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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 시대 맞아 한의약 혁신 동력 확보”[한의신문]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가 19일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위원장 이형훈)를 개최, 초고령사회 및 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한의약 혁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은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며, 한약재부터 한의약기술 향상, 산업육성 등 한의약 분야 전반에 대한 기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제4차에 이르는 종합계획 이행을 통해 한의약 표준화·산업화 기반을 구축하고, 한의약 일차의료 참여와 의료접근성 제고에 주력해 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저출생·초고령사회와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서 제5차 종합계획을 통해 한의약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제5차 종합계획은 AI·한의약 혁신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과 ‘한의약 산업 경쟁력 강화’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일차의료 기반 건강돌봄 수요 충족과 한의약 산업발전 육성·시장 확대에 대한 5개년(2026~2030)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일차의료 강화로 한의약 접근성 제고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건강한 노화를 위해 한의약 건강돌봄 제공을 확대하고, 수월하게 한의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체계를 개선한다. 이를 위해 내년 중 어르신 한의 주치의를 신규 도입하고 장애인 대상 한의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도입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돌봄통합지원법 시행(’26.3.27)과 맞물려 한의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제공을 확대하고 한의약 난임 치료 지원 등 지역사회 건강증진 사업을 강화한다. 또한 폭염·한파, 미세먼지 등 기후건강 취약계층에 한의약 맞춤형 건강 관리수칙 등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대규모 재난에서 의과와 한의과 진료 협진 체계 구축 연구와 공공의료 정책 내 한의 정신건강 진료 포함 및 확대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첩약·추나요법 등 급여기준 개선을 지속 검토하고 의한 협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며, WHO 전통의학 전략 이행을 위한 정부 주도 포럼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의약 AI·디지털 대전환 미래 의료기술과 국민 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의약 AI 기반을 마련하고, AI 디지털 의료제품·서비스 개발도 추진한다. 한의약 비정형 데이터(문진·음성·영상 등) 분석기술 개발, 한의 임상 용어 코드(분류·식별) 체계 구축을 통해 건강정보고속도로와 보건의료통합 진료정보교류 체계에 한의약 데이터 연계·활용을 추진하며, 공익적 임상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임상·임상데이터를 통합한 공공 한의약 연구데이터 구축 및 개방 추진, 의료·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거점 조성 및 데이터 활용을 촉진한다. 또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한의 기반 디지털 진단·치료기기를 개발하고 범부처 사업단을 신설해 연구개발 우수성과물 대상 한의 의료제품을 개발, 초기 사업화 등을 맞춤 지원할 예정이며, 아동·청소년 성장 발달 단계별 디지털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쇠 및 만성 질환 중재 한의약 기반 AI 돌봄서비스를 개발해 의료·요양 통합돌봄과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의약 산업·글로벌 경쟁력 강화 한의약 산업구조 혁신으로 한의약 산업·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K-Medicine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한의약 해외 진출도 확대한다. 이에 한의약산업 전주기 사업을 재편(세분화·맞춤형·자금지원 등)해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제품화, 홍보를 강화하고 기술이전 기업에 기술개발비를 최대 1억원 신규 지원하며, R&D와 연계한 사업지원 등 한의약 산업육성을 확대한다. 또한 한의약 산업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한의약에 특화된 산업분류체계를 개발하고, 실태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비롯 해외환자 유치 및 해외 진출 기반 조성을 위해 지역자원과 연계한 협업모델을 발굴하고 해외환자 유치 우수기관에 인증 및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한의 의료기관(’25. 5개소→’30. 9개소) 및 한의약 제품(’25. 2개→’30. 4개 품목)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세계 전통의약 시장조사도 추진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등 한의약 관련 국제기구 전문가 양성과 파견을 확대하고, 한의약 공적개발원조(ODA) 종합 로드맵을 수립해 ODA 협력사업도 내실있게 추진한다. 한의약 ISO(국제표준기구) 제정 확대 및 신규 한의약 표준화 연구개발 등 국제표준 개발도 정부가 주도한다. 지속가능한 한의약 인프라 확충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한의약 성장을 위해 한약 안전사용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문인력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입의존 한약재 국산화를 위해 품종 확보 및 신기술 활용 재배법을 개발하고, 소량소비 한약재 규격화 확대(’25. 20개→’30. 40개 품목), 지역별 공공 스마트팜 시설 등을 활용해 생산을 지원하며, 유해물질 관리기준 현실화 등 산업 현황을 반영한 한약재 관련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한다. 공동이용탕전실 관련 인력 및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평가인증 법제화를 추진하며, 한약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위해 한약 품질 안정성 평가 등 한약 품질관리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통합돌봄·기후보건·재난 등 사회 현안 관련 질환 중심으로 신규 CPG를 개발(20개 목표)하고, 기존 CPG를 고도화(24개 목표)한다. 한의약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과 한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일반 국민·환자를 대상으로 CPG 활용방안 및 보급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의약 전문인력의 지역 밀착형·일차의료 교육을 강화하고 한의사·한약사 보수교육도 정비하고, 일차·공공·필수의료 수행에 전문성을 가진 한의사 양성을 위한 전문과목 신설·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AI 기반 한의약 혁신을 통해 한의약이 현대와 융합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라며 “5차 종합계획이 착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 및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소연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한의약발전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일차의료와 통합돌봄 영역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한의약의 제도적 지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왔다”며 “특히 EMR 도입을 통한 재난트라우마 한의진료를 비롯해 한의약 난임치료와 한의 돌봄의료의 근거와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2차 회의까지 중앙정부 차원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 방안 마련과 해외 진출 과정에서의 한의사 법적 지위 확보, 공공의료기관 내 한의과 설치를 통한 공공 차원의 의·한 협진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아울러 “이번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에 이러한 방향성이 반영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 검토 중인 장애인 대상 한의 건강주치의 도입과 노인주치의 제도의 내실 있는 구체화를 비롯해 일차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정책 전반에서 한의진료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한·중, 전통의학 AI·빅데이터 협력 추진…“WHO 전략 발맞춘 표준화”[한의신문] 전통의학 분야 선도국인 한국과 중국이 WHO의 ‘글로벌 전통의학 전략’에 발맞춰, 기존 연구·학술 교류를 넘어 공공보건·산업·국제표준·디지털 전환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대폭 확장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와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국장 여염홍)은 11·12일 양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제18차 한·중 전통의학협력조정위원회’를 개최, 양국 전통의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AI·빅데이터 기반 산업 발전 △교류 확대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양국 정부·관계기관 인사 3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선 한국 대표단으로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단장)·정영훈 한의약정책관과 함께 △대한한의사협회(박소연 부회장, 오현민 국제이사) △국립재활원(강윤규 원장, 손지형 한방재활의학과장) △국립중앙의료원(서길준 원장, 김진원 한방진료부장) △한국한의약진흥원(이은경 정책본부장, 세계화센터 조용준 센터장·양혜림 주임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이진용 원장, 구남평 글로벌협력센터장) △주중대한민국대사관(양정원 보건복지식약관)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선 국가중의약관리국을 비롯해 △중국중의과학원 및 부속병원 △중화중의약학회 △상해중의약대학 관계자 등이 협의에 나섰다. ◎ “WHO 전략 지지·기관 간 협력 확대…합의의사록 채택” 12일 열린 본회의에선 △전통의약 학술·연구 협력 및 인적 교류 강화 △공공보건 영역에서의 전통의약 교류 확대 △AI·빅데이터 기반 한·중 전통의약 산업 발전 △글로벌 전통의학 협력 및 국제표준화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 실행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양국은 저출생·고령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전통의약 관련 데이터와 정책 정보, 전문가 교류를 확대하고,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전통의약 산업 기반 조성을 함께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양측은 △전통의학 혁신 발전 △WHO ‘글로벌 전통의학 전략(’25~’34년)’ 지지 △기관 간 실질 협력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제18차 한·중 전통의학협력조정위원회 합의의사록’을 채택했다.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한한의사협회·중화중의약학회의 전통의학 진단체계·진단기기 분야 학술교류 지속 △한국한의약진흥원·중국중의과학원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전통의약 데이터·정책·전문가 교류 △한국한의학연구원·중국중의과학원의 공동연구추진위원회 구성 및 국제공동연구 심화 추진 △국립중앙의료원·중국중의과학원 부속 서원병원 간 공공종합병원 차원의 전통의학 협력 강화 △국립재활원·중국중의과학원 부속 망경병원 간 전통의학 재활 분야 협력 확대 △한국한의학연구원·상해중의약대학 간 ISO/TC249 기반 전통의학 국제표준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이 포함됐다. 이날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위원회가 양국 전통의약이 보건의료 체계 속에서 AI·빅데이터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WHO 등 국제무대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전통의약의 과학화·세계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한의협, 전통의학 진단 객관화 위한 한·중 공동과제 제시 특히 이날 대한한의사협회는 전통의학의 근거 기반을 강화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중 협력 확대를 공식 제안했다. 한의협은 전통의학의 객관성·정확성 제고와 치료 효과 향상을 위해 △한·중 전통의학 진단기기 활용 현황에 대한 공동 조사 △중의학 영상진단 및 질병 분류체계와 관련한 정부 지원·제도 현황 공유 △진단기기의 임상적 의의와 활용 사례에 대한 비교·분석 △진단 분야의 당면 과제 도출 및 개선 방향 공동 모색 등을 주요 협력 과제로 제시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는 △양국 진단 분야 전문가 회의 개최 △공동 학술 세미나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박소연 한의협 부회장(대한여한의사회장)은 “첫 번째이자 핵심 협력 과제는 전통의학의 객관성·재현성을 높이고, 진단기기 활용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정례적인 전문가 회의와 학술 세미나를 통해 진단 관련 제도·기술·임상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현대적 기준에 부합하는 의료체계 발전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어 “중국의 정부 주도 질병분류체계 구축 역량과 우리나라의 한의학 임상연구 성과는 상호 보완적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번 합의의사록은 양국이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전통의학, 공공병원서 육성”…중국 정부의 ‘제도화·데이터 전략’ 확인 이날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질병 분류와 진단 체계, 데이터 수집을 정부 주도로 정비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공공병원 간 협력이 전통의학의 제도화와 임상 데이터 축적에 있어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여염홍 국장은 “전통의학은 ‘보조요법’이 아닌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한 축의 중요한 역할로서 공공병원과 재활·노인·만성질환 영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며 “중국은 전통의학을 민간 영역에만 두지 않고 공공병원 중심으로 운영해야 데이터 축적과 제도화·표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염홍 국장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의약 산업을 국가 재부흥을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지난 10년간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관리·의료서비스·과학기술·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중장기 투자와 제도화를 추진해 왔다. 또한 10만개소의 중의의료기관과 114만명의 종사자가 활동 중이며, 연간 17억 건의 중의진료가 이뤄져 전체 의료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2급 이상 병원의 92%, 도시·농촌 위생기관의 99%에 중의학과가 설치돼 있으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급 전문기관 1100곳과 중서통합 전문의 양성기관 6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 한국 대표단은 본회의에 앞서 11일 베이징 소재 서원병원을 방문, 중국 전통의학이 공공의료 체계 내에서의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서원병원은 중의약 처방부터 조제·투약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약재 전량에 바코드를 부착·관리하고 있었다. 한 첩약을 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재 종류 수와 관계없이 약 3초에 불과했으며,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루 최대 8000건의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 같은 시스템을 토대로 전통의학이 전체 의료 이용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2급 이상 병원의 90% 이상에 전통의학 진료과가 설치돼 있다”며 “도시 지역은 물론 농촌 보건소까지 전통의학 진료 체계를 구축해 국가 차원에서 공공보건의 핵심 축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단이 중의약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자 방문한 국영 전통의약 기업‘동인당(同仁堂)’은 원료 관리부터 생산·품질관리·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표준화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전통의약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오현민 한의협 국제이사는 “이 같은 구조는 전통의약을 개별 의료행위가 아닌 국가가 관리·육성하는 산업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진단·조제·유통·안전성 관리까지 전 주기를 표준화하고, 디지털 시스템으로 통합함으로써 공공보건과 산업 정책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했다. -
가천대 길한방병원, ‘전인 케어·통합암치료 결합 호스피스’ 본격 시동[한의신문] 가천대 한의학연구소(소장 박완수)는 4일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비전타워에서 ‘가슴에 품은 청진기의 뜻을 이어 생애 말기 돌봄, 호스피스·완화의료 세미나’를 열고, 생애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통합의학적 관점을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가천대 부속 길한방병원에 호스피스 병동 개설을 앞두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철학과 제도, 통합 암치료의 역할을 통해 병원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국내 호스피스 체계의 한계 △다학제 팀 기반의 전인 케어 △한약·침 치료의 임상 근거 등 미래 호스피스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왼쪽부터) 박완수 소장, 송윤경·김근우 원장 이날 박완수 소장(가천대 한의대 학장)은 인사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단순한 치료의 연장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고, 삶의 질을 지키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도 생애 말기 돌봄과 통합의료 분야에서 학문적·임상적 기여를 넓히고, 환자 중심의 전인적 케어가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윤경 가천대 길한방병원장은 “본 병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로 도약하는 가운데 이번 세미나가 학부생들과 한의대가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살리고, 전인적 돌봄과 통합의학적 접근을 통해 생애 말기 환자에게 더욱 전문적이고, 따뜻한 케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써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근우 동국대 분당한방병원장은 “올해 본원이 한방병원 최초로 호스피스 병동 지정을 받았고, 가천대 길한방병원도 함께하게 됐는데, 아직 제도가 완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도가 향후 새로운 수가 신설 등 제도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역량을 갖춘 가천대의 이번 도전이 한의계가 호스피스 분야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은혜 가천대 한의대 조교수가 진행을 맡은 세미나에선 △End of Life, 어떻게 돌볼 것인가?-Comfort Care for All(최윤선 고려대 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장) △호스피스 통합의료와 전인 케어(박준범 새숨병원장·외과 전문의) △한국형 통합암치료의 현재와 미래(유화승 대전대 한의대 교수·대한통합암학회장)를 주제로 강의가 이어졌다. ◎ ‘연명의료 여부’에 치우친 국내 호스피스…‘전인적 돌봄’ 시급 첫 강의에서 한국형 생애 말기 돌봄의 구조적 한계를 짚은 최윤선 센터장은 생애 말기 호스피스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가 하나의 법 안에서 규정되며 ‘연명 중단 시점’이 강조된 반면 WHO를 비롯한 외국에선 ‘전인적 돌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접근 철학부터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택임종 희망 통계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을 보였는데 “재택에서 시신이 방치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이상화하기 보단 홍콩, 스웨덴 등의 사례와 같이 24시간 온콜팀·입원 대기 시스템·충분한 주거 공간을 갖춘 경우에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최 센터장은 “호스피스의 핵심은 임종 직전 며칠만을 돌보는 것이 아닌 시기 적절한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으로, 연명의료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통증·불안 조절과 삶의 정리 과정을 돕는 것이 완화의료의 본래 목적”이라면서, △일차의료·지역사회·요양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현장에서 기본 수준의 완화케어 제공 △복합 요구를 가진 환자를 다학제 전문팀으로 신속히 연계하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호스피스는 장소가 아닌 정신”이라며 “중환자실이든 급성기 병동이든 환자와 가족의 가치·선호를 존중하고, 피할 수 있는 고통은 최대한 줄이려는 태도가 생애 말기 돌봄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 “‘공장형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존엄을 담는 전인적 호스피스 필요” 이어진 강의에서 박준범 원장도 한국 의료가 빠지기 쉬운 ‘팩토리 메디슨(Factory Medicine)’ 문제를 지적하며, 호스피스의 본질을 ‘전인적 돌봄’으로 규정했다. 박 원장은 “진료실에선 암환자의 CT·유전자·수치만을 보지만 수년간의 말기 환자의 고통은 단순 신체 통증보다 자기 소멸에 대한 공포·통제 상실·관계 단절·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 맥락을 읽지 못한다면 AI 진료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원장에 호스피스에 있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학제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 영양, 도수치료·영적돌봄 등) 기반 케어 △마약성 진통제의 과다 사용 경계 및 비약물 요법(마사지·온열·도수치료 등)을 병행한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길한방병원이 준비 중인 통합 호스피스 모델 방향성에 대해선 “의학적 완화케어에 영양·온열·심리 등을 결합해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최대화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전인적 돌봄의 중심에는 결국 사랑과 존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침·태극권·한약…말기 암 통합치료는 이미 ‘국제 스탠다드’” 특히 이날 유화승 교수는 국내외 연구논문을 근거로 호스피스·말기 환자를 위한 성공적인 통합암치료 모델을 제시한 데 이어 세계적인 암치료센터의 동향을 제시했다. 그는 ‘JAMA Oncology’, ‘JAMA Surgery’, ‘JAMA Network Open’ 등 최근 주요 국제저널에서 발표된 연구논문들을 토대로 △태극권·명상을 통한 수면 질 개선 및 생존기간 연장 가능성 △침·전침 치료를 통한 결장·직장암 수술 후 장마비 개선, 항암·마약성 진통제 유발 변비 개선 △침 치료를 통한 전립선 절제술 후 야뇨·배뇨장애 및 삶의 질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또 유 교수는 미국 앤더슨·하버드 암센터가 주도하는 국제 암치료 가이드라인 기관인 미국 통합암학회(SIO)가 매년 암성 통증·불안·우울·피로·불면 등에 대한 통합치료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2021년 ‘암 관련 증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통해 △9대 증상의 표준화 △다학제 팀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공통 근거 언어’ 마련 △위암·유방암 지침 완성과 폐암·전립선암 지침의 추가 개발 등 한의계의 현황과 성과가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EGFR 변이 폐암 환자 대상 표적항암제+한약(HAD-B1) 병용 임상 △면역항암제·보중익기탕 병용 연구 등 통합 임상 근거를 소개하며, “국내에선 한약·항암제 병용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직접 검증하고 있다”면서도 “암 환자의 증상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보험 한약제제가 56종이나 다양화됐으나 여전히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의료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통합암학회에서 통합종양전문가, 통합암치료 인정의, 암전문코디네이터 등을 양성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학부생들의 교육 참여도 당부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말기·임종기 환자에게 통합암치료가 중요한 이유로 △낮은 부담 △높은 체감 효과 △부작용 감소 △삶의 질 개선을 꼽으면서, “목표는 기존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증상·마음·관계·생애 말기까지를 하나의 연속선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길한방병원 호스피스 병동이 이 연속선의 마지막 구간을 전인적으로 책임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김호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 WHO 선정 ‘세계 21대 혁신’ 선정[한의신문]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년 Health & Heritage Innovation(H21) 글로벌 오픈콜의 최종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한국의 ‘한의학·천연물 기반 연구’가 전 세계 1175개 제출작 중 21개(Global Top 21)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정은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을 결합한 공중보건 혁신 가운데 한국 연구가 국제적 기준을 충족했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특히 WHO는 이번 평가에서 ‘전통 기반 성장 과학(Heritage-Based Growth Science)’이 제시한 아동 성장의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 영양 중심 접근의 한계를 넘어 현대 어린이들이 직면한 ‘비영양적 성장 저해 요인(Non-nutritional determinants)-수면 부족, 스트레스, 미세 염증, 대사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선진적 관점을 높은 혁신성으로 봤다. WHO는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김호철 교수를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Second WHO Global Summit on Traditional Medicine’에 초청해 김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발표·전시하도록 요청했으며, 공식 초청장에는 김 교수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게 평가함을 명시키도 했다. WHO는 등록 절차와 비자 발급, 현장 접근권, 전시 패널 준비 등 서밋 참가에 필요한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제공한다. 한국 속한 WPRO, 가장 경쟁이 치열한 권역 WHO H21은 각 지역(Region)에서 우수 혁신 사례를 3개씩 선정한 뒤, WHO 본부(Global Pool)에서 재평가해 최종 21개만을 선정하는 단계별 국제 심사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국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WPRO)은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전통의학과 천연물 연구가 강한 국가가 포함돼 있어, WHO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이런 권역에서 한국 연구가 최종 혁신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한의학·천연물 연구의 국제 경쟁력이 확인된 주요한 사례다. 이번에 최종 선정된 혁신은 김호철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어린이 성장 원료 ‘HT042’다. 연구팀은 이를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니라 ‘전통 기반 성장 과학’으로 정립하며, 성장이 영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판 기능·수면·대사·염증 등 다양한 신체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는 현재 성장생물학의 관점을 적극 반영했다. 영양 공급 한계 보완하는 과학적 접근의 결과물 ‘HT042’ HT042는 성장의 핵심 기관인 성장판(Growth Plate)의 미세환경을 보호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성장 과학 모델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현대 아동 성장 저해의 주요 요인이 영양 결핍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 △스트레스 △비만으로 인한 저등급 염증 △환경적 요인 등 비영양적 성장 저해 요인이라고 규명하고, 이를 개선하고 생리적 기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점이 WHO의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또한 황기·가시오갈피·한속단 등 한의학 전통 본초를 기반으로 26년에 걸친 전임상·임상연구를 수행했고, 두 차례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성장판 기능 개선과 성장 속도 증가효과를 안전하게 입증했다. WHO가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전통 지식-현대 과학-임상 근거-표준화 체계를 모두 충족한 전례 없는 연구 구조와 현대형 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제시한 점에 있다. 국가별 규제 장벽 넘은 ‘글로벌 확장성’ 모델 제시 김호철 교수 연구팀은 국가별 원료 규제 차이를 고려해 HT042 외에도 다수의 대체 가능 특허 물질을 확보했다. 이는 특정 국가의 식품 규제에 제한이 있을 때도 연구 성과를 적용할 수 있는 구조로, WHO가 중점적으로 본 ‘Scalability(확장성)’ 요건을 충족했다. HT042는 단일 국가용이 아니라 각국의 아동 성장 정책과 학교 건강 프로그램에 실제 적용 가능한 구조로 인정받은 것이다. HT042 개발의 기반에는 김호철 교수 연구팀이 구축한 iMED 플랫폼(Interpretation-Material-Extract-Data)이 있다. 이 플랫폼은 전통 지식의 현대적 해석, 국제 기준에 맞는 원료 확보, 표준화된 제조·추출 공정, 전임상·임상 데이터의 체계화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시스템이다. 제조·표준화는 천연물 연구기업인 ‘뉴메드(NeuMed)’와의 협력을 통해 수행했다. WHO는 이처럼 전통, 과학, 임상, 표준화로 이어지는 완결된 연구 체계를 새로운 전통의학 혁신의 국제적 기준으로 평가했다. 향후 WHO의 전통의학 연구·정책 검토 과정서 자문 이번 선정과 함께 김호철 교수는 WHO H21 Advisory Process 공식 참여자로 등록돼 향후 WHO의 전통의학 연구·정책 검토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맡는다. WHO는 최종 21개 혁신 중 일부를 대상으로 2026년부터 ‘H21 Innovation Accelerator’를 운영할 예정인데, HT042는 참여 후보로 포함됐다. Accelerator에 진입하면 WHO·각국 정부·국제기구와 협력해 아동 성장판 검사·대사 건강·성조숙 예방 등의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확장될 가능성이 열린다. 세계적인 보건 혁신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안전성 △제조·표준화 △공공성 △글로벌 확장성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이번 WHO 선정은 한국의 전통의학·천연물 기반 연구가 엄격한 국제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건이다. 동시에 ‘성장은 영양 중심’이라는 기존의 프레임을 넘어 ‘성장판 중심 생리과학’이란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신적 성과로 평가된다. 김호철 교수는 “이번 WHO 선정은 한국 한의학·천연물 기반 연구가 국제 기준의 과학성과 공공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HT042가 제시한 성장 과학의 새로운 방향이 WHO와 각국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아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동서의학 비교연구』(계측문화사, 1994년)는 金鍾烈 선생이 경희의료원 원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동서의학의 융·복합을 통한 발전 방안을 축약한 연구서적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 ‘발간에 붙여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이원화된 진료체계를 단일조직 속에 포용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부설 경희의료원에서 의료원장직과 WHO연구협력센터로 지정된 동서의학연구소장직을 20년 가까이 맡아오는 동안 한의학 발전과 동서의학 비교 연구 및 협력진료에 대하여 그간 쌓아온 지식과 실제경험을 총결산하여 본 것이다.” 김종열은 제3대 경희의료원 원장으로 1975년 2월 취임했다. 그는 비록 의사는 아니었지만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1982년까지 11년간 경희의료원에 몸담았고, 1985년 동서의학연구소장 겸 WHO연구협력센터 소장과 강동경희대학병원 설립위원장을 맡아 8년간 봉직 후 1992년 정년퇴임하였다. 김종열 원장의 장남 김우중(내과 전문의)의 임상 부분 자문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은 『동서의학 비교연구』는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 ‘의료의 과제’라는 제목 아래 ‘문명과 질병’, ‘의료에 대한 새로운 사고’, ‘정상과 이상 그리고 건강과 질병’이라는 동서의학의 공통된 관심사를 논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특징과 발전과정’이라는 제목 아래 양대 의학의 특징과 발전 과정 상의 차이를 비교했다. 제3장에는 ‘동양의학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 아래 동양의학의 편견과 오류, 한계와 과제, 항상성, 노인병, 미래와 전망 등 동양의학의 측면에서 장단점을 논했다. 제4장과 제5장은 동서의학의 비교를 시도했다. 먼저 제4장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 분석’에서는 두 의학의 학술적 차이, 치료범위, 사용 어휘의 차이 등을 논했다. 제5장 ‘동서의학의 접근 방법’에서는 진단, 치료, 연구 방법 등 3가지 측면에서 접근방법의 차이를 소개했다. 제6장은 이 책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각국의 전통의학 및 동서의학 결합 현황과 발전과정’을 다룬다. 그 다루는 범위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북한 등을 망라하고 있으며, 동서의학 협력에 대해서 세계보건기구가 가지고 있는 발전계획도 정리하고 있다. 결론에 해당하는 제7장 ‘한의학 발전방안과 동서의학 협력가능성 모색’은 현실적으로 부딪쳤던 한의학 발전 방안의 어려운 점(변혁과 개혁, 이론체계의 재건, 자기개혁을 통한 한의학의 재건 등)과 동서의학 협력방안(의료기술적 측면, 행정 및 정책적 측면)의 나아갈 길 등을 다루었다. 그는 맺는말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한 나라에서 동서의학이 결합하기 위해서는, 첫째, 의료가 적어도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 경제 속에서 종합적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체계화되어야 한다. 둘째로 국민보건적 시야와 장기적 전망에서 21세기를 바라보면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감에서 탈피하여 이제 그 보편성을 확립하고 세계의학의 방향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고 본다. 즉 동서의학 결합의 최종 목표는 새로운 의학 즉, 제3의학의 창조적 의학에 있어서 자기나라, 자기문화의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온 인류에게 봉사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높은 차원의 의학 에쿠메니칼한 진정한 의미의 하나의 세계의학을 이 땅 위에 세워보자는 것이다.” -
WHO 서태평양지역 연수단 방문, 한의약 품질관리 ‘호평’[한의신문]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직무대행 송수진·이하 진흥원)이 17일부터 21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한의약 역량 강화 연수단 방문 연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연수는 서태평양지역 내 전통·보완·통합의학 제품의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별 전통의약 규제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수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 4개국 보건부 및 전통의약 관련 규제기관 전문가들과 WHO 라오스·필리핀·캄보디아 국가사무소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프로그램은 진흥원 본원과 대구품질인증센터, 한약제제생산센터, 서울 분원 등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연수에 앞서 참가자들은 한약자원 관리, 연구개발, 제제 생산, 품질 검사 등 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대해 소개받고, 한의약 제도 및 정책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는 한편 이를 토대로 각국의 전통의약 관리체계와 비교·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흥원 품질인증센터에서 진행된 한의약 품질관리 관련 연수에서는 한약재 품질검사 시험시설과 환경, 장비 등을 직접 확인하고 시료 전처리 및 측정 과정 등을 체험하는 등 품질관리 실습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품질 기준 설정의 중요성과 과학적 검증 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평가했으며, 실습 후에는 품질 안전관리와 이상사례 감시 체계에 대해 논의하며 국가별 현황과 향후 개선 방향을 공유했다. 또한 진흥원 한약제제생산센터를 방문한 연수단은 원료 입고부터 제조, 품질검사, 포장에 이르는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전 공정을 둘러보며 제조 품질관리 전반을 확인했다. 특히 제조시설 운영과 문서관리 체계, 관리 기준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진흥원은 국내 교육·진료·산업 기반을 이해하기 위한 유관기관 방문도 마련해 연수의 폭을 넓혔다. 연수단은 이번 프로그램이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실제 업무에 즉시 적용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돼 각국의 전통의약 품질관리 체계 구축과 제도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향후 심화 연수 등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사도 밝혔다. 이와 관련 송수진 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연수는 서태평양지역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품질관리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라며 “진흥원은 WHO 협력센터로서 국제사회에 신뢰받는 품질·안전관리 체계를 확산하고 역내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 WHO WPRO 대표단과 간담회[한의신문]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소장 김용석)는 20일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소(WHO WPRO) 전통의학 분야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16명 각국 대표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는 기관 소개 및 각국의 현황과 전통의학 분야 전략을 공유하는 순서로 진행됐으며,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 이상훈 부소장의 안내로 경희대한방병원 진료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와 관련 김용석 소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은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로 지정된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는 전통의학 분야의 통합 및 표준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며 “전통의학을 통한 보건의료의 미래를 제시하는 선도적인 연구소로서, 다양한 기관과의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 국제 협력 연구 수행의 중심 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희의료원 동서의학연구소는 1988년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 최초 지정된 이래 37년 간 국제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협력 위임사항을 수행하고 있다. -
고성규 학장, 국가신약개발재단 신임 이사장 ‘선출’[한의신문] 국가신약개발재단(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박영민)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고성규 학장이 25일 열린 ‘국가신약개발재단 제69차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지난 10월30일 공식 구성된 제8기 이사회에서 호선 방식으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선출일로부터 2년이다. 고성규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의학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MRC) 센터장 및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인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소장으로서 연구역량과 학문적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미국 텍사스대학교 엠디앤더슨 암센터 방문교수이자 HCR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5년 연속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높은 연구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타당성(예타) 심사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 등으로 참여해 국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규제 정책의 수립에도 기여해 왔다. 이러한 공로들이 인정돼 대한민국 근정포장과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바 있으며, 경희대학교 한의대상과 연구대상 수상 등을 통해 연구 및 공공 분야에서의 공헌도 인정받고 있다. 고성규 신임 이사장은 “국가신약개발재단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약 개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마련해 왔다”면서 “박영민 단장이 추진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을 뒷받침하고, 연구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 지원체계가 더욱 견고해지도록 제도·행정·정책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계·산업계·연구현장이 긴밀히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성과가 정책·산업·규제와 연결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된 범부처 국가 R&D 사업으로, 2021년부터 10년간 국내 신약 개발 R&D 생태계 강화, 글로벌 실용화 성과 창출, 보건의료 분야의 공익적 성과 창출을 목표로 신약 개발의 전주기 단계를 지원하고 있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70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11월 괴담’이라는 게 있다. 유명한 가수들의 죽음이 우연히 11월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 쪽 계통 종사자들의 사건 사고가 두어개라도 연달아 터지면 “올해도 어김 없이 11월 괴담이 현실화되는 걸까요?”로 시작되는 뉴스가 들려온다. 11월 괴담설의 이면에는 연말이 본격화되는 12월 바로 직전이라 별다른 기삿거리가 없어서 뭐라도 끌어와서 사건화·기사화 시켜야 하는 절박함에 내몰린 기자들이 만들어낸 억지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느닷없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끊임없는 발생하는 ‘A whole new world’에 ‘11월 괴담’이 희미해질 날도 멀지 않았다. 증상의 발병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연의 반복을 징크스로 규정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포비아로 과장하고 트라우마나 PTSD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만이 온전하게 경험했고 관련된 기억 또한 또렷하다며 그래서 그들이 쌓아올린 개별적인 병인론은 꽤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날이면 꼭 발을 밟혀요. 그것도 자주 삐끗했던 왼쪽 발이요. 구두가 불편해서 민첩성이 떨어지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구두 신을 때는 안 그러거든요. 징크스가 된 것 같아요.”, “술 마시고 자전거 타면 안 되는거 알면서 몇 주 전에 진짜 딱 한 잔 마셨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로 퇴근하는데 앞바퀴가 이상하다 싶은 순간 전봇대 들이박고 안경 날아가고. 이제 로드 바이크 포비아가 생길 지경입니다.” 트라우마, 징크스·포비아와 달리 쉽게 다뤄져선 안돼 희박한 인과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징크스나 특정한 상황에만 과도한 공포감을 느끼는 포비아와 달리 트라우마는 한 번이든 반복적이든 분명한 원인으로서의 사건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결과로서 뇌와 몸에 깊게 각인된 상처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그 범주가 넓고 무거우며 그래서 쉽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트라우마는 신체적 질환에서 유발된 만성 통증 환자들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큰 사고 이후의 화병,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일 것이다. 정신과 몸을 한 순간에 경직시키는, 그래서 잘 해소되지 않는 만성 통증과 다양한 불편감의 끊임없는 습격과 반복. “교통사고후유증이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어요. 다들 나이롱 나이롱 하죠. 진짜 나이롱 아니라니까요. 뼈만 안 부러졌지, 지금도 악몽을 꾸고 자다 깨면 한동안 목을 좌우 어디로도 움직이지도 못하고요. 가위눌림을 한 30분 당해보세요. 낮잠을 자도 가위 눌릴까봐 제대로 못 자요. 밤에는 더하고요.” 한방병원에 입원 중인 교통사고 환자들 모두를 경증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보좌진들을 가까이에서 자주 접하다보니 의원과의 성향 차이로 의원실을 옮기는 일이 꽤 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의원님이 분노가 예상치를 벗어난 수준이라거나 기존 의원실 직원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경우 그 때 느끼는 고립감이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의도적으로 몇 달의 간격을 두고 새 의원실로 근무를 개시했는 데도 직전 근무했었던 의원실 문앞만 지나가도 혹은 그 의원 이름 세 글자만 봐도 뒷목이 굳어오더라는 등의 공포심을 호소하며 “이거이거 000의원 트라우마 맞죠?”라고 질문을 해오면 즉각적으로 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기는 어려웠다. 대신,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의 통증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자리를 잡으면 이번에는 몸의 통증이 정신을 갉아먹을 수도 있으니 그 단계까지 가면 안 된다고 몇 가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다. 심신의학이라는 용어는 환자들의 살아숨쉬는 스토리 속에서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몸은 맘이다. 맘은 몸이다. 몸과 맘은 하나이다. 트라우마는 통증을 유발하고 통증은 트라우마를 강화한다. 이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뇌과학으로 읽는 트라우마와 통증』 (스티브 헤인스, 푸른지식, 2016년 7월) - 우리는 삶의 날카로움에 자주 상처를 입는다. 이들이 마음에 남으면 트라우마가 되고, 신체에 새겨지면 통증이 된다. - 일상의 스트레스는 삶의 항해에서 바람과 같은 존재인 반면, 트라우마는 마음의 항해를 뒤흔드는 폭풍이다. - 트라우마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부 일정 시간 이상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경험이 쌓이는 것으로 규정된다. -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스트레스 요인 그 자체보다 피해를 많이 일으킬 수 있다. - 무심코 인생 초기의 사건에 첫 대응을 어떻게 했는지가 미래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정하는 기본값이 된다. 사람의 두뇌는 이처럼 단순하다. - 트라우마로 촉발되는 강렬한 기억을 제어하는 것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 몰두하고 헌신하며 직접 작용하는 힘을 회복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조직병리학이 만성 통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증거는 압도적이다. 『몸은 기억한다』 (베셀 반 데어 콜크, 을유문화사, 2020년 10월) - 서양의 주류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치료 과정에서 자기 관리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서구 사회가 약물과 면담 치료에 의존한 반면,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음챙김과 운동, 리듬,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 회복의 핵심은 자각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감각 속에서 살아간다. - 오늘날 정신과 의사들은 공장 조립 라인처럼 구성된 병원 진료실 안에 앉아서 환자들과 채 15분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통증이며 불안감, 우울증을 완화시켜 주는 약을 나눠 준다. -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건 너무 적게 기억하고 어떤 건 너무 과하게 기억하는 특징이 동시에 나타난다. -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느끼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가해자보다 자신의 신체 감각이 훨씬 더 무서운 적이 된다. - 트라우마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지만 정서적 뇌는 희생자가 겁먹고 무기력해지게 만드는 감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 신체의 지각은 시간 감각도 변화시킨다. 트라우마는 무기력하게 두려움을 느끼던 상태가 영원히 굳어 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엘리자베스 스탠리, 로크미디어, 2021년 7월) - 트라우마 사건의 기억은 강렬한 감정, 기괴한 행동, 참을 수 없는 신체감각, 이미지, 파편화된 생각 등 작은 조각들로 나뉜다. -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속에서도 잘 살아가며 효과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길은 결국 자기 계발보다는 자기 이해에 있다. -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계에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초래해 심신 체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 사고 뇌와 생존 뇌의 대립 관계를 치유하는 첫걸음은 그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다. 신경생물학적 역할을 이해함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 뇌가 완전한 회복을 이루고 양 뇌의 대립 관계가 소멸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 충분히 좋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관계의 유연성과 회복탄력성뿐 아니라 자기 조절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 자동차 사고를 당한 5.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해온 신경학자 로버트 스캐어는 결국 채찍 증후군이 생기는 사람과 이전 발달 및 관계 트라우마 사이에서 강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 우리는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 때문에도 만성 스트레스와 관계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 도전을 경험하고 난 후에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생존에 이롭다. 회복탄력성을 얻으려면 고난과 도전, 때로는 실패까지 경험해야 한다. 몸을 사려서는 회복탄력성을 얻을 수 없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폴 콘티, 푸른숲, 2022년 6월) - 인간의 회복력은 보통 상당하지만, 많은 사람은 상상 이상의 방식으로 오랜 기간 동안 트라우마로 인한 변화로 고통을 겪는다. - 트라우마에 갇히면 자신의 가치, 꿈, 재능, 염원을 잊게 되는 것이다. - 만성 트라우마는 한 번의 큰 사건이 아닌, 해로운 상황과 사람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 우리 내면을 차지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트라우마를 미리 저지하는 것이다. -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환경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한 개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환자는 병원만 왔다 갔다 한다. - 사회가 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제대로 고치지 않는 한, 이 시스템은 사회를 절대로 고쳐줄 수 없다. 또 거세지는 트라우마의 물결도 막아낼 재간이 없다. - 트라우마는 우리의 정서를 바꾸고, 바뀐 정서는 우리의 결정을 지배한다. 『트라우마의 도』 (알레인 던컨, 캐시 케인, 삶과 지식, 2024년 12월) - 2006년 정신과 의사이자 침술 전문의인 마이클 홀리필드는 PTSD를 치료하기 위한 침술의 잠재력에 대한 첫 번째 연구를 발표했다. - 침술 및 동양의학을 PTSD 치료에 통합하면, 치료자는 전신의 균형과 조절, 시스템 간의 역동적인 조화를 중시하게 된다. - 우리의 접근 방식의 근본은 인간의 뇌와 몸, 마음과 영혼의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 트라우마에 의한 스트레스는 음과 양이 제공하는 필수적인 조절을 중단시킨다. - 다행히도 신경과학은 침술 및 동양의학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즉, 치유는 언제나 가능하다. 우리의 뇌는 가소성이 있으며 순응성이 있고 변화하고 치유될 수 있다. - 특정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생각은 동양의학의 기반에 널리 퍼져 있다. - 트라우마 생존자를 치료할 때 침술 사례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일관되고 예측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긴장된 외상성 스트레스의 비활성화는 종종 경락 경로를 따라 미세한 반짝임이나 파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침, 뜸 또는 지압으로 지원하는 것은 더욱 깊은 해방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신병원 내 한의과 설치법’이 통과되었다. 의료법 제43조(진료과목 등) “병원·치과병원 또는 종합병원은 한의사를 두어 한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조문에 ‘정신병원’이 추가된 것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정신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여 정신질환 분야에서 의과-한의과 협진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과연 한의사를 고용하여 한의과를 설치할 기존의 정신병원이 많을까? 여기저기에 꾸려지는 트라우마 센터에 한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의료법 개정안이 정신질환의 협진에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두었는지 평가할 날이 과연 올까? 미약하지만 일단은 법안 통과의 상징성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이 오늘의 최선일 듯하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상처 조용히 들여다 보는 시간 필요” 심리인지치료학 석사에 상담심리사 2급을 취득하신 한의사 선배님 한 분을 알고 있다. 심리공부와는 별도로 ‘기승전턱’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턱관절을 통해 전신질환을 진단, 치료하는 분이다. 스스로가 턱치료로 만성 두통과 비염을 해결했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치료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가고 계신다. 환자들에게 식생활, 올바른 자세, 턱관절의 중요성에 관하여 조근조근 잔소리하기를 멈추지 않으시는 모습에 ‘이토록 환자의 전신 그리고 심신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통합의학적 접근을 끈질기게 유지하는 임상가가 또 있을까?’라고 감탄을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환자들을 이렇게까지 상담하고 거기에 근본적인 치료를 해낼 수 있는 건 오직 한의사만 할 수 있는 거야!”라는 선배님의 자신감은 내게 부러움과 동시에 든든함을 안겨준다. 지난 11월16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는 의협 집행부 포함 500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물러나지도 굴복하지도 않겠다며 발표한 결의문에는 한의사의 X-ray 허용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반대도 포함되어 있다. “X-ray 영상 판독과 방사선 안전 관리는 현대의학의 고유 영역이며, 비전문가인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조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입법 강행시 총력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았다. 전 정부에서의 의정갈등이 현 정부에서는 또 어떤 갈등으로 이어질까? 그 안에서 한의사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는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의-한 갈등은 결론 없는 평행선을 수십년째 유지 중이고, 정신 차려보면 이러한 갈등의 후유증을 집단적으로 떠안고 버텨야 하는 건 늘 한의사들의 몫이었다. 이제 막 개원했다는 후배, 제자들의 소식이 가끔 들려온다. 잘 된다는 수준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환자 보는 것도 즐겁고, 내 공간에서 내 돈 버는 것도 재미있다”는 소식이 가장 반갑다. “죽을 맛이다. 환자가 없다, 하루 종일 논다”는 불평은 부디 엄살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상처를 감싸지 않으면 상처가 우리를 감싸게 되는 법이다. 나를 감싸고 있는 상처를 조용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DHD 2025’에 다녀와서…서주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International Confe rence on ADHD(ADHD2025)’에 참석하게 됐다. 올해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개최됐는데, 이 학회는 △ACO △ADDA △CHADD라는 세개의 ADHD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ADHD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임상의·연구자·코치·교육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인다. 학회의 모토는 ‘Connect, Learn & Thrive’로 학회 전반에서 구현됐는데, 강연과 워크숍뿐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연결의 순간들이 학회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최신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는 ‘ADHD’ Brandi Rudolph Bolling 박사의 키노트에서는, 최신 뇌과학이 ADHD를 어떻게 ‘연결(connection)·학습·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지 펼쳐보였다. 그는 ADHD를 단순한 주의력 문제로 보지 않고, 시각 네트워크·감각운동 네트워크·전측 주의 네트워크·설렌스(salience) 네트워크·림빅 시스템·중앙집행 네트워크·기본모드 네트워크 등 일곱 가지 대뇌 네트워크 간 균형의 문제로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치료와 교육의 기본은 3R—Regulate → Relate → Reason—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몸과 뇌의 과각성(arousal)을 먼저 안정시키고(Regulate), 안전감에 기반한 관계 형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Relate), 그 다음에야 가르치기·코칭하기·문제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ason). 여성과 소녀에 대한 다층적 접근 ‘눈길’ 올해 두드러졌던 또 하나의 중심 축은 여성과 소녀(girls & women)에 대한 다층적 접근이었다. Dr. Carolyn Lentzsch Parcells과 Dr. Sharon Saline의 ‘Understanding ADHD in Girls & Women’ 세션에서는 여성 ADHD의 생물학적·심리사회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소개했는데, 여성은 ADHD가 내면화되어 표현되고 우울·불안·섭식장애 등 공존질환 비율이 높으며, 사회적 기대 속에서 마스킹·완벽주의·자기비난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기존 연구의 다수가 남아(boys) 중심으로 축적돼 왔기 때문에 여성 ADHD는 진단 지연·오진이 빈번하고, 사춘기·임신·출산·폐경(갱년기)에 따라 증상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생애주기적 복잡성(life-course complexity)’이 존재한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실제로 여러 참석자와의 대화에서도 갱년기 여성들이 인지기능이 갑작스럽게 저하되면서 “치매 초기인가?” 걱정하며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뒤늦게 ADHD를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단순 호르몬 변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마스킹과 보상 전략으로 버텨온 실행기능 체계가 생리적 변화와 함께 한계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이와 함께 Liz Lewis & Michelle Frank, Psy.D.의 ‘Empowering Late-Diagnosed Women’ 세션에서는 늦은 진단(late diagnosis)의 심리적 영향이 깊이 다뤄졌는데, 많은 여성들이 20∼50대에 이르러 뒤늦게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이 이제야 설명된다”는 안도감과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나”라는 상실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밝혔다. 또한 정서조절이 선행돼야 하며, 자기연민·성장 마인드셋·상호조절·건강한 SNS 사용 등 실질적 개입 전략들이 제시되었다. 이는 한국 임상, 특히 갱년기 전후의 다양한 신체·정서 증상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군의 경험과 깊게 공명하는 지점이었고, 한의학계에서도 이러한 여성에 대한 생애주기적 관점과 임상에서 ADHD를 찾아내는 인식이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Lidia Zylowska 교수와 공동 발표 진행 올해 학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University of Minnesota의 Lidia Zylowska 교수와 함께 진행한 Embracing wholeness : Mindful Self-Coaching for adult ADHD 공동 발표였다. 이는 지난 겨울부터 함께 준비해 지난 9월 영국에서 발간되는 정신건강 전문 잡지인 ‘Psyche’에 발표한 공동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으로, ADHD에서 두드러지는 self-talk을 억누르기보다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을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자기 대화’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self-curiosity(호기심으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상태를 인식)→self-compassoin(어려움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해 친절하게 대하기)→self-guiding(ADHD의 강점을 살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향 재설정)’이라는 간결한 흐름을 중심으로,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심리적 도구로서의 마음챙김 기술을 제안했다. 발표에서는 질로우스카 교수가 미루기(procras tination)를, 필자는 여성 ADHD에서 특히 흔한 마스킹(masking)을 예시를 들어 실제 적용 과정을 선보였다. 이후 참석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짧은 실습을 해보도록 했는데, 바로 그 몇 분 사이에 강의장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코치는 “너무 쉬워 보여 지루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놀랄 만큼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고, ‘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클라이언트들에게 곧바로 사용하고 싶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조용하던 강의장이 점점 활기와 따뜻한 연결감으로 채워지는 순간, Mindful Self-Coaching이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ADHD의 자기이해와 변화에 새로운 언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 이를 더 확산하고 인식을 증진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ADHD, 뇌기능 문제로만 보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올해 ADHD2025에서는 눈에 들어오는 특이점은, 코칭에 대한 세션이 굉장히 세분화되어 다양하고 촘촘히 깔려 있었다. 또한 정체성과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기반한 세분화된 집단에 대한 접근으로 여성·중년·AuDHD·Black/Latine/South Asian·LGBTQIA+·종교(기독교·유대교·이슬람)·부모·교육자·기업가 등 정체성별 피어 서포트 그룹과, 문화적 겸손(cultural humility)을 다루는 코칭 세션들이 제시됐다. 그리고 ADHD에 대한 서포터로써 실행기능을 AI로 ‘외주화’하는 등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관계와 삶의 맥락을 전면에 올린 주제들—커플·섹슈얼리티·부모–자녀 관계, 직장 내 정서조절과 적응, 재정(‘ADHD tax’)과 경력, 법적 권리(직장 내 편의), 정책 키노트 등이 구성됐다. 요약해 보자면, 올해 프로그램은 ADHD를 뇌 기능의 문제로만 보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정서·관계·정체성·생애주기·문화적 맥락이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세션에서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실험해보고, 다시 관계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둘째 날 저녁의 Talent Show, 마지막 날의 Closing Party는 정보 교류를 넘어 ‘연결과 fun’이 공존하는 ADHD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신경다양성 그룹에서 가장 마스킹을 덜 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처럼 학회장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들의 경험 자체에 나도 함께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한국 임상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깊이 받아들여, 한국에서도 더 많은 ADHD 사람들이 연결되고, 배우고, 그리고 자신답게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겠다. https://psyche.co/guides/how-to-thrive-as-an-adult-with-adhd-with-mindful-self-co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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