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대표의원 윤재옥·연구책임의원 김건)이 14일 개최한 ‘트럼프 시대! 한국형 ODA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ODA 감소추세에 역으로, 우리나라가 확보한 관련 예산과 전통 인도주의 정신을 통해 국제적 위상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USAID(미국 국제개발처)의 개발원조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ODA 재원 부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주요국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형 ODA 전략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정부, NGO,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ODA(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나 국제기구가 무상 또는 장기저리로 제공하는 원조다. 우리나라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경험을 살려 ODA를 활발히 시행 중이며, 특히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글로벌협력한의사 파견 등을 통해 의료지원에 나서고 있다.

윤재옥 의원(국민의힘)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에 이어 영국, 독일 등 다른 주요 국가들 역시 ODA 예산을 축소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공여국으로서의 책임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경제 및 문화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와 책임 있는 자세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해 온 바, 이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국익과 국제적 책무를 조화롭게 고려한 ODA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유진 채널A 기자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선 △한국형 ODA 변화와 전망(박종한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글로벌 ODA 위기 속 아시아 역할 증대와 한국의 기회(이준모 컨선월드와이트 대표) △대내외적 환경 변화와 한국의 ODA-기회와 도전(정헌주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 외교와 ODA의 발전 방향(김지영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좌측부터 김건 의원, 박종한 국장, 이준모 대표, 정헌주·김지영 교수
이날 김건 의원(국민의힘)은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개발 협력 지형은 한국형 ODA 전략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ODA 사업이 보다 체계적 관리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ODA 모니터링법’ 통과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박종한 국장은 지난 1월 美 트럼프 행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USAID의 개발 원조 프로그램의 다수(83%, 5200건)가 취소되면서 전쟁·기후재난·전염병 등 재원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한정된 개발재원의 전략적·효율적 배분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양적·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있는 ODA 추진 기반을 마련을 위해 △제4차 기본계획상 외교정책과 ODA 정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외교정책의 전략적 우선순위 지역·분야에 부합하는 ODA 배분 추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열린 제52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의결한 ‘한국 ODA 발전방안’에 따라 △통합적 ODA 사업체계 강화 △ODA 효과성 제고 △지속가능한 사업관리체계 구축 △기업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 증진을 추진하고 있다.
박 국장은 “대외적으로 각국의 ODA 정책변화에 맞춰 대외 정책과의 연계성과 외교, 안보적 이익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내실있는 ODA 추진을 통해 국제사회 내 신뢰도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대규모 양자 사업 추진 △우리 개발의제(GPEDC 등) 주도 △인도적 지원 사업 강화 등 국제기구 내 영향력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이준모 대표는 전 세계의 ODA 재원 부족에 따라 우리나라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ODA 정책과 예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전 세계적인 ODA 예산 삭감 기조에도 불구하고, 현재 KOICA와 협력 중인 UN기구들은 ODA 예산을 증액해 온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는 바, 이에 우리나라는 국제개발협력의 비전을 ‘인도주의적 실현’, ‘홍익인간 정신’에 기반해 공존·상생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연대·자율성·지속가능성·존엄 중심의 포용적 개발협력 모델 구축 △보건·식량·인도적 지원 중심의 선제적 수요 파악 및 맞춤형 ODA 설계 △개발·평화·인도적 지원을 통합한 HDPN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개발협력에서도 우리의 훌륭한 정신과 전통을 계승해 위기 상황에 처한 국가와 사람들의 생명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연대적 자세를 가져야 하며, 단순한 지원이 아닌 전략적·체계적 접근을 통해 실질적 회복과 자립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헌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ODA가 상당한 규모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아직 분절화 문제가 심각하고, 전략적 성과 관리체계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개발협력 거버넌스를 개편하는 등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는 ODA 사업의 방향성으로 △외교-안보-통상-개발협력 정책 정합성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개발협력 거버넌스 개편 △개발협력 사업의 대형화·프로그램화·탈집중화·현지화를 제안했다.
정 교수는 “현재 변화하는 글로벌 개발협력 지형에서 원조 감소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공여국(원조기관 및 행위자), 수원국, 부문 등을 식별하고, 이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과 함께 실제 사업화함으로써 영향력 확대와 개발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지영 교수는 “글로벌 ODA 감축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국제 대외정책 환경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시기에 ODA사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외교의 소프트 파워 강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지지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