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한의사의 직업을 소개하는 인문교양 그림책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사계절의 ‘일과 사람’ 시리즈로 출시된 ‘맥을 짚어 볼까요?’는 쉬운 글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한의학과 한의사를 객관적이며, 친숙하게 소개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도 한의학의 긍정적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회장 김영권)도 최근 개최된 이사회에서 ‘맥을 짚어 볼까요?’의 저자인 전진경 작가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는 한편 서울시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공동구매를 추진, 한의원내 비치 및 관할지역 초등학교·시립도서관 등에 기증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문교양 그림책 ‘일과 사람’ 시리즈는 그동안 중국집 주방장, 우편 집배원, 소방관, 어부, 농부, 초등학교 선생님 등 우리 이웃들이 하는 일들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 책으로, 이번 한의사편은 그 중 10번째이다.
전 작가는 누구에게나 쉽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소개하기 위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른바 ‘한의원 문지방이 닳도록’ 취재하는 열정을 보였다.
“처음에 출판사의 권유로 책을 쓰기 위해 취재를 시작하면서, 잠시동안은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한의사분들에게 잦은 취재가 민폐로 느껴질 수도 있고, 어린이들에게 한의사를 소개하기에는 내가 한의학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전까지 한의학에 대해 무지했으며,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만들면서 처음 한의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 뛰어난 효과성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의학의 원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고민 끝에 다시 시작한 취재에서는 ‘대충대충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한의사 선생님을 괴롭혀드렸고, 한의사 선생님은 매번 진료 이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알아가는 재미가 생겼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취재기간 동안 도움을 주었던 한 한의사의 책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분 책상에는 항상 두툼한 책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토록 헐어진 책은 여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반복해서 보시느냐고 물었는데, 그분의 대답이 참 감동적이고 멋졌습니다. 바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라는 말입니다. 그분에게서 몰입의 즐거움이 느껴졌습니다. 한의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자신의 일에 몰입되어 사는 삶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전진경 작가가 처음 접근해본 한의학은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조금씩 배워갈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우리의 몸은 심신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병을 고친다는 것은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이러한 메시지가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중요하니까요!”
책을 준비하기 위한 취재기간 동안 그가 인상적으로 본 장면들은 대부분 책 속에 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진료하는 한의사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라는 직업의 사명감을 갖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전 작가는 현재 부평 콜트 공장에 작업실을 차려놓고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외면당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속에서 작업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따라서 책 제작 과정 중 다양한 곳에서 봉사의 손길을 나누는 한의사가 많다는 것을 보게 됐고, 가는 곳곳마다 그분들이 눈에 띄어 한의학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출판사측은 현재 ‘맥을 짚어 볼까요?’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의사에 대한 어린이 책이 그동안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더욱 반기고 있다는 평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맥을 짚는 놀이를 하며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한의사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더불어 책을 함께 읽어주고 있는 어머니들에게도 한의학에 대한 좋은 정보의 기회를 제공함과 더불어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