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의심해 봐야…치매로 진행될 확률 일반인보다 10배 가까이 높아
진료인원 '13년 8만5140명서 '17년 18만1841명으로 5년간 2배 이상 급증
침·뜸·한약 등 한의치료, 증상 진행 지연 및 기억력 향상에 '효과'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경도인지장애'는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노인에서 기억력이 저하되면 치매를 걱정하지만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와는 다르다.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함께 심리행동 문제, 인격 변화 등이 동반되는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은 보존돼 있고, 기억력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흔히 '깜빡깜빡 한다'고 표현하는 건망증과도 다른데, 건망증은 단순히 잊어버린 것을 의미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사건을 잊은 상황 자체가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즉 경도인지장애는 아직은 치매가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3년 8만5140명에서 2017년 18만1841명으로 지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7년 병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여성이 12만4582명으로 남성보다 2배 더 많게 나타났다. 이밖에 전국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27.8%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정미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는 노화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며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고 경쟁사회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이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 정상인의 경우 1년에 1% 미만으로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는 8∼10% 정도로 정상인의 10배 가까이 치매 발생빈도가 높다"며 "정상적인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매로의 진행은 얼마든지 늦출 수 있는 만큼 경도인지장애부터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치매로 이어지는 건망증인지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의 원인을 여러 가지 요인에서 파악하고 있다. 즉 △생각이 너무 많거나 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경우(화열) △노화로 인해 장기와 심신의 기능이 떨어지고 신체가 허약해져 정신 작용이 약해진 경우(기허, 음허) △몸 안의 체액이 여러 원인으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 경우(담음)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기는 어혈이 있는 경우 등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치매·경도인지장애를 조기 진단 및 치료하는 경우 증상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이 밝혀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한의치료를 병행해 전신적인 관리를 진행하면 기억력 및 인지장애에 대한 증상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등의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한의치료로는 침, 뜸, 한약 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부산에서 시행된 경도인지장애군 대상 연구에서 한약 투여를 통해 기억력이 호전됨이 확인됐으며, 한약 중 원지, 인삼, 황기, 당귀 등으로 이뤄진 '가미귀비탕'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건망증 치료의 대표적인 약으로 처방돼 왔다. 또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가미귀비탕을 처방한 결과 기능을 현저히 개선시켰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조기치료를 통해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며 "평소 걷기와 같은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머리회전을 할 수 있는 책읽기나 배움 등과 더불어 특히 침, 뜸 등의 한의치료는 혈액 순환을 향상시켜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