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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변화 흐름 속 한의계도 선제적 대응 필요[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한의계의 미래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자 일차의료 보건의료 전문가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을 초청, ‘가치기반 지불제도- 한의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신현웅 실장은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혁신과 관련 필요성을 시작으로 현재의 추진 방향, 로드맵 및 실행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신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적 기반의 행위별 수가제(건강보험의 86% 비중)를 중심으로 지불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획일적인 구조인 반면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묶음지불(Bundle)과 성과기반(P4P)를 적절히 배합해 운영 중에 있다. 행위별 수가제에 편중…다양한 문제점 야기 획일적인 지불제도 운영으로 인해 더 많이 할수록 더 보상받는 구조가 정착돼 의료비 급증 및 건강성과 정체가 발생하고 있으며, 기능 분화에 따른 유인 부재로 인해 모든 종별에서 기관간 경쟁이 심화돼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지는 문제 또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만성질환 시대, AI·디지털 혁신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이 어려운 문제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 부재로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되고 있다. 신 실장은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질병 특성에 맞는 혼합지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즉 행위별 수가제는 급성기에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만성·예방·연속케어 등에서는 약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행위별 수가제의 강점은 유지하되 취약 영역의 경우에는 성과보상이나 등록제 등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혁신적 지불제도로의 직접 전환이 불가한 만큼 49개의 시범사업을 통해 이행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사업 49개의 운영 현황(’25년)을 보면 △부가지불 30개(61%) △묶음지불 11개(22%) △포괄수가 3개(6%) △사람기반 5개(10%)로 분류되며, 이를 혁신적 지불제도의 이행기 전략으로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신 실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부분의 시범사업을 보면 행위별 수가제의 틀 안에 머물러 있어 이행기 전략으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실제 시범사업의 61%가 단순 가산방식으로, 질 연동이나 사람기반 관련 사업의 확대 없이는 혁신적 지불제도로의 이행은 어려울 것이며, 더욱이 가치기반형 사업의 경우 공급자 참여율이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공급자가 외면하는 지불제도의 확산은 불가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2030년 질병 특성별 최적의 지불방식 도입 목표 그는 이어 “시범사업이 이행기 전략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적 근거 미흡 △통합관리체계 미흡 △본사업 전환 기준 불명확 △성과평가 및 환류 부재 등의 있다”고 밝히는 한편 행위별 수가제의 강점 영역은 유지하고 취약 영역은 대안적 지불제도로 보완하는 △급성+표준 △급성+비표준 △만성+표준 △만성+비표준 등으로 질병 특성별로 구분한 모형 제시를 통해 혁신형 지불제도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신 실장은 “정부에는 2030년을 목표로 질병 특성별 최적의 지불방식을 매칭하고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적 경쟁을 넘어 가치 기반 협력 생태계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결국 어떤 질병이냐에 따라 어떻게 보상할지를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 사람 단위로 보상하고 등록된 환자의 건강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현웅 실장은 “지불제도의 혁신은 수가체계 개선(행위별 수가제 내 개선) 및 건강보험 시범사업 혁신(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한의계 등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제안했다. 먼저 행위별 수가제 내에서의 보상 합리화를 위한 개선방향으로 △수가 불균형 해소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예측가능성 향상 등을 위한 근거 기반의 합리적 수가관리 체계 구축을 제시한 신 실장은 “보상 합리화를 위해선 객관적 기준 확보와 선별적 인상구조 전환, 통합 관리체계 구축 순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상대가치와 관련해선 원가 분석에 기반한 객관화된 자료에 대한 준비를, 또한 환산지수의 선별적 인상기전 구축을 위해서는 ‘어디에 올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기준 마련이 필수적으로 준비돼야 하며, 현재의 가산율 방식을 점진적으로 정책점수로 전환시켜 기본수가 변동과 무관하게 정책을 독립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재정 통제 및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의료환경, 한의계의 역할은? 또한 대안적 지불제도의 방향과 관련해선 시범사업의 정비로 재원을 효율화하고 본사업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가치기반 지불제도 전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예방·건강증진, 아급성기·회복기 등에서의 공백이 없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가해 사람기반 지불제도의 전환 기반을 강구해 이를 이행기 혁신모델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계층적 질환군(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HCC) 개념을 도입해 환자 질환 특성에 따라 의료비 위험도를 반영해 보상을 조정하는 부분과 관련해 한의계가 준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질의에 신 실장은 “HCC를 도입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수술 등과 같은 갑작스러운 질병에 대한 의료비 지출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한의계의 경우에는 일차의료에 집중돼 있는 만큼 HCC 도입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향후 혁신형 지불제도 개편에 있어 한의계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 신 실장은 “일차의료의 전 영역에서 한의계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최근 들어 질병 치료에 더해 질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부터 예방·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부분에 장점을 가진 한의계가 ‘토탈 케어’의 관점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급성기·회복기 영역에서도 한의계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수술이나 치료 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한의약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접근방안도 강구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관련 한의계의 참여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의료 취약지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주치의 모델에는 한의사가 포함되는 것도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모델을 수립하는 연구 등을 통해 한의계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협은 최근 범한의계 일차의료 총력대응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어르신·장애인 주치의, 재택의료,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등 정부 정책의 흐름을 기반으로 사업 추진 로드맵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일차의료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는 판단 아래 회원에게 급변하는 정책의 흐름을 공유하기 위핸 일차의료 보건의료정책 전문가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
초음파, 안 보이는 병변 읽는 ‘한의학의 눈’…경기 회원들 ‘원데이’ 실습▲이용호 회장, 정유용 수석부회장, 송한덕 원장 [한의신문]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이용호·이하 경기지부)가 에코강도 판독부터 갑상선 결절 평가, 복부·경동맥 검사까지 아우르는 초음파 고도화 교육에 나섰다. 특히 첨단 장비를 활용한 원데이 실습을 통해 지방간과 갑상선 질환의 정상·이상 소견을 직접 익히도록 해 회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경기지부는 7일 대한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초음파 진단의 이해’를 주제로 오프라인 보수교육을 실시, 한의 임상에서의 초음파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이용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초음파는 객관적인 환자 상태 확인과 치료 방향 설정에 유용한 진단 도구로, 한의학적 변증과 현대 진단기기의 장점을 조화롭게 활용한다면 국민건강 증진과 한의의료에 대한 신뢰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진단의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마련한 이번 교육을 통해 회원들의 임상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회원들의 높은 참여 열기에서 진단기기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범한의계 일차의료 총력대응위원회를 중심으로 한의 일차의료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한의사의 X-ray 활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수교육은 경기지부 회원 1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아동권리보장원) △이론: 초음파 진단의 이해-복부·비뇨기과·성장판·산부인과·갑상선·경동맥(송한덕 경희한송한의원장) △실습: 초음파 진단의 이해-복부·비뇨기과·산부인과·갑상선·경동맥(송한덕 경희한송한의원장) 순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 에코강도부터 갑상선 결절 판독까지…초음파 진단 원리 교육 이날 강의에서 송한덕 원장은 초음파 물리학의 기본 개념부터 복부·비뇨기과·성장판·산부인과·갑상선·경동맥 초음파 검사에 이르기까지 한의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초음파 진단의 핵심 원리를 폭넓게 다뤘다. 송 원장은 초음파에 대해 “인체 내부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의 눈”이라며 “초음파 판독의 출발점은 에코강도(Echogenicity)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음파 영상 형성의 핵심 개념인 에코(Echo)와 에코강도(Echogenicity)와 관련 송 원장에 따르면 무에코(Anechoic)는 초음파 반사가 거의 없는 상태로 낭종이나 혈액, 담즙, 소변 등 액체 구조물에서 주로 관찰되며, 고에코( Hyperechoic)는 석회화나 결석, 섬유화 조직 등 반사가 강한 구조물에서 나타난다. 특히 담석과 신장결석, 갑상선 석회화 병변 등을 사례로 에코 패턴과 후방음향음영(Posterior acoustic shadowing)의 진단적 의미를 설명했다. 후방음향음영은 결석과 같은 고밀도 구조물에 의해 초음파가 강하게 반사되면서 병변 뒤쪽에 음향 그림자가 형성되는 현상으로, 결석성 병변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소견으로 활용된다. 또한 갑상선 초음파에 있어 결절 평가 시 악성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요 영상 소견으론 △세로 길이가 가로 길이보다 긴 형태(Taller-than-wide) △불규칙하거나 침상형(Spiculated) 경계 △미세석회화(Microcalcification) 등을 제시했다. ▲송 원장의 진단화면은 강당 내 각 모니터로 중계됐다. 다만 송 원장은 “결절의 모양과 경계, 내부 에코의 균질성, 후방음향 특성, 혈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초음파 소견만으로 악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간질환과 종양 평가에 대한 초음파 활용 사례도 제시됐다. 송 원장은 간경변증의 형태학적 변화와 간종양의 에코 패턴, 전이성 간암에서 나타나는 타깃 사인(Target sign) 등의 특징을 소개하며 초음파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병변을 발견할 수 있는 강점도 설명했다. 아울러 초음파 판독이 어려운 이유로 인체의 3차원 구조를 2차원 단면 영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꼽으며, 국제적으로 통일된 횡단면(Transverse)·종단면(Longitudinal) 표시 기준과 해부학적 방향 개념에 대한 이해를 초음파 입문의 핵심이라고 꼽았다. ■ 복부·갑상선·경동맥 검사 시연…임상 적용 노하우 공유 이어진 실습교육에선 송 원장이 지부 회원을 대상으로 직접 프로브를 잡고 복부·비뇨기과·갑상선·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시연했다. 송 원장은 실제 임상 진료실에서 활용하는 프로토콜을 소개하며 “초음파는 환자와 함께 영상을 보며 설명할 수 있는 검사로, 과정 자체가 환자와의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복부 장기 초음파를 통한 주요 해부학 구조물 식별 및 정상·병적 소견 판독 △췌장·주췌관 관찰을 위한 초음파 스캔 기법 △신장 기능 저하·지방간·담낭 질환 평가를 위한 초음파 활용 △갑상선 결절·낭종·석회화 병변 평가 기법 △경동맥 내중막두께(IMT) 및 플라크 분석을 통한 뇌졸중 위험도 평가 등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원데이 실습에서는 경기지부가 초음파 진단기기(X CUBE 70) 8대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8개 조로 나뉘어 송 원장과 조별 서포터의 지도 아래 검사와 판독 과정을 직접 체험했으며, 임상 활용도가 높은 지방간과 갑상선 질환을 중심으로 프로브 조작 및 영상 해석 능력을 익혔다. 한편 이날 보수교육은 ㈜코랩·신흥메드싸이언스·아너스금융·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후원으로 진행됐다. -
‘한국이명학회’ 공식 출범…“한의 신경이과학으로 이명치료의 새 지평”[한의신문] 한의계에 이명 전문 학술단체인 ‘한국이명학회’가 출범했다. 학회는 한의학 기반 통합의학을 토대로 이명·난청·어지럼증을 포괄하는 신경이과학 연구 플랫폼 구축을 통한 이명 치료의 새 패러다임 제시했다. 한국이명학회(회장 황재옥)가 지난달 31일 서울역 삼경교육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이명·난청·어지럼증 등 신경이과 질환에 대한 연구와 교육, 임상 표준화, 공익활동을 추진할 전문 학술단체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황재옥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명은 더 이상 개인 의료기관이나 특정 진료과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의료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한국이명학회를 중심으로 연구와 교육, 정책 개선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30여 년간 이명 환자를 진료하며 전문 학술단체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는 황 회장은 “지속적인 환자 증가에 따라 국제평형신경과학회(NES)를 통한 국제 학술 네트워크는 구축했으나 정작 국내 환자를 위한 연구·교육·정책 활동을 수행할 조직은 부재했다”고 말했다. 특히 황 회장은 현재 이명 진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 검사 결과와 수치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과 전신 건강, 심리적 고통까지 함께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명은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니라 신경계와 심리적 요소, 전신 건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인 만큼 학회는 기존의 제한적인 접근을 넘어 새로운 연구를 통한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태현 총무이사가 진행한 총회에선 임원진의 발표를 통해 학회의 비전과 중장기 로드맵이 공개됐다. ◎ “이명 넘어 난청·어지럼증까지…신경이과학 연구 플랫폼 구축” 맹유숙 학술이사는 이명을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닌 신경계·전신 건강 문제로 규정하고, 연구·교육·표준화를 통한 학술적 기반 구축 방향을 제시했다. 맹 이사는 “고령화와 스트레스 증가로 이명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기존 치료는 귀라는 국소 부위 중심 접근에 머물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제는 뇌과학적 관점과 전신 회복 개념을 결합한 새로운 연구와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이명뿐 아니라 난청(Hearing Loss), 어지럼증(Vertigo·Vestibular)을 함께 연구하는 신경이과학 전문 학술단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표준화(Standardisation) △공익(Public Support)을 4대 핵심 추진축을 설정하고, △병태생리 규명과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연구 플랫폼 구축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진단·치료·재활 프로토콜 개발 △정기 세미나와 전문 교육과정 운영 △의학·심리학·청각학·전산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 확대를 통한 학술적 기반을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맹 이사는 “많은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질환’이라는 설명을 듣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의학이 제시할 수 있는 임상적 대안을 객관적 연구성과와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 “의학·심리학·청각학 협력 확대…국제교류도 추진” 이경윤 수석부회장은 정관과 조직체계를 발표에 나서며 학회를 신경이과학 분야의 융합 연구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명·난청·청각과민·어지럼증 등 신경이과 질환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고 진단·평가·치료·재활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학회의 핵심 목표”라며 “의학·심리학·청각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해 연구와 교육, 국제교류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정관을 총 12장과 부칙으로 구성하고, 회원은 정회원·예비회원·후원회원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운영은 중앙운영위원회가 총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진행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초대 임원진은 황재옥 회장을 비롯해 △이경윤 수석부회장 △백승태 부회장 △강혜영 학술위원장 △김태엽 편집위원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실무이사진에는 △김태현 총무이사 △이희동 국제이사 △문현우 재무이사 △맹유숙 학술이사 △박상우 기획이사 △변희승 편집이사 △김태겸 IT이사가 참여한다. ◎ “분과학회 중심 연구 확대…국제 공동연구 본격 추진” 백승태 부회장은 학회의 국내외 활동 계획과 중장기 발전 전략 발표에 나서며 이명·난청·어지럼증을 학회의 3대 핵심 연구 분야로 설정하고, △이명분과학회 △난청분과학회 △메니에르분과학회 △어지럼증연구회 중심의 연구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논문 발표와 전문도서 출판, 해외 의료진과의 공동연구, 임상 적용 확대를 통해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이를 실제 진료 현장에 반영할 방침이다. 국내적으로는 ‘이명환자 10계명’ 가이드라인 개발과 회원 의료기관의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치료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국제적으론 공동연구와 학술교류 확대를 통한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특히 한의학 기반 이명 치료에 대한 학술적 근거 확충을 통해 대국민 인식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백 부회장은 “앞으로 학술단체를 넘어 치료율 향상과 예방 중심 건강문화 조성, 정책 변화 유도, 한의계 전문성 강화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의료진들을 위한 이명·난청 연구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황재옥 회장은 향후 법인화를 추진해 시민사회와 언론, 행정부, 입법부가 함께 참여하는 공익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학회 초청 제1회 세미나도 개최…차세대 ‘마통운모약침’ 임상 공유 한편 창립총회 이후에는 손영태 제천 명의촌한의원장을 초청해 ‘마통운모약침의 임상 실전’을 주제로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손 원장은 고대 의서에 기록된 ‘운모(雲母)’의 활용 역사와 현대 과학적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운모의 △항균·항염 △혈행 개선 △조직 재생 촉진 △면역기능 강화 가능성 등을 설명했다. 특히 선가와 도가에서 장생약으로 활용된 운모의 전통적 기록을 소개하는 한편, 현대 연구를 통해 확인된 혈관 건강 개선과 퇴행성 질환 관리 가능성, 피부·모발·손톱 건강 증진 효과 등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또한 수용성 운모약침 제조 원리와 초고온 용융 공정을 통한 약침화 기술, 공명 기반 AMTR(Atomic Molecular Technology for Resonance) 기술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운모약침의 약리적 특성과 임상 활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어진 임상 실전 강의에서는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명, 어깨결림과 항강, 두통, 견비통, 슬관절통, 디스크, 척추협착증, 좌골신경통 등 다양한 근골격계 통증질환 증례를 소개하고 실제 자침 시연을 진행해 큰 관심을 받았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4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한다. 어떤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할 것인지, 어떤 교수법을 사용할 것인지,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가 교육 논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의학교육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왔다. 학생들은 정말 우리가 가르치려는 것만 배우는가. 의학교육에서 ‘숨은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afferty라는 학자가 의학교육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한 이 개념은 공식 교육과정과 별개로, 조직 문화와 제도, 인간관계 속에서 암묵적으로 전달되는 가치와 규범을 의미한다. 그는 숨은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전문직 사회화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쉽게 말해, 교육자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이 학교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의료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학습 의학교육에서 숨겨진 교육과정을 분석한 최근 연구들은 학생들이 공식 강의보다 실제 교육 현장의 분위기와 상호작용 속에서 전문직업성을 강하게 학습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 윤리적 민감성, 팀워크, 임상적 판단 태도와 같은 요소들은 공식 교과목보다 숨은 교육과정을 통해 더 강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JMIR Medical Education에 게재된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도 숨은 교육과정은 단순한 비공식 학습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문직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 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환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학생은 단지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의료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환경 속에서 학습한다는 뜻이다. 의학적 지식만 갖춘다고 의료인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숨은 교육과정이 중요하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동료와 협력하는 방식,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자세 같은 것들은 교과서 몇 장이나 수업만으로는 익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교육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체화된다.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학생 문화를 형성 그러나 숨은 교육과정은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숨은 교육과정은 위계적 문화, 질문을 억제하는 분위기, 감정 소진을 당연시하는 문화, 냉소적 직업관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숨은 교육과정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환자 중심 의료를 말하면서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환자를 질환명으로만 지칭한다거나 효율적 처리의 대상으로 다룬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학생의 질문을 번거로운 것 혹은 수업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학생들은 어떤 태도를 내면화하게 될까. 협업을 강조하면서 다른 직역에 대한 편견 섞인 언급이 자연스럽게 오간다면, 학생은 그것을 현실의 규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예민한 관찰자라 할 수 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동시에, 그 강의 내용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는지를 본다.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지, 학생의 서툰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다른 직역을 언급할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존중을 잃지 않는지를 지켜본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종종 강의 내용보다 더 오래 남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숨은 교육과정이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끼리 공유되는 문화 역시 강력한 교육적 힘을 가진다. 2015년 『의학교육논단』에 실린 「의과대학의 잠재적 교육과정과 학생문화」에서는 숨은 교육과정을 단순히 교수 개인의 무심한 태도로만 보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학생 문화(student culture)를 형성하며, 그 안에서 선배의 행동을 모방하고 집단의 암묵적 규칙을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식적으로는 협력과 성찰을 강조하더라도 실제 학생문화가 경쟁과 침묵을 장려한다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일 수 있다. “이 과목은 이렇게 공부하면 된다”는 학습 전략뿐 아니라, “질문은 괜히 튀는 행동이다”, “실수는 들키지 않는 것이 낫다”, “힘든 것은 원래 참는 것이다” 같은 암묵적 메시지들도 학생 문화 속에서 전해진다. 공식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학생 문화가 충돌할 때, 학생들은 종종 후자를 더 현실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인다. 숨은 교육과정은 한의학교육에 중요한 화두 이러한 숨은 교육과정은 한의학교육에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된다. 한의학은 인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환자의 개별적 맥락을 중시하는 철학 위에 서 있다. 그 발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의 기술만이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료인의 품성 또한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한의학교육은 이러한 가치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하면, 공식 교육과정뿐 아니라 숨은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그러한 가치가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을까. 교육자는 흔히 강의안을 통해 교육을 설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오로지 강의를 통해서만 배우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보인 태도, 조직이 용인하는 문화, 선배 집단이 공유하는 규칙까지 모두 교육이 된다. 한의학교육이 정말 인간 중심 의료와 전문직업성을 지향한다면, 우리는 교육과정 개편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교육 문화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만큼,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묻는 일이 필요하다. 강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지만,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이 반복적으로 경험한 태도와 문화가 더 강한 교육 효과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은 교육과정은 이름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향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우리가 가르치지 않았던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
“일차의료, 직능 간 갈등 넘어 환자·역량 중심으로”…‘VALUE 모델’ 제시[한의신문] 통합돌봄과 재택의료·일차의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과 현장 수요 간 괴리와 보건의료 직능 간 역할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의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능 간 업무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판단 틀로 ‘VALUE 모델’이 제시됐다. 정혜인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과 김경한 우석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가 수행,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일차의료를 위한 보건의료인 업무범위 조정 기준 연구: 의료인을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이 대한한의학회지 제47권 1호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의 보건의료 환경은 영상진단장비,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 인공지능 보조진단 기술 등은 과거 특정 직역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던 진단·평가 기능을 재구성하고 있으나 이 같은 변화에 있어 기존 법적·행정적 해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전통적 면허 구분만으로 새로운 의료기술 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은 의료현장의 기능적 변화와 괴리를 빚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일차의료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직역 간 유연한 협력이 필수 과제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 현장 수요와 규제 간 괴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의사와 한의사 간 업무범위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돼오고 있다. ◎ 판례·국제 기준 통합…업무범위 판단 틀 ‘VALUE 모델’ 설계 연구팀은 국내외 법·정책 문헌과 판례를 대상으로 질적 내용분석을 수행했다. ‘의료법’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직역 간 업무 중첩 사례를 분석하고, 핵심 판례(2011도16649·2013도850·2016도21314·2023도10286)를 검토했으며, WHO, OECD, NAM, PSA, AHPRA 등의 외국 가이드라인과 정책보고서를 분석했다. 이후 업무범위 판단 요소를 통합한 ‘VALUE 모델’을 설계했다. VALUE는 △Validity(법적 타당성) △Academic Principle(학문적 원리) △Low Risk(저위험성) △Utility(사회적 효용) △Education/Expertise(교육·전문성)의 다섯 축으로 구성된다. ‘법적 타당성’은 해당 행위가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고, 면허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지는 일차적 기준이며, ‘학문적 원리’는 행위의 기원을 특정 학문이 아닌 현대 과학기술에 따른 정당성이다. ‘저위험성’은 막연한 우려가 아닌 실증적 위해 가능성을 평가하는 요소이며, ‘사회적 효용’은 국민 건강, 접근성, 자원 배분 효율 등 체계 전체의 이익이 판단 기준이다. ‘교육·전문성’은 학부 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심화교육, 임상 수련, 숙련도까지 포함한 실질 역량을 검증하는 요소다. ◎ 국내외 판례·정책, ‘직역 중심’ → ‘역량·위험 기반’으로 전환 연구 결과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내 판례에서 의료인 업무범위 판단 기준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직역의 고유성과 면허 체계의 이원적 구조를 강조하며 경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 판결로 갈수록 명시적 금지 규정의 존재 여부, 실제 위해 가능성, 교육과 숙련을 통해 확보된 역량, 그리고 사회적 필요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법적 타당성 측면에선 초기 판례가 직역 간 행위 이동을 제한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후에는 명문 규정이 없는 중첩 영역에 대해 탄력적 해석이 확대됐다. 특히 2016도21314 판결은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 명시적 금지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2023도10286 판결 역시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체 채취를 ‘진료의 보조’ 범위로 인정하는 등 현장 수요와 제도 취지를 반영하는 흐름을 보였다. 학문적 원리에 대한 판단도 변화해 특정 행위의 학문적 기원보다 목적과 활용 방식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특정 학문체계의 전유물이 아닌 범용적 보조수단으로 본 판결은 이러한 전환을 보여준다. 또한 역량과 전문성 판단 역시 형식적 교육 여부를 넘어 임상 수련과 숙련도를 포함한 ‘실질적 역량’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업무범위 판단의 기준이 ‘직역’에서 ‘수행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환자 안전 기준 역시 추상적 위험에서 실질적 위해 가능성 중심으로 변화했다. 최근 판례는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객관적 근거에 따라 판단하며, 실제 위해 개연성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 업무범위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효용과 의료 현실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부상해, 의료 접근성 제고와 인력 부족 해소 등 공익적 가치가 업무범위 조정의 근거로 반영되고 있다. 국제 동향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WHO, OECD, PSA, AHPRA 등은 업무범위를 고정된 경계가 아닌 환자 안전과 체계 효율을 위한 유연한 개념으로 보고, ‘위험 기반 규제’와 ‘역량 기반 접근’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 수련을 통해 입증된 역량에 따라 업무범위를 확장하는 구조와, 저위험·표준화된 업무를 다양한 직역에 재배분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 VALUE 모델, 사법 판단 넘어 ‘사전적 업무범위 기준’ 필요성 제시 연구팀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기준에 맞춘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법’의 포괄적 금지 구조로 인해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한계가 지속되면서 현장의 역할 조정과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VALUE 모델이 향후 직역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사법부의 사후 판단에만 기대던 기존 구조를 넘어 보건당국과 전문가 단체가 사전적으로 합리적 업무 조정 기준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요구가 이미 전통적 면허 경계를 넘어선 현 시점에서 환자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보건의료인의 실제 역량과 공적 효용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판단 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0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治病必求於本).” 『黃帝內經』 「素問·陰陽應象大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는 증상을 누르고 숫자만 교정하는 대증요법을 넘어 인체 생명 활동 및 대사의 조화로움, 즉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임을 시사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60대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의 증상은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양의사로부터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이라 진단받았다고 했으며, 증상이 심할 때면 라베프라졸, 판크레아틴, 시메티콘, 우르소데옥시콜산, 모사프리드,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등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잠시 증상이 덜한 듯했다가 다시 나빠졌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질병의 내면, 그 근본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했다. 환자는 약 10년 전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및 의무기록을 확인해 보니, 현재 복용 중인 당뇨 및 고지혈증 관련 약물은 글리메피리드 4mg, 제미글립틴 50mg, 메트포르민 1,000mg, 에제티미브 10mg, 로수바스타틴 10mg이었다. 이 중 Sulfonylurea계 약물의 복용량은 2년 전에 하루 1mg이었다가, 1년 전에 하루 2mg으로 증량됐고, 내원 4개월 전부터 현재 용량인 하루 4mg으로 복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환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혈당이 자꾸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화혈색소(Hb A1c) 검사는 약 1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시행했으며, 그 결과는 6.8%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건강 검진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혹이 있다고 들어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검사한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른 병원에서 다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수술 안 해도 되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지금까지 추적 관찰 중이라고 했다. 약 3년 전에는 쓸개에서 1.2 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환자는 소화기 증상 외에도 좌측 무릎 관절의 통증도 호소했다. 무릎 통증은 약 1년 전 발생하였으며, CT 및 MRI 검사에서 무릎 연골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양방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약 140도까지는 통증 없이 무릎 굽히기가 가능하고, 그 이상 굴곡을 시도하면 반대측과 달리 통증이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Hb A1c가 환자의 진술과 달리 8.3%로 매우 높았다(표 1). 표 1. 다약제 중단 및 한의 치료에 따른 대사 지표 및 체성분 변화 당뇨 및 고지혈증 화학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 A1c)가 8.3%에서 7.0%로 크게 개선됨. 대사 건강의 핵심 지표인 TG/HDL 비율 역시 1.7에서 0.9로 개선되었으며, 유의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5.0kg)이 이루어지는 등 안정적인 대사 회복과 신기능(eGFR) 유지를 확인함.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쓸개가 전 절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엽에서 다발성 결절 소견이 관찰되었다. 그 중에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소견을 보이는 결절도 있었다(그림 1). 환자 舌質의 色은 紅, 舌苔는 白•厚 했고, 脈象은 전체적으로 滑•弱•無力했다. 그림 1. 갑상선 좌엽에서 관찰되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결절 좌엽 내 다발성 결절 중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결절의 횡단면(A) 및 종단면(B) 소견임. 결절 경계부를 따라 형성된 강한 고에코의 석회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적인 후방 음영(Acoustic shadowing)이 관찰됨. 이는 과거 수술 권고 및 조직 검사 시행의 근거가 된 주요 병변으로, 환자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 결국 환자의 소화기 및 관절통 증상은 단순히 위장 또는 무릎관절의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라, ‘쓸개 부재로 인한 소화 불균형’, ‘조절되지 않는 혈당으로 인한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다약제 복용에 의한 영향’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즉, 파편화된 국소 증상의 나열이 아닌 전신적인 대사 장애의 연쇄 반응이었다. 이에 消渴의 中消 및 濕熱證으로 진단하고 『東醫寶鑑』에 수록된 加減白虎湯을 기반으로 처방했다. 치료 과정에서 연속혈당측정(CGM)을 통한 면밀한 모니터링 하에 기존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고 조정(Deprescribing)했다. 이들 약물이 일부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혈당 제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저혈당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의 식단,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에 적극 개입하는 “포괄적 다중 한의 치료(Comprehensive, Multimodal Korean Medicine intervention)”를 시행했다. 환자는 치료 8주 만에 Hb A1c가 7.0%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연속혈당측정 데이터에서도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혈당의 극심한 변동성이 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그림 2). 체중은 72.7kg에서 65.6kg으로 7.1kg 감량되면서도 근육량은 유의한 감소 없이 유지됐다. 그림 2. 치료 기간 중 월별 혈당 변동성 및 분포 변화(Monthly Box Plot) 치료 경과에 따른 월별 혈당의 추이를 보여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혈당의 변동성(박스 크기 및 이상치)이 감소함. 심혈관 질환의 실질적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은 96에서 73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HDL은 58에서 79로 상승했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건강의 핵심 마커인 TG/HDL 비율이 1.7에서 0.9로 개선되는 안정적인 대사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표 1). 이와 함께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과 무릎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됐다. 파편화된 증상이나 눈앞의 수치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생명 활동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黃帝內經』에서 강조한 '치본(治本)'이자, 환자를 다약제 복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치유로 인도하는 길이다. 다가오는 통합 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만성질환 주치의’는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통찰하는 의료인이어야 한다. 한의사는 전체론적 관점이라는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도구를 두루 갖추고 있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인이다. 환자에게 진정한 ‘건강한 자유’를 되찾아주는 것, 이것이 한의사인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
“한의임상에 AI 뇌파 분석·바이오마커 등장…맞춤형 표적치료 시대”[한의신문] AI 기반 정량화 뇌파분석(QEEG)이 한의임상에 접목되며 기능 중심 뇌 진단과 맞춤형 표적치료 시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한뇌파한의학회(회장 안상훈)는 최근 ㈜수인재두뇌과학 잠실센터에서 ‘뇌파 기초강의 및 AI를 활용한 뇌파판독 세미나’를 개최, 인지기능 저하와 ADHD, 불안·우울장애 등에서 나타나는 뇌파 바이오마커와 브레인맵 기반 해석 전략을 공유했다. 안상훈 회장은 인사말에서 “AI시대 의료의 핵심은 환자 상태에 대한 객관화·시각화에 달려 있다”며 “한의임상 역시 데이터 기반의 표준화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으로, QEEG와 브레인맵 기술은 진단 신뢰도 제고와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정교화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QEEG의 브레인 맵핑의 임상적 활용(이슬기 수인재두뇌과학 수석소장) △뇌 병리에서 뇌파 패턴까지-QEEG 바이오마커를 통한 인지 기능 저하의 이해(신민철 ㈜바이오시그널랩 대표) △한의원에서의 뇌파 활용 및 한의원 성장 전략(안상훈 회장)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뇌파, 뇌 기능을 읽는 지도이자 환자를 시각화한 언어” 이슬기 수석소장은 QEEG를 통한 뇌의 상태와 정보처리 패턴 분석법과 이를 한의임상의 표적치료 전략과 연결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EEG를 ‘뇌 기능의 창(Window on the mind)’이라고 규정한 이 소장은 “뇌의 각성 상태와 인지기능, 정보처리 패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생체지표”라며 “QEEG는 이에 더해 뇌 기능 상태를 평가·분류·예측까지 연결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주파수 대역별 기능과 임상에 있어 △델타파는 신호 감지·의사결정 △세타파는 선택적 주의·작업기억 △알파파는 억제조절·기억 △베타파는 운동조절·반응억제 △감마파는 기억·지각 통합과 연관된다. 이 소장은 인지저하 환자는 세타파 증가·알파파 감소·TAR 상승 여부를, ADHD 환자는 Fz·Cz 영역의 TBR(Theta/Beta Ratio)과 각성 패턴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접근법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Cortical/Subcortical Axis △Anterior/Posterior Axis △Left/Right Axis 등 ‘뇌 기능 개선의 3대 축’ 기반의 뉴로피드백 훈련 프로토콜도 소개하며 “좌뇌 베타훈련은 저각성 상태 활성화, 우뇌 SMR 훈련은 과각성 안정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한의임상에 있어 브레인맵 기반 시각화는 환자 이해도와 치료 순응도를 높여 맞춤형 중재 체계 구축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PDR·반응성·전후기울기, 인지기능 저하 읽는 핵심 축” 신민철 대표는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가 MRI·CT 등 구조적 이상 이전의 기능적 네트워크 이상 단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핵심 바이오마커로 QEEG를 제시했다. 신 대표는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신경망의 연결성과 리듬이 무너지는 과정”이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의 축적이 시냅스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결국 배경뇌파의 서파화(Background slowing)와 비정상적 뇌 진동(Oscillation)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두부우성리듬(PDR) △반응성(Reactivity) △전후기울기(AP Gradient)를 인지기능 평가의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PDR은 눈을 감았을 때 후두부에서 나타나는 8~12Hz 알파파로, 안정된 각성과 인지기능 상태를 반영하며, 인지저하 환자에선 PDR 소실과 전반적 서파화가 나타난다. 정상군과 인지저하군의 브레인맵 비교에선 인지저하군의 알파파 피크 감소와 저주파 이동 양상이 확인됐다. AI 분석 결과에서 △정상군 PDR score 98.2점·알파파 피크 주파수(APF) 9.5Hz에 비해 △경도 이상 사례는 PDR score 70점·APF 8.5Hz 수준까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지표인 반응성(Reactivity)은 눈을 떴을 때 후두부 알파파가 억제되는 ‘알파 블록(Alpha block)’ 현상이다. 그는 “인지저하 뇌에선 알파 리듬이 지속되는 Unreactive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며 △편측 반응 저하(Bancaud’s phenomenon) △알파파 이상(Paradoxical alpha)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신 대표는 AP Gradient(전후기울기)에 대해 “후두부 알파 감소와 전두부 서파 증가는 aMCI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라며 “PDR·반응성·전후기울기 이상은 인지기능 저하의 핵심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후두부 알파 감소와 전두부 서파 증가는 aMCI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PDR·반응성·전후기울기 이상은 인지기능 저하의 핵심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뇌파는 한의진단의 새 언어”…AI·브레인맵 접목한 임상 전략 제시 안상훈 회장은 한의임상에서 뇌파를 활용한 진단 고도화와 환자 신뢰 구축 전략을 제시하며, AI시대 의료의 핵심 키워드로 ‘시각화’와 ‘객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진맥과 뇌파의 병행 활용 등 한의학의 심신의학적 접근과 높은 접점을 가진다”며 “환자들은 설명받는 경험 자체에서 신뢰를 형성한다. 뇌파는 단순 검사기기를 넘어 한의진단을 이해시키는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 회장이 제시한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AI 분야와의 산학협력 연구 성과(특허출원)에선 컴퓨터 주의력검사(CAT)와 CBCL 등을 활용해 ADHD 의심 아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뇌파 패턴과 ADHD 간 80% 이상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실제 환자 질환별 뇌파 특징도 제시됐다. △ADHD 환자군에서는 전두엽 델타·세타파 증가와 베타파 감소, 세타/베타 비율(TBR) 상승 △불안장애는 전두엽 알파파 비대칭 △우울장애는 좌측 전두엽 활성 저하와 델타·세타파 증가 양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임상 현장에서의 실무 전략도 공유하며 “채널 수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측정과 표준화, 임상 활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라면서 “AI 판독 지원과 지속적인 업데이트, 장비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미나 현장에선 학회와 신민철 대표가 개발한 AI 기반 QEEG 모델인 ‘QEEG-32FX AI’가 소개됐다. 해당 시스템은 디지털 EEG와 QEEG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각성·수면·광자극·과호흡 검사까지 지원하며 뇌 기능 상태를 2D·3D 브레인맵으로 시각화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딥러닝 기반 자동 분석 기술을 통해 PDR·반응성·AP Gradient·연결성·스트레스 지표 등을 정량 분석하고, AI 자동 판독 및 실시간 채팅형 피드백 기능까지 제공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환자 설명력을 높인 모델로 눈길을 끌었다. -
세계인들은 한의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⑦조익준 한의사 •한의신문 인턴기자 •침구의학과 전공의 일본 1874년, 메이지(明治) 정부가 ‘의제(醫制)’를 시행한 이후 일본 한방의학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법령에 따르면, 새로 개업하려는 의사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제학, 내외과, 병상처방 및 수술 시험을 통과해야만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유래한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만 인정하겠다는 의도였다.1) 침구의학이나 방제학 등은 의료 영역에서 제외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1947년엔, 전후(戰後) 일본 정부가 침구사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2) 1967년에는 국민개보험 보장 목록에 6가지 한약을 추가했다. 이후 2000년까지, 그 수는 148개 처방, 848개 제품으로 늘어났다.3) 메이지 정부는 한방의약을 도태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전국민 의무 가입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다.4) 침구술은, 만성화한 △신경통 △류머티스성 질환 △경완(頸腕)증후군 △오십견 △요통 △경추염좌후유증 총 6개 질환에 의사가 동의서를 발급한 경우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생노동성은 이 외 상병에도 담당의가 동의서를 작성한다면 심사를 거쳐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5) 의사와 침구사만 침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침구사가 되려면 후생노동성이 인정한 침술학교(3년제),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대학교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후생노동성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일반의료, 위생, 공중보건, 관련 법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임상의학개론, 재활의학, 동양의학 일반이론, 경혈 일반이론, 동양의학 임상이론, 침술 이론, 뜸 이론 등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6) 한방제제뿐 아니라, 생약과 첩약도 공적 보험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다. 상병이나 이에 따른 처방에 제한을 두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7)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일본동양의학회에서 제시한 수련 과정을 3년 이상 이수하고, 총 6년 이상 임상 경력을 갖추면 한방전문의로 인정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8) 대만 전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전민(全民)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총액예산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9) 중국처럼 중의사 제도를 갖추고 있다. 중의사 교육 과정에는 학사 학위 취득 후 5년제, 고등학교 졸업 후 7년제, 중서의 복수전공 8년제 총 3가지가 있다. 5년제나 7년제를 졸업하더라도 2~3년간 소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중서결합의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데, 7년제를 졸업한 서의사도 마찬가지다.10)11) 중의 급여 항목에는 진찰, 약, 약품조제, 침구치료, 상과(傷科)치료, 탈구정복, 검사, 침구(합병상과) 치료, 특정 질병 외래 강화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공적 보험이 인정하는 중약은 두 가지로 나뉜다. 중약신약과 복방농축중약(한약제제)이다. 2015년 기준, 농축 중약 325개 처방과 6783개 품목이 보장 대상에 들어갔다. 일반 처방은 1회에 7일분을 초과해선 안 되고, 만성병 환자에 한해 1회 최대 30일분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부가 규정도 있다. 침구 치료는 공단에서 제시한 ICD 근거 진단명에 해당해야 공적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치료법이 아닌, 상병에 따라 행위와 수가가 정해진다. 상과 치료는 침구를 이용하지 않는 외과 질환 대상 수기요법이다. 급만성 염좌(족관절 염좌, 요추 염좌, 경추 염좌 등), 건염(주관절외측상과염, 견관절 건염, 완부요측건초염 등), 관절병변(풍습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통풍, 동결견 등) 소견이 있다면, 치료비 보장을 받을 수 있다.12) ♣ 마무리 지난 7회에 걸쳐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브라질, UAE, 베트남, 뉴질랜드, 중국, 몽골, 일본, 대만 총 19개국 공적 의료 보험이 한의약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조사했다. 세계에서 한의약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참고문헌 1) 김옥주, 미야가와 타쿠야, 의사학, 2011.12, 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 서양의사의 형성에 대하여 2) WHO, WHO GLOBAL REPORT ON 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19 3) Tetsuo Akiba, Kampo Med, 2010, History of Kampo Extracts for Medical Use 4)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2026, 국민건강보험 가이드북 5) 일본 후생노동성 보도자료, 2025.04, はり、きゅう及びあん摩マッサージ指圧の同意書の取扱いを改めてお知らせします 6) 일본침구사회(JSAM) 홈페이지(https://jsam.jp/en/acupuncture/education/) 7) 현은혜, 임병묵,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22.04, 일본 건강보험의 한약 급여제도 현황 8) 일본동양의학회, 전문의제도기본규정(https://www.jsom.or.jp/universally/doctor/nintei.html) 9)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서수라 외 3인, 2022년도 주요국의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정책동향 10)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강재 등,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중국종합연구 협동연구총서 16-49-01, 중국과 대만의 중의학(中醫學)-서의학(西醫學) 관계 설정 현황과 시사점 : 인력양성과 보장성을 중심으로 11) 서울Pn, 이현정, “한국 의료 이원화 체제 유일… 中 복수면허·대만 복수전공 양성”(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410013001) 12) 김동수 외 4인,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6.08, 대만 중의 건강보험의 체계와 서비스 질 향상 정책 -
한의약 AI‧디지털 전환 위한 협력 강화[한의신문]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과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병원장 이상관)이 한의약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를 위해 14일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한의약 분야의 지능정보화 기반을 확대하고, 디지털정보 및 AI 연계를 위한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양 기관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 기반의 표준 전자의무기록(EMR) 프레임워크를 보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로 다른 시스템 간 데이터를 원활하게 연계하는 기술)를 확산해 표준화된통합 데이터 모델을 구축키로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디지털정보 기반 연구 및 첨단기술(빅데이터·AI 등) 활용 공동연구 △디지털정보 활용 기반 마련을 위한 환경 구축 및 인적·물적 교류 △한의약 디지털 전환 및 AI 기술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 교육·양성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운영 등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한의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연구 활성화와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한의약 연구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김상진 한의약진흥원 지능정보화센터장은 “이번 협약은 한의약 연구와 데이터 활용 기반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적‧물적 교류 등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 특화 AI 챗봇 ‘맥챗’, 한약실험정보관리시스템 ‘KLIMS’ 운영 및 표준 EMR 프레임워크 개발‧보급 등 한의약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
“경혈 특이성, 신체 전반의 연결성·반응 패턴 속에서 이해돼야”[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 연구팀이 경혈 특이성을 해석하는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안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euroscience’ 최근호에 ‘Decoding acupoint specificity: from neural patterns to bodily maps’라는 제하로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동안 경혈 특이성은 주로 말초신경 분포, 국소 해부학, 척수 분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 뇌영상 기반 연구를 통해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침 자극이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실제로 특정 경혈이 신체 어느 부위의 증상에 활용되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경혈의 기능을 감각 지도(sensation map)와 적응증 지도(indication map)라는 두 가지 신체 지도(body map)로 파악하는 접근을 제안했다. 감각 지도는 자침 후 나타나는 국소 및 전파 감각의 분포를, 적응증 지도는 실제 임상에서 해당 경혈이 사용되는 증상 부위의 분포를 시각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두 가지 정보를 같은 신체상에서 함께 살펴보면, 개별 경혈의 전신적 반응 특성을 보다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자침 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각 분포와 실제 임상 적응증의 분포가 서로 겹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경혈 특이성이 단순한 국소 자극의 결과가 아니라, 신체 전반의 연결성과 반응 패턴 속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윤다은 박사(경희대 한의대 경혈학교실)은 “이러한 관점은 경락 이론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설명돼 온 경혈과 신체 반응의 관계를 측정과 비교가 가능한 신체 공간 정보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면서 “향후 신체 지도와 뇌 영상 지도, 임상 결과를 통합한 연구가 축적된다면 경혈 특이성에 대한 보다 정량적이고 임상적 유용성이 높은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경희대 한의과대학 윤다은 박사·채윤병 교수, 한국한의학연구원 류연희 박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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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한의학 국제표준의 본문은<br/> 발음이 아니라 개념이어야 한다”
- 5 “위기 속에서 증명한 25년 신뢰, 한의계와 아름다운 동행 이어가”
- 6 “한의계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연구 성과 창출”
- 7 디지털의료기기 시장, 진단보조·심혈관 중심으로 형성
- 8 비대면진료 규제 완화…외래진료실에서도 원격진료 가능
- 9 대한동의방약학회, 신임 교육위원 위촉
- 10 파주시한의사회, 한의약 활용한 청소년 체형 불균형 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