라는 제목의 18쪽짜리(표지 포함) 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1972년 9월11일 경희대학교의과대학부속한의원(경희대 부속한방병원을 의미함. 당시에는 한의과대학이 의과대학에 소속됨)에서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자료는 鍼術麻醉手術經緯(院長 盧正祐, 敎授 柳根哲 작성), 鍼術麻醉實施報告書(유근철 작성), 趙宗允(청계의원) 執刀醫師 手術所感, 手術補助 醫師 김정수 所感記, 한의과의원 유근철 외래조교수의 침술로 마취수술하는 것을 보고 기사실을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관람자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朴承九 작성), 침술마취 참관기(한의학과 조교수 崔容泰 작성), 침술마취 참관기(한의학과 전임강사 李秀鎬 작성), 침마취 충수염 수술 참관기(서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李明複 작성)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외부 참관자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李明複 敎授가 작성한 參觀記가 보다 객관적일 수 있다고 보아 이를 아래에 全載한다. ○환자는 35세의 강○○였고, 만성 충수염으로 진단받았다. 시술은 1972년 9월9일에 淸溪病院에서 이루어졌다. 환자는 만성충수염 환자로서 맹장부의 자각적 둔통과 약간의 압통이 있고, 신열은 별로 없으며 맥박수는 1분에 60회 정도이고, 외견상 건강해 보였으며 안색은 약간 창백하였다. 사용한 穴은 복부 우측의 天樞, 大橫, 五樞, 상지 우측의 合谷, 하지 양측의 三里, 三陰交, 太衝이었다. ○경과: 오후 8시경에 환자를 수술대 위에 눕히고 上記穴에 5호 정도 1.6촌의 침을 삽입하고 오후 8시10분에 유근철 선생 자신이 연구하여 제작하였다는 무통전자침기를 사용하여 8volt의 전류를 통하기 시작했다. 통전 45분 즉 8시55분에 시술 통전 30분 정도로 마취가 되기 시작하여 45분 후에는 右側顔面, 上肢, 胸部, 腹部, 下肢의 膝關節보다 上部가 麻醉되었다. 通電 中止後는 右合谷, 腹部의 鍼을 拔取하고 下肢의 三里, 三陰交, 太衝의 鍼을 계속 留鍼하였다. 麻醉 途中 또는 완료 후 환자의 기분을 물어보니 기분이 침 놓기 전보다 더 좋아지고, 이상 특히 고통은 전혀 없다고 한다. 脈搏은 약간 促進되었고 70∼80 정도였다. 觸覺은 多少 鈍化하여 있으나 물체가 닿는 것을 잘 안다고 한다. ○충수절개수술 경과: 근육 이완제 3cc 신근육 주사 침마취는 痛覺만 完全麻醉하고 근운동이나 근긴장을 이완시키지 않아 근육 이완제 주사가 필요하다. 수술준비 완료하여 수술개시 9시15분 수술완료는 9시55분.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盲腸의 癒着이 있어서 수술이 지연되었다. 수술 추진 중 환자는 침착하고 동통이나 고통 유무를 問議한즉 고통은 전혀 없다고 하고 정신상태는 완전 정상이었다. 수술 완료 후 맥박은 80 정도이고 우측상하지에 힘이 평상시와 같다고 하고, 수술 15분 정도 후에 입원실로 걸어갈 수가 있었다. 환자는 기분이 좋고 머리가 여전히 시원하다고 한다. ○所感: ①이 電氣鍼 麻醉實驗은 완전 성공적이다. ②柳根哲 先生이 考察製作한 無痛電子鍼機械는 우수하다고 본다. ③전기침 마취가 우수한 마취법이고 임상적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④환자의 건강상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⑤외국에서는 電氣鍼麻醉 前에 鎭靜劑, 前處置를 한다고 하였으나 이번 실험에는 그런 前處置를 하지 않았어도 麻醉가 完全히 되었다. ⑥수술 후 환자의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본다. -
“한의학 발전, 다른 분야와의 협력·연대 통해 한의학 창조해 나가야”최근 김종영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의학의 근현대 발전상을 담는 것은 물론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현재 한의계가 처한 위기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라는 제하의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본란에서는 김종영 교수로부터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과 더불어 향후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Q. 이번에 출간한 책은 어떤 책인지? 이 책은 근대한의학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 제도화를 창조적 유물론(creative materialism)으로 설명한다. 한의학에 대한 기존의 설명은 패러다임론이 우세했는데, 이러한 관점은 한의학이 과학·양의학과의 결합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한의학과 과학·양의학의 결합이 현실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한의학의 근대화, 제도화, 법제화 과정뿐만 아니라 한의학이 실험실, 진료실,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탈바꿈하고 인프라 권력을 확장하는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의학이 억압받고 식민화된 지식에서 전문적이고 글로벌한 의학체계로 발전했기 때문에 한의학은 한국 근대를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저는 한의학의 근대를 통해 한국 근대를 창조적-갈등적 신(新)집합체로 재해석하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근대 한의학의 탄생을 통해 한국 근대를 보다 깊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Q. 많은 분야 중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는 대단히 매력적인 주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습적 사고를 수정할 것을 강요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의학-양의학, 전통-근대, 동양-서양 등의 이분법적 사고로 한의학과 근대를 이해한다. 한편으로 한의학은 과학, 양의학, 국가와 싸우면서 지난 100년 동안 성장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의학은 과학과 양의학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의대 교육과정만 봐도 양의학과 과학의 내용이 3〜40% 정도 된다. 한의학의 근대화는 갈등과 창조를 동시에 동반하면서 자신의 인프라 권력을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연구자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연구의 혁신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근대 과정을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회과학자에게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매력적인 부분들이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Q. 집필하면서 어려운 점들은? 이 책은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과 더불어 저의 <지식과 권력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이 세 책 중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가 가장 힘들었다. <지배받는 지배자>는 미국 유학현상을 질적 종단연구로 통해서 분석한 책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년에 걸쳐 인터뷰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지민의 탄생>은 4가지 사회운동(삼성백혈병 사태, 광우병 촛불사태, 황우석 사태, 4대강 사업사태)의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현장연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 두 책도 물론 힘들었지만 이 책이 훨씬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위해 저는 실험실 참여관찰, 한·양방협진 참여관찰, 의료 산업체 참여관찰 등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사회학자가 한의학과 과학을 동시에 배우면서 실험현장과 의료현장을 분석적으로 다루기가 대단히 힘들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또한 한국 의료사회학과 의료인류학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현장연구의 전통이라는 것이 없다. 누구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을 처음으로 걷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 같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을 해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저는 무수한 기억들로 감정이 요동쳤다.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한의계는 지난 100년 동안 과학, 양의학, 국가와의 관계정립에 있어 대단히 혼란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 관계정립에 대해 머리를 맑게 해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들을 이해하는데 사회과학, 인문학, 과학기술학과 같은 학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또한 역사와 사회 속에서 한의학의 진화를 이해해야만 한다. 한 마디로 한의학의 성장과 진화는 갈등, 창조, 협력의 다중적인 과정을 거친 새로운 인프라 권력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의학이 앞으로도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산적인 관점도 제공하고 있으며, 한의학을 넘어 한국 의료계 전반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는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 산업화를 연구하기 위해 한의사들만 만난 것이 아니다. 양의사, 과학자, 기업인, 정부정책관계자 등을 만났다. 한국 의료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서로 갈등하며 성장했다. 이 책에서는 한국 의료계가 의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이를 넘어 이 책은 한의학과 양의학 간의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소통이 가능하며 이는 두 의료 진영에도 상당한 이점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저는 우리를 억압한 근대에 대해 이제 해방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대(또는 근대성)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 억압이었다. 근대는 한국인들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낳았고, 우리는 아직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한국 근대의 아버지는 서구(또는 과학)이고, 우리는 거세당할 위협을 느끼며 서구가 제시한 사회 모델과 질서 체계를 따라가야 한다는 집단적 억압에 시달려 왔다. 이런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근대에 대한 무의식은 근대 초기 한국이 경험했던 뼈아픈 역사적 패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별되는 근대를 성공적으로 성취했다. 근대를 통해 우리는 고통받았지만 우리는 아픔을 통해 성장했다. 한의학의 근대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분야이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근대라는 억압에 대한 치료이자 해방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가장 적절한 모범이 한의학이라고 생각했다. Q. 사회학자로서 한의계 역사를 살펴본 느낌은? 한의학의 역사는 투쟁과 창조의 역사다. 일본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해방 후 국가와 양의학에 의해 엄청남 억압과 핍박을 받았다. 한의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싸우고 또 싸웠다. 90년대 한약분쟁을 집단적으로 체험한 한의계는 ‘집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배웠다. 2010년대에는 천연물신약 분쟁이 있었고 아직도 한의계는 양의계와 정부와 싸우고 있다. 한의계는 싸움만 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부단하게 창조해 왔다. 한·중·일 세 나라를 비교하면 한의학이 가장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의계는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유파들이 공존하며 꽃을 피워 왔을 뿐만 아니라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해 다른 영역을 창조적으로 개척해 왔다. 한의계의 후배들과 후학들도 선배들이 이룩한 처절한 투쟁의 정신과 부단한 창조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체적으로 이제까지 한의학은 잘해 왔다. 하지만 한의계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을 것이다. 한의계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의계에는 인재들로 넘쳐난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는 축복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한의학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다른 분야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한의학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임상, 연구, 산업 모두 중요하지만 산업 분야가 특히 블루오션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좀 더 인재를 키우고 산업화를 위해 공격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가령 저는 한의학의 산업화를 연구하기 위해 여러 기업인들과 개발자들을 만났다. 그 중 한 곳이 아모레퍼시픽이다. 아시다시피 아모레퍼시픽의 히트 상품은 ‘설화수’라는 한방화장품이고 1년 매출액이 1조가 넘는다. 하지만 설화수의 개발자는 경희대 한의대이다. 당시 태평양화학(현재 아모레퍼시픽) 연구개발팀은 경희대 한의대에 의뢰해 설화수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설화수의 개발로 인해 경희대 한의대가 얻은 보상은 너무나 적다. 90년대 말 설화수가 개발될 때 한국에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경희대 한의대는 설화수라는 처방을 거의 무상으로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의 재산은 7조6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이건희, 서정진, 이재용에 이어 한국 4위의 부자다. 포브스 발표 기준으로 세계 222위의 부자이다. 글로벌 자본가로서의 서경배 회장의 부상에는 설화수의 대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법률적으로 저는 설화수의 이익에 어떤 배분이 이루어져야 할지 모르지만, 도의적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이 경희대 한의대에 지적재산권으로 1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설화수 처방 아이디어가 그렇게 큰 가치를 지니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식경제에서는 아이디어가 대단히 중요하다. 구글의 알고리즘 공식을 만든 지식이 수백조의 가치로 발전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조 단위의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식경제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설화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의약제품들은 일종의 지식경제다. 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천연물신약 분쟁’도 이런 지식경제에서 나오는 이익에 관한 갈등으로 풀이된다. 한의계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화를 위해 공격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이 무한한 시장을 제공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도 한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의계의 리더십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의계의 리더들은 산업과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의학의 지식경제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비전과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인재를 키워야 하고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지원을 해야 한다. 한의학의 연구개발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한의계의 성공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한의학의 2차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류근철 박사는 한의학 1호 박사로서 큰 성공을 거뒀고 카이스트에 578억원을 기부했다. 저도 류 박사님이 살아계실 때 카이스트에서 직접 뵌 적이 있다. 제가 한의학에 대해 카이스트에서 발표를 했는데 이 때 제 발표를 듣기 위해 참석했었다. 제가 발표 도중 손바닥을 펼치면서 설명을 했나 보다. 바로 앞에 앉아있는 류 박사가 제 발표를 듣고 나서 여러 코멘트를 했떤 기억이 있다. 제가 기억나는 코멘트는 제 손금이 당신께서 보신 손금 중에서 가장 좋다고 했고 앞으로 큰 성공을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웃음). 당시 류 박사님을 뵙고 서로 교감이 좋아서 차후에 만나면 한의대 학생들을 위해서 도움을 좀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대단히 훌륭하신 분이셨는데 딱 한 번만 뵈어서 안타까웠다. 저는 앞으로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류근철 박사, 이영림 원장, 청강 김영훈 선생의 자제분들과 같이 한의계에 통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적으로 한의계의 선배들과 리더들의 역할이다. 너무나 우수한 한의대 인재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인재는 대학에서 길러진다. ‘설화수’와 ‘스티렌’의 대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한의계 선배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의대 학생들이 차후에 서경배 회장이나 중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와 같은 인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지식경제에서는 인재들이 가장 중요하고 한의계는 보다 더 공격적으로 인재들이 모여 있는 한의대에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 연구를 위해 한의계, 과학계, 정부관계자, 기업인 등 수백명을 만났다. 지면을 통해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저는 한의계가 처한 문제들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한의계 사람들 누구나가 고민하고 풀고 싶은 문제들일 것이다. 이 책이 한의계의 오랜 고민과 숙제를 푸는데 조그마한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임신한 비만 여성의 식이조절, 효과적인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 KMCRIC 제목 임신한 비만 여성의 식이조절이 임상적으로 효과적인가? ◊ 서지사항 Flynn AC, Dalrymple K, Barr S, Poston L, Goff LM, Rogozi?ska E, van Poppel MN, Rayanagoudar G, Yeo S, Barakat Carballo R, Perales M, Bogaerts A, Cecatti JG, Dodd J, Owens J, Devlieger R, Teede H, Haakstad L, Motahari-Tabari N, Tonstad S, Luoto R, Guelfi K, Petrella E, Phelan S, Scudeller TT, Hauner H, Renault K, Sagedal LR, Stafne SN, Vinter C, Astrup A, Geiker NR, McAuliffe FM, Mol BW, Thangaratinam S; i-WIP (International Weight Management in Pregnancy) Collaborative Group. Dietary interventions in overweight and obese pregnant women: a systematic review of the content, delivery, and outcome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Nutr Rev. 2016 May;74(5):312-28. doi: 10.1093/nutrit/nuw005. ◊ 연구설계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 연구목적 임신 중 비만에 식이조절 시행 시 방법론적으로 연구설계의 타당성과 효과를 규명하기 위함이다. ◊ 질환 및 연구대상 임신, 과체중, 비만. ◊ 시험군중재 과체중(BMI>25kg/m²) 또는 비만(BMI>30kg/m²)인 여성이 식이조절만 하거나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을 병행함. ◊ 대조군중재 식이조절을 하지 않음. ◊ 평가지표 영양 함유량, 출산, 식이방법을 조사하여 식이 및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평가변수들을 추출했다. ◊ 주요결과 · 임신 영양 변화(지방 섭취 감소, 단백질 섭취 증가, 혈당 저하, 설탕 섭취 감소, 섬유질 섭취 증가 등) · 섭취 음식의 변화(과일, 채소 섭취 증가 등) · 식습관의 변화(건강식과 전통식으로 개선) · 임신 체중 증가 · 조산이나 흡연을 한 임산부들의 태아 체중 증가 ◊ 저자결론 여러 가지 방법의 건강한 식이조절을 통해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임산부들에게 임신 체중 증가를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임상적인 개선을 얻을 수 있었다. ◊ KMCRIC 비평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여성들은 임신 중에 산전 및 산후 우울증[1], 거대아[2], 사산[3], 선천성 기형[4], 소아 비만[5]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PRISMA 관련 기준[6]에 근거하여 선정한 13건의 무작위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하여 식이조절과 생활습관의 변화가 과체중 또는 비만한 임산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평가를 시도했다. 각 리뷰들은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 특징적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식이조절 방법은 국가에서 추천하는 건강 식이 권고안으로 BMI에 의거한 것이다. 그중 임산부를 위한 내용은 2건에 해당한다[7-11]. 임신성 당뇨 환자가 저혈당 식이를 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것을 비교한 RCT 연구에서는 식이조절이 혈당 수치를 조절해 임신 중 체중 증가(gestational weight gain, GWG)를 감소시킨다고 보고했다[12]. 고혈압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the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을 따라 식이조절을 하는 것도 혈압, 지질, 공복혈당 등을 낮추는 유의한 결과가 있었다[13]. 그 외에 히스패닉 여성 등 문화적으로 맞춤화 된 생활습관으로 체중이 증가한 경우 임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한 연구도 있었다[14].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여성들에 대해 정확하게 확립된 식이조절 가이드가 없어서 기간, 신체활동, 식이상담, 식이조절의 타이밍, 산전/산후 관리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객관화시키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 논문에는 BMI 관련한 모든 여성들의 기록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이다. 실제로 임신과 관련한 연구는 많은 제한이 있다. 다만, 임신 중 전통적 식이조절을 했으나 체중이 심하게 증가한 경우에는 향후 따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 문헌고찰을 했지만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임산부들에게 적절한 식이조절 방법의 근거가 부족하여 임산부 건강을 위한 일반적 식이조절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향후 많은 제한이 있겠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KMCRIC 링크 http://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 S201605005 -
"한의사 성인식 조사 병행…성폭력 치료 매뉴얼 초석 다질 것"“성폭력 피해를 당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준비 안 된 성인식을 갖고 있다면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할까요? 성폭력 치료는 오히려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상당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때문에 의료인부터 스스로를 알기 위해 현재 시점의 평균적 성인식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한의사 성인식 조사를 병행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30일 영등포구 대림동 태창한의원에서 만난 김영선 여한의사회장은 최근 한의사 성인식 조사를 실시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7년 7월 미국 영화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미투 운동 이후 비단 성폭행과 강간사건 같은 극단적인 수준의 범죄 외에도 직장 내의 성차별은 물론 성추행, 데이트폭력 사건 등도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성폭력 치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한의계에서는 적극적인 성폭력 피해자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매뉴얼 정립 등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는 14일 ‘성폭력 피해자 한의 의료지원 시스템 구축 심포지엄’ 개최를 앞두고 있는 김영선 회장으로부터 심포지엄을 기획한 이유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계기는? 한국은 현재 성폭력 피해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733명의 피해자가 간병비를 포함한 의료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를 비롯해 보건상담 및 지도, 성병감염 여부 검사 및 치료, 임신 여부 검사, 증거물 채취 검사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적 차원의 의료지원 시스템이 존재하는데도, 치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 피해자들이 한의 의료기관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현재 한방병의원 중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이 1개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느껴 한의계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 참여를 독려하고 한의진료 매뉴얼 정립 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어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한의진료 지원시스템과 매뉴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의료지원이 필요할 때 진료 기준 등을 담은 매뉴얼과 이후 다른 기관까지 연계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의료지원은 보통 여러 기관에서 담당하는데 한의진료의 접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의 의료기관에서 성폭력과 관련해 어떤 진료를 하는지, 진료를 받으면 어떤 점이 좋을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간 한의계가 성폭력 관련 진료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진료 매뉴얼이 부재한 점도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한의 치료가 가진 장점과 진료 기술에 기반해 새롭게 한의 진료지원 시스템 및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성폭력 한의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화하는 정신적 고통과 그에 따른 신체 증상을 심신의학적 접근에 기반해 트라우마 및 화병 치료를 통해 호전시키고 있다. 트라우마 한의 치료 접근 방법은 일단 피해자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에 심리적 힘을 키우는 치료방법이다. 안전의 장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중점을 둔다. ◇성폭력 치료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의 의료기관은? 마포구에 위치한 이유명호한의원이다. 여성 건강 전문가인 이유명호 한의사는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고운광순 한의사와 함께 여성 운동을 하면서 성폭력 치료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제도화가 안 됐기 때문에 여성 보호 차원에서 무상으로 치료 지원을 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2년 전 여한의사회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중앙지원단, 성폭력 피해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함께 ‘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한의학적 지원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했는데 관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참여 의료기관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심포지엄을 기획하면서 한의사 성인식 조사를 병행했다고 들었다. 성폭력 경험 피해자 연구 조사를 보면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데, 그 원인 중에 의료종사자의 편견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의료기관에 가서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사들의 성인식 조사를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왜 우리가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얘기들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자체의 인식에 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부족한 부분을 대비할 수 있어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한의사가 의료인로서의 치료 자격을 논할 수 있게 된다. 조사 결과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유의미하게 나왔다. 미쳐 준비 안 된 지식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어 꼭 필요한 조사였다. 물론 한의사와 예비한의사(한의대생)까지 대상으로 포함해 매뉴얼의 필요성, 매뉴얼에 담긴다면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등도 함께 조사했다. 결과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적으로 여성가족부에서 지원 매뉴얼로 공인받고 사업에 참여하는 게 목표다. 매뉴얼로 정식 등록되면 성폭력 피해자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해바라기 센터나 여성의 전화 등 상담원들 매뉴얼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분들에게 트라우마 한의 치료에 대해 강의할 수 있어야 나중에 한의 치료와 연계될 수 있다. 심포지엄 이후 한방신경정신과와 치료 표준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더 많은 한의계가 성폭력 치료에 참여하려면 한의계의 인식 개선부터 출발해 결국 더 많은 환자들이 한의 치료의 장점을 알아보고 치료를 받겠다고 해야 한다. 그 길을 닦는 셈이다. 추후에 인권진흥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과 간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남기고 싶은 말은? 이번에 개최하는 심포지엄을 통해 현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의 치료가 가진 장점을 널리 알리며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의료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물론 여한의사의 외연 확장과 직무 환경 개선 등 본래의 정책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관심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
경희대한방병원 최도영·이재동·남동우 교수, 한의학 세계화 '앞장'경희대학교한방병원(병원장 이진용) 침구과 최도영·이재동·남동우 교수가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된 'ICMART 2019 학술대회'에 대한한의학회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3일간 진행된 이번 ICMART 2019 학술대회에서는 침의 무작위대조임상시험 결과를 비롯해 침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동향, 침의 효과, 기경팔맥의 임상적 활용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한국 참가자로서 남동우 교수는 '만성 요통에 대한 기존 침술과 매선요법의 효과 및 안전성'(Efficacy and safety of thread embedding acupuncture combined with conventional acupuncture for chronic low back pain)에 대해 발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매선요법의 효과적인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및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단 등을 통해 개발되고 있는 '만성 요통 한의 표준 진료지침 개발 과정'을 발표한 최도영·남동우 교수팀과 '감비산의 체중감량효과에 대한 후향적 chart review 연구'를 발표한 이재동 교수는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 남동우 교수는 "한의학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그동안 끊임없는 연구는 물론 국제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며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대한한의학회가 ICMART 정식 회원학회로 가입되는 쾌거를 이루는 등 한의학이 점차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ICMART(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는 약 80여개의 회원 단체 및 3만5000여명의 의사가 가입된 전세계 침술 관련 단체 대표기관으로, 매년 유럽 각지에서 침구 관련 국제학술대회 개최 및 정규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17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본문 첫장, “소며 말이며 양이며 돼지며 서로 전염하는 병 고치는 방문이다.” 최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동의보감 제주전시회도 살펴보고 사암침봉사단에서 실시하는 무료진료도 지원할 겸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별미라는 고기국수와 돔베 고기집을 찾았다. 예전에도 몇 차례 제주 특산 흑돼지고기를 맛보고자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다닌 적이 있고 제주에 가면 한번쯤 들러보게 되는 제주만의 독특한 똥돼지 사육방식의 전통을 흥미롭게 여긴 적이 있다. 언젠가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들렀을 때에도 추사가 지냈다는 적소(謫所) 뒤란에 보존된 통시를 본 일이 있다. 여기에 돼지를 함께 길렀다는데 산간지역에서는 문간에 변소를 설치하고 돼지를 길러 외부인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알렸다고 하니 돼지와 인간이 절묘한 방식으로 공존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육지에서 보기 힘든 담백한 돼지고기 육질을 즐기면서도 중부이북은 돼지열병을 막느라 날마다 뉴스의 초점이 되는데, 제주는 바다가 가로막혀 인마의 이동이 어려우니 당분간 전염될 걱정은 적구나 하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금시초문의 특이한 병명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 돼지열병은 애초에는 아주 멀리 아프리카로부터 전해진 것이라 하는데 중간에 어떤 경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나라에 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북한을 거쳐 한반도로 남하하지 않았나 싶은데, 현재는 남북간 군사분계선에 묶여 있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DMZ 철책 밖에 1미터 높이의 고압철책을 2중으로 설치하여 열병에 감염된 멧돼지가 먹이를 찾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대책을 세운 모양이다. 그나마 이 방호벽이 열병에 걸린 돼지가 후방지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수만 마리 사육돼지가 지근거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 당하는 일을 미연에 막아줄 것이고 양돈농가에게는 희망을 전해주는 복음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금시초문의 특이한 병명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지내다가 예전에는 이런 돼지가축병이 없었을까 하는 질문에 자문자답하는 심정으로 고의서를 뒤져보기로 하였다. 마침 오래 전부터 소개 글을 한번 써보리라 맘먹다가 가축에 대한 선지식이 적어 그만 내쳐두었던 수의학 책이 하나 뇌리에 떠올랐다. 서명은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이라는 다소 긴 이름이다. 또 다루는 대상도 인간이 아니고 소, 말, 양, 돼지, 사슴 등 발굽달린 가축들을 싸잡아 다루고 있으니 매우 특색 있는 전통수의서임에 틀림없다. 2010~2011년 한국에서 소와 돼지 350만 마리를 생매장했던 구제역의 악몽을 떠올린다면 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기록인지를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1541년에 작성된 권응창의 서문에 의하면 이 가축전염병치료방을 교서관(校書館)에서 19건을 인출하여 그 중 10건은 본조(本曹/권응창이 좌승지로 있으면서 적은 글이므로 승정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및 전생서(典牲暑), 사축서(司畜署), 오부(五部), 전의감, 혜민서에 각각 분배하고 나머지 9건은 개성부를 비롯하여 8도에 나눠 보내서 각도로 하여금 즉시 판목(板木)에 새겨 많이 인출하여 각 관아에 나눠 보내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 가축 전염병 치료 교본 방역을 담당한 해당 각 관서와 지방관아에 급히 내려 보내 대응토록 조처한 것이다. 특별히 이 가축전염병치료방은 이두와 언문 2가지로 함께 기록하였으며, 약명에는 향약명(鄕名)을 병기하여 놓은 것이 특색인데, 아마도 지방 관아의 아전들과 향촌의 부로(父老)들이 널리 읽어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알려진 의약방서 가운데 돼지 전염병에 대해 기록한 전문방역서는 아마도 이것이 유일할 듯한데,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이라고 적힌 본문 첫 장의 권수제 아래에 다음과 같이 한글로 된 풀이가 달려있다. “소며 말이며 양이며 돼지며 서로 전염하는 병 고치는 방문이다.”(필자 현대 표기로 옮김) 곧 가축전염병인 셈인데 날짐승이나 물고기는 없고 모두 발굽을 가진 짐승들이라 구제역이나 이번에 유행하는 돼지열병 같은 동물전염병이 이에 해당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초점이 되는 주안점은 이 병이 서로 급속하게 전염되어 퍼지는 돌림병이라는데 있다. 이를 책에서는 염역병(染疫病)이라고 명명하였는데,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풀이가 있다. “염역병은 하나 앓고 둘, 셋이 아파 서로 전염하는 병이다.” 처방편은 출전에 따라 몇 조문씩 구분되어 있는데, 『본초』(아마도 경사증류비용본초를 말할 것임.)에서 15조문, 『우마의방(牛馬醫方)』에서 2조문, 기타 『신은(神隱)』에서 4조문, 『사림광기(事林廣記)』에서 4조문이 선용되었다. 또 권미에는 사육방법에 있어서 주의점과 특기사항을 역시 여러 문헌에서 인용해 번역해 두었는데, 『산거사요』에서 양을 키우는 축사를 청소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당시에도 가축의 생육환경과 위생이 필수조건임을 잘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편민도찬』, 『두창경험방』 등 痘瘡 열독 처방 한편 본문 가운데 돼지열병에 참고할 만한 내용도 들어 있다. 돼지가 전염병에 걸렸거든 무(나복·蘿蔔)나 무 잎을 주어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돼지가 즐겨먹는 먹거리로 성질이 서늘하여 능히 그 열독(熱毒)을 낫게 하며, 또한 능히 그 장과 위를 돌려주어(선전·宣轉) 잘 빠져나가게 해준다. 만일 먹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다고 밝혀 놓았다. 또 『편민도찬(便民圖纂)』이란 책을 인용한 대목에서는 돼지 병에 그 꼬리 끝을 째어 피를 내면 곧 낫는다고 하였다. 돼지꼬리에서 피를 내는 방법이 나오니 불연듯 떠오르는 대목이 있다. 허준이 지은 『두창집요』에 등장하는 저미혈(豬尾血) 혹은 박진희 『두창경험방』에 등장하는 저미고(猪尾膏)가 바로 그것이다. 두창의 열독을 풀어주는 처방으로 돼지의 꼬리 끝을 찔러 출혈시킨 다음 그 피를 해열제로 응용하였으니 사람에게나 돼지에게나 열병에 이래저래 돼지 꼬리의 피가 유용하게 쓰인 셈이니 묘한 인연법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대응과 철저한 방역대책을 실시하여 성공적으로 돼지열병을 막아내고 있다는 방역당국의 말이 분명 허언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배를 채우기 위해 길러졌다가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헛되이 살육되는 현실 속에서 돼지열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볼 순 없을지, 안타까운 마음에 애꿎은 책장 갈피마다 이리저리 뒤적여 본다. -
범죄피해자‧사회적 약자, 한의의료로 지원한다대전광역시한의사회(회장 김용진)가 범죄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한의의료지원에 나선다. 대전지부는 지난 31일 대전광역시경찰청(청장 황운하)과 ‘범죄피해자·사회적 약자 한의의료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각종 범죄피해자(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대상자, 다문화 가정, 탈북민 등 기타 보호지원이 필요한자) 한의의료 연계 지원 △사회적 약자(여성·아동·청소년·기타 보호대상 등) 보호활동을 위한 상호협력 및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은 대전광역시한의사회 김용진 회장, 이원구 수석부회장, 김기병 의무이사가 참석하였고, 대전광역시경찰청에서는 황운하 대전청장, 육종명 경무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용진 대전지부장은 “업무협약체결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의료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수 있도록 대전경찰청의 적극적인 협조요청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황운하 청장은 “지역의약단체의 적극적인 의료지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지속적인 활동을 부탁하였고, 의료인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양기관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한의의료 지원 사업 및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인들이 진료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
한의재난의료지원 매뉴얼 개발 필요하다(하)[편집자 주]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708일이 지났지만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한 순간 지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포항이재민 30여명은 여전히 체육관에 머물고 있다. 트라우마와 불면 등 정신질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김상호(대구한의대 부속포항한방병원) 교수는 의료 지원팀을 이끌고 약 두 달간 의료봉사에 나섰다. 그 진료일지를 상, 하에 걸쳐 소개한다. 진료 D+21 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이재민 분들이 식당에 나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TV를 보고 계셨다. 비록 지진으로 보금자리를 잃게 되셨지만 남은 어르신들이 이렇게 서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삭막한 아파트생활이 줄 수 없는 시간과 추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하루빨리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대피소를 떠나셔야겠지만 함께 보는 TV,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지진의 트라우마를 견뎌내기 위해서 서로 더욱 가까이 의지하고 계신다. 체육관 바깥에 나오니 공기가 상쾌하다. 시원한 밤하늘 구름 속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얼굴을 내민다. 어둠 속에 만나는 달빛, 그리고 이재민 분들의 따뜻한 모습에 내 마음까지 은은하게 밝아진다. 진료 D+28 일 “모두가 함께합니다…포항 힘내세요” 한 이재민의 텐트 옆을 지나다 텐트 위에 놓인 신문을 발견했다. 지진발생 3일 후인 2017년 11월18일자 신문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지진의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2년 후에도 무려 15만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2년이면 군대도 제대하는데…이제 조금만 있으면 2년을 넘기고 제대할 거라...” 한 아주머니께서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런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렇게나 긴 대피소 생활을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드릴 수 없어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할지 마음이 착잡했다. 진료 D+35 일 오늘은 마지막 진료 때 지진발생 이후 화병, 잘 놀람, 어지럼증, 불면을 호소하시는 60대 초반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더 나누게 됐다. “지진날 때 뒷산에 있었는데 산이 흔들렸다. 산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진 이후 조금 흔들리면 지진인가, 좀 큰 소리를 들으면 여진인가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트라우마 증세는 안 없어진다. 빌딩 고층에서 화장실 가면 흔들거림이 느껴진다. 시에서 임대주택을 지원해주지 않고 1년 반이 되어가도록 계속 대피소 생활을 하니 화가 난다. 대피소에서 매끼 잘 먹긴 하지만 뭔가 결핍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안정된 생활이 아니다보니까… 그래도 대피소 생활은 옛날 시골 골목에서 같이 사는 느낌이다. 오기 전에는 스치면서 이웃 간에도 잘 모르는데 여기 와서야 옆집이 그랬구나하고 서로 사정을 많이 알게 됐다. 시골 동네 공동체처럼…” 이야기를 들으며 이재민들에 더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게 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더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진료 D+44 일 오늘 마지막에 진료한 분은 고향이 전라도셨다.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 오신지도 벌써 30여 년 전이다. 화병이나 깜짝깜짝 놀라는 증상이나 어지럼증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만 흔들리면 또 여진인가하며 불안해진다. 이 트라우마 후유증은 벌써 시간이 일년 반이 훨씬 넘었는데도 안 없어진다고 한다. 이전에는 취미생활도 하고 산에도 다니고 활동을 했는데 이재민이 되어 체육관 대피소 생활을 하면서는 아무 것도 하기 싫단다. 그냥 여기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게 된다. 비좁은 텐트가 어느새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신기하단다. 처음 지진 때는 이 작은 텐트도 감지덕지였다. 주민들이 불안해서 서로 여기 들어오려고 했다. 텐트에서 남편과 둘이 잤다는 게 지금은 새삼스럽다. 지금은 텐트 두 개를 붙여서 자서 다행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짠했다. 가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아파트로 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집은 불안하다고 한다. 진료 D+59 일 저녁 7시 다시 가운을 입고 진료준비를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진료는 병원이 아닌 체육관이다. 식사를 마치고 한분씩 모였다. 오늘 내내 다들 집단 속에 정신이 없으셨단다. 오늘부터 장맛비가 시작됐는데 비가 오면 지진으로 갈라진 벽 틈으로 비가 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람이 들이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비가 똑바로 내리면 그나마 나은데 바람이 불면 비가 옆으로 들이쳐서 틈으로 물이 더 많이 샌다고 한다. 작년 태풍 땐 집이 완전 물바다가 됐고 맨션 지하실까지 물에 잠겼다…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텐트에 근심걱정으로 더욱 무거운 몸을 뉘였을 이재민 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 걱정 없는 집에 편히 누우니 감사했고 또 미안했다. 눈을 감고 비가와도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기길 기도했다. 한의재난의료팀에게 보내는 편지 8주간의 이침치료 후 치료 전후 작성한 설문지를 살펴본 결과 지진 이후 장기간의 대피소 생활로 인한 이재민들의 트라우마 증상과 우울증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불면, 분노표현, 삶의 질 등이 호전됐다. 특히 이침치료는 시술이 간편하며 환자들이 부착한 이침을 매우 잘 유지해서 치료순응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침치료와 관련된 귀부위의 감염증 발생이나 치료와 관련해 호소하는 부작용은 없었다. 현재까지 재난으로 발생한 장기이재민에 대해 이침을 적용한 보고는 없었기에 본 의료지원의 결과는 향후 재난으로 이재민 발생 시 국가보건 차원에서 이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재난상황 발생 시 의료지원을 시행할 때 사명감과 헌신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봉사를 베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의료지원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재난의료에 대한 기본지식과 이재민들의 상황과 고통을 충분히 파악한 후 사용할 수 있는 의료지원의 방법과 목표, 기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의료지원에서 모든 이재민들에게 동일한 치료 프로토콜을 사용했는데 향후 환자의 다양한 호소 증상과 연령별 취약점을 고려해 치료 프로토콜을 세분화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침치료 외에 한약, 전자뜸, 부항 등 다른 한의치료와 어떻게 결합해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최근 한의계 최초로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자유기법(EFT)은 PTSD 치료에 효과적이며 시술이 간단하고 안전한 치료기법이다. 많은 한의사들이 EFT를 배우고 임상에서 활용해 향후 재난발생시 의료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런 고민들을 바탕으로 재난의료지원에 가이드라인이 될 ‘한의재난의료지원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타 전문가와 소통해 국가 재난의료의 큰 체계 안에서 한의치료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증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지원의 성공과 지속을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지진 같은 대형재난은 쉽게 회복되지 않으므로 장기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재난발생 지역을 잘 이해하고 그 지역의 주민인 한의사들이 누구보다 해당 지역 재난에 최적의 의료지원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주인공일 것이다. 또한 이들을 돕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각 지역별 한의재난의료지원팀이 만들어 향후 국가적 재난 트라우마 치유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