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원점에서 검토하겠다. 현재 ‘8주’ 기준과 치료 결정 권한이 보험사에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보험사에 피해자 치료권을 넘긴 악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맹성규)가 13일 실시한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 대상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김정재 의원(국민의힘)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 이후 추가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는 피해자의 치료권·건강권을 침해한다”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이번 개정안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윤덕 장관은 “8주 기준과 보험사 결정 구조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보험사 승인 없인 추가 치료 불가”…피해자 치료권 침해 논란
김 의원은 지난 6월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 “교통사고 피해자는 한 번의 사고로도 심각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입는다”면서 "하지만 보험사기와 과도한 합의금 지급으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사회적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의원이 제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5700억 원에 달했으며, 감사원은 보험사들이 제도적 근거 없이 ‘향후 치료비’를 지급해 2019~2022년 평균 144만 명이 1조5800억 원을 받았고, 이 중 84%가 추가 치료를 받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는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중상자에 한해 향후 치료비 지급, 8주 초과 치료 시 서류 제출, 분쟁조정 절차 마련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추진했다.
■ 보험사의 셀프심사…“피고가 판결문 쓰는 격”
특히 상해 12~14등급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회사에 직접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점을 지적한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와 소비자단체가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보험사와의 협의만 있었을 뿐, 사회적 소통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보험사의 편의를 과도하게 반영했다”면서 △보험사가 피해자의 치료 여부 결정(보험사에 전권 부여) △피해자의 치료권·건강권 침해 △8주 기준의 모호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이는 보험사 셀프심사로, 피고가 판결문을 쓰는 격"이라며 "의학적 판단은 의료인이 해야 함에도, 보험사가 치료 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 전문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결국 환자에게 추가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보험사의 일방적 판단으로 치료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개정안에 있어 ‘8주면 92%의 치료가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감사원 보고서에선 8주 시점에서 치료율은 73%에 불과하며 27%는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김 의원은 “경상환자의 치료비 지급을 8주 후 중단하면 환자는 이후 치료를 개인이 부담하거나 국민건강보험으로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보험사의 ‘8주’ 치료 결정권, 부당”…여야·정부 ‘공감’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보험업계에만 유리한 법안으로, ‘나이롱 환자’ 문제는 과잉진료 의사와 결탁한 사안이므로 의료사기범을 적발·처벌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며 “개정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윤덕 장관은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현재 ‘8주’ 기준과 그 이후 치료 결정 권한이 보험사에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8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결정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정 방향과 내용을 별도로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맹성규 위원장도 “보험사기를 잡으려다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이른바 ‘빈대 잡으려다 초가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