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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2일 (일)

내과 진료 톺아보기⑰

내과 진료 톺아보기⑰

“자율신경실조증 증상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없어 휴학을 고민하고 있어요”
질병의 복잡한 내면을 일이관지하는 원인을 밝히는 데에는 한의학의 정체관념이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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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論語』의 「里仁篇」과 「衛靈公篇」에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에 대해 朱子는 ‘천지의 지극한 정성이 끊임없이 한 순간도 쉬지 않는 것은 道의 體로 만물의 근본이며, 만물이 각각 제자리를 얻음은 道의 用으로 하나의 근본에서부터 나온 것인데, 공자의 말씀은 이에 비유할 수 있다’라고 했다. 즉, 두루 응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에 관한 내용인 것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고 무기력합니다. 한 번씩 가슴이 두근거려요. 눈이 무겁고 시력이 저하된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날에는 두통과 함께 안구 통증까지 있어요. 하루 중에 컨디션 변동이 매우 심합니다. 소화 기능이 예전보다 약해진 느낌이에요.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학업에 집중할 수 없어서 휴학을 고민 중입니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2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증상은 약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본래 아침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침에 도서관 가는 것이 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스로 약간 게을러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중력이 점점 더 떨어지고, 피곤함도 날로 더 심해졌다. 15분 공부를 위해 3시간을 자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학업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2년 동안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본원 내원 일주일 전에도 양방내과에서 호르몬 검사를 포함한 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별다른 이상 소견은 듣지 못했다.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한 임상 추론을 시작했다. 증상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그만큼 더 자세한 병력청취가 필요하다. 그래서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평소 소화 기능이 예민해서 복통이 자주 발생하고, 조금만 긴장해도 설사한다고 했다. 심장 두근거림은 특히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심하고, 스트레스나 카페인 섭취와 같이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수면 패턴은 불규칙했고,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았다. 잠들기가 어렵고, 거의 매일 꿈을 꾼다고 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멍한 느낌이어서 아침에 일어나 개운함을 느껴본 적이 오래되었다고 했다. 낮에 기력이 없고 피곤함이 심하지만 두근거림으로 인해 낮잠도 쉽게 청할 수 없었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 하루 40분 정도의 가벼운 걷기를 하는 정도였다. 음주와 흡연, 카페인 섭취는 하지 않고 있었다.  

식생활 습관에 대해 살폈다. 주로 밥과 국 위주의 한식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 식당에서 식사를 주로 해결하고 있었다. 간식으로는 과일, 사탕, 초콜릿, 음료 등을 하루에 한 번씩 섭취하고 있었다. 녹황색 채소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원에서 다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LDH 290U/L, WBC 2.0×103/㎕, Monocyte 10.8%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표 1). 하지만 이 외에 염증 수치, 전해질 수치, 갑상선 호르몬 수치 등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제17화_표1.png
표 1. 자율신경실조증 환자의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舌診상 榮 • 淡白하고 胖大한 舌質이 관찰되었고, 舌苔는 白 • 厚 • 潤 • 滑하였다. 脈은 沈 • 滑했고, 전체적으로 虛한 脈象이었다. 12채널 심전도 검사에서는 1도 방실차단이 관찰되었다(그림 1). 

 

제17화_그림1.png
그림 1. 자율신경실조증 환자의 12채널 심전도 검사 결과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辨病 과정을 통해 자율신경실조증으로, 辨證 과정을 통해 氣虛證 혹은 脾氣虛證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자율신경실조증과 氣虛證, 脾氣虛證이 나타나는 것일까? 


한의학에서는 몸의 각 기관과 조직에 나타나는 국소적 증상이 몸 전체의 병리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이며, 인체는 다시 주변 환경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또 다른 유기적 통일체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정체관념(整體觀念, holism)이다. 나는 이 관점을 통해 환자의 다양하고 복잡한 증상을 “일이관지”하는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환자가 녹황색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점, 학생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점, 밥과 국 위주의 한식 식단을 좋아하는 점 등에 주목했다. 그리고 환자에게 증상이 식사 후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물었다. 환자는 식사 후에 집중력 저하, 눈의 무거움, 멍함 등 전체적인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이를 통해 증상이 식후 반응성 저혈당(Postprandial reactive hypoglycemia)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환자의 모든 증상을 일이관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 습관이었다.  


이에 증상 완화 및 개선을 위한 첩약을 투약하면서 식생활 습관을 함께 교정하는 포괄적인 치료를 약 5개월 시행했다. 그 결과 증상의 대부분이 사라져 환자는 휴학하지 않고 남은 2년 6개월가량의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됐다. 


환자는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어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인체는 안팎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스스로 조절과 적응을 하는 유기적인 생명체이다. 생명활동이 인체 각 기관과 조직에 두루 걸쳐 있다 보니 생명활동의 부조화로 나타나는 질병이 다양하고 복잡한 국소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일관성 없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들 속에서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인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질병의 내면을 탐구하여 증상을 일이관지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데에는 한의학의 정체관념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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