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마의’로 ‘백광현’과 ‘한의 외과술’ 알렸다
지난해 10월1일 첫 방송된 MBC 특별기획드라마 ‘마의’가 지난달 25일 50회 방송을 끝으로 지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방송되는 기간 내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과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마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방성혜 인사랑한의원장을 만났다.
“방송 전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드라마 ‘마의’와 함께 살았다. 게다가 자문해야 하는 양이 매우 방대했고, 작가의 자문 요청이 자주 있었기에 그동안 마의와 함께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말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
드라마 ‘마의’는 말을 고치는 수의사로 출발해 왕을 치료하는 어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조선 후기 실존인물인 백광현(1625~1697)의 이야기를 다룬 의학 사극이다.
“드라마 자문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근거’”
“무엇보다 ‘드라마’라는 지극히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백광현’이라는 인물을 알리고 ‘한의 외과술’을 주목받게 한 점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적인 매체이다 보니 재미를 위해 삽입된 허구적 요소들이 많았기에, 실제 사실에 입각한 부분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드라마 ‘마의’의 주인공인 백광현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소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을 발간하기도 한 방성혜 원장.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마의’의 김이영 작가의 요청으로 시놉시스 구성 단계에서부터 드라마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드라마 자문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거나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했던 인물과 한의학적 근거가 있는 자료를 토대로 자문했다. 또 조선시대와 현재의 의료상황이 다르지만 현재 의료상황에 너무 반하지 않으면서 현대 한의학의 모습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방성혜 원장은 드라마 ‘마의’ 방영이 가지는 의미는 ‘백광현’이라는 이름 및 그의 행적을 널리 알려준 것과 과거의 한의사들은 지금보다 치료범위가 더 넓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 한의 외과술을 상세하게 소개한 것에 있다고 밝혔다.
“제 책에 있는 의학 에피소드가 상당수 드라마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 제 책과 드라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고, 다만 실제로는 숙종이 천연두를 앓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숙휘공주가 천연두에 걸린 것으로 표현되는 등 인물을 바꿔치기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쓴 제 책에서 백광현은 주로 숙종 때 활약했으며 인자하고 나이가 지긋한 인물로 묘사된 반면 드라마는 현종 시대를 배경으로 백광현을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렸다는 차이점이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세자의 두개골 수술과 현종의 개복 수술 등의 장면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어떻게 저런 수술을 할 수 있었냐는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모두 백광현의 그러한 행적이 문헌에 기록돼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실제로 백광현은 썩은 뼈를 긁어내는 치료행위를 했었고, 다만 치료 부위가 머리로 설정되어 ‘뇌 수술’이란 오해를 받아 논란이 된 것 같다. 또한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개복 수술을 했다는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다.”
드라마 ‘마의’는 50회 방송분에서 천한 ‘마의’로 시작해 ‘어의’에 등극한 백광현(조승우)이 높은 신분을 가지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백성을 위해 헌신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져 훈훈한 여운을 남기며 끝났다.
“드라마에서 백광현이 마침(馬針)으로 천연두에 걸린 숙휘공주를 치료하려 하자 ‘어떻게 왕실 사람에게 마침을 쓰느냐’며 현종이 반대했다. 그러자 백광현이 ‘인간이건 말이건 간에 다 똑같은 생명이고, 이 침은 말을 치료하는 침이 아니고 생명을 살리는 침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에도 비슷한 대사가 있다. 노비를 첩으로 삼고 치료를 하려는 백광현에게 ‘왜 노비 따위를 첩으로 데려와 치료하려하냐’ 묻는 공주의 물음에 백광현이 ‘말이건 노비건 양반이건 다 똑같은 생명이기에 고쳐주고 싶고, 이 사람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첩으로 데려오는 것 밖에 없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이 둘이 서로 통하는 대사인 것 같고, 실제 백광현이란 인물도 길을 지나다가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누구든지 모두 다 치료해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 장면이 바로 백광현의 철학과 인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마의’ 각광받아, 그 다음은 한의사들의 몫”
방성혜 원장은 드라마 ‘마의’는 화두를 던졌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드라마 ‘마의’는 백광현과 같이 훌륭한 의사가 있었고, 한의사들도 외과수술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렸을 뿐이고, 이제 그 다음은 한의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사들이 주로 침, 뜸, 한약을 통해서만 치료하고 있는 현 상황은 어찌 보면 한의사들의 날개가 꺾인 상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치료 방법 및 도구를 사용했었다. 그렇기에 우리 한의사들이 한의학의 외연을 점차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을 적극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현대의 한의학의 모습을 지금 이 시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방성혜 원장. 그의 바람이 담긴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