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서울고등법원이 진행한 한의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이하 RAT) 및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속 관련 2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한의사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0-2행정부(주심 원종찬 판사)는 13일 대한한의사협회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권한승인신청거부처분 취소의 소(사건번호 2023누70185)’의 심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피항소인) 13인에 대한 피고(항소인) 질병관리청장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2심은 지난 2023년 11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한의사의 RAT 검사 및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신고가 합법이라고 판결한 데 대한 질병관리청의 항소로, 질병관리청장은 이에 대해 같은 해 12월 7일 항소를 제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권한 승인신청 거부처분 취소의 소’에 대해 “한의사의 접속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한의사의 정당한 책무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질병관리청장이 한의사에 대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사용 권한 승인 신청 거부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앞서 한의사들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정부 및 지자체의 방역 지침에 따라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와 역학조사관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후 2021년 말, 오미크론 변이 팬데믹에 따라 정부는 호흡기전담 진료기관 외에도 다른 의료기관에서 RAT를 시행할 수 있도록 방역 지침을 변경했으며, 한의사들도 지침대로 RAT 및 신고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양방의료계의 반발로, 2022년 4월 질병관리청은 사전 통보 없이 한의사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에 같은 달 한의협은 질병관리청장을 대상으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한의사의 정당한 책무를 방해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제11조(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신고) 제1항과 제3항에서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의료인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제6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6조(의사 등의 감염병 발생신고)에선 감염병 진단 사실을 신고하려는 한의사·의사·치과의사·의료기관장은 신고서를 질병관리청장에게 정보시스템을 통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동안 대한한의사협회 및 전국 16개 시도지부 한의사들은 이번 2심을 앞둔 지난 2월과 이달(5430명)에 걸쳐 탄원서를 통해 △한의사·양방의사의 보편적 의료행위 영역 존재 △과학기술의 공공성 △진단의 안전성을 짚으며 질병관리청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한의사들은 “현실에서 한방용·양방용 질병이 따로 있지 않듯이 의료행위 역시 상당한 교집합을 가지고 있으며, 한의사·양방의사가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보편적 의료행위 영역이 존재한다”면서 “10cm가 넘는 장침으로 심부 조직에 침을 놓고, 긴 주사바늘을 이용해 약침·매선침을 시술하는 한의사에게 RAT가 고난도의 위험 검사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처방권이 양방의사에게만 있으므로 전문가용 RAT를 의사에게만 허용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팍스로비드 등 개발 전·후 모두 위중증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 환자는 대증치료(해열제 등 증상 완화 치료)를 받아왔다”면서 “대증치료는 한의학에서도 꾸준히 해온 치료 방법임에도 질병관리청은 한의학이 환자들의 치료에 활용될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아울러 “질병청의 조치는 한의의료기관에서 환자 자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 국민들에게 의료기관 선택권을 상실시킨 것으로, 복지부의 유권 해석에 따라 한의사가 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병리검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음에도 RAT 검사에서 한의사를 배제하고, 신고시스템에 신고조차 못하게 한 질병청의 조치는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이완호 대한한의사협회 법제부회장은 “국가 재난 시 정부가 다양한 보건의료직군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함에도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진단과 환자 등록에 대한 권한을 상실시키고, 특정 직역에만 권한을 부여한 판례가 될 것”이라면서 “한의협은 판결문을 바탕으로, 법제위원회에 이어 이사회를 통해 상고 등 다각적인 대응에 착수, 한의사의 진단 권한과 국민의 의료 선택권이 지켜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