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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중의암치료 급여 모델 주목…한의암치료 단계적 급여화 논의[한의신문] 대만이 중의학을 통합암치료의 한 축으로 제도권에 안착시킨 가운데 한국에서도 한의암치료의 건보 급여화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며 증상 완화와 만성기 관리 영역부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동신대 산학협력단은 18일 온라인(ZOOM)을 통해 ‘암 환자의 한의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 대만 중의암치료 급여 모델과 상급병원 운영 사례를 통해 한의암치료 급여 모델을 모색했다. 이번 공청회는 동신대 한의대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수행 중인 암 환자 대상 한의의료 건보 급여 모델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한의암치료의 급여화 추진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대만에서 진행되는 중의 암 보고치료의 건보 급여 모델(정홍강 대만중의사공회 전국연합회 국제이사) △대만에서 중의 암 보조치료 건보 급여 모델의 성과(황택홍 장경병원 중의부 과장) △암 환자 대상 한의학적 관리 사례(김은혜 가천대 한의대 교수) △암 환자 대상 한의 관리의 건보 급여화 방안(김동수 동신대 한의대 교수)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대만, 총액예산제 하 ‘시범사업’으로 중의암치료 단계적 급여화 대만의 중의학 암치료 급여 구조와 시범사업 운영 현황 소개에 나선 정홍강 국제이사에 따르면 대만은 총액예산제 하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중의암치료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고 있으며, 입원·외래 연계형 통합서비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총액예산제 하에서 새로운 수요를 반영하는 통로가 ‘시범계획’이며, 최근 암·불임·입원환자 중의서비스 등 분야에서 예산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중의암치료 통합서비스’ 시범사업으로, △양방 입원 중 중의 개입 프로그램 △치료 후 중의 외래 연계 프로그램 △특정암(유방암·폐암·대장암 등 다수) 대상 프로그램 등 3축으로 구성됐으며, △참여기관은 한방과가 부설된 종합병원·메디컬센터로 제한 △참여 중의사는 3년 이상 임상경험 및 지정 교육 이수 요건을 둬 안전성·표준화를 담보하도록 했다. 수가는 △입원 중 진찰·침구·전침·일일 약값 등 항목별 급여화 △외래 연계 시 처방일수(1주·2주 등)에 따라 청구 단가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정 이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통합암치료의 표준화·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안정성있게 확장하는 모델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황택홍 과장은 대만 상급병원의 중의사 암치료 참여 구조와 건보 운영 현황을 소개했다. 대만의 중의암치료는 건보 체계 안에서 △양방 입원 치료 중 중의사가 통합의료팀으로 참여하는 방식 △입원이 필요 없는 암 환자의 중의 외래 치료 △방문진료를 통한 중의 치료 개입 등 세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이들 치료에는 침·추나 치료와 중약이 활용되며, 암치료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 진료보다 높은 급여 점수가 적용된다. 황 과장은 “중의암치료는 초기에는 항암·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완화와 삶의 질 개선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이를 통해 양방의사들의 인식도 점진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만 건보의 강점으로는 중의치료 이후 환자의 사망률, 합병증, 감염 발생률 등이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축적·관리된다는 점을 꼽았다. 건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과 분석과 근거중심의학(EBM)에 따른 효과 검증, 양방의사를 설득할 수 있는 과학적 통계 축적이 중의암치료의 제도적 안착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황 과장은 대규모 비소세포 폐암 환자 연구에서 중약 치료 병행 시 생존률 개선이 확인된 사례를 제시하며, “양방의학이 암세포 사멸에 초점을 둔다면, 중의학은 면역·영양·심리 상태 등을 조절해 환자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 과장은 “보험 급여 측면에서 대만은 침구 치료와 과학중약, 보조적 중의 치료를 기본 급여로 포함하고 있으며, 탕약 등 비급여 영역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라면서 “암치료에 각국 전통의약이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통합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서포티브 케어, 근거·수요 축적된 한의암치료부터 건보 적용” 김은혜 교수는 암 치료 과정을 △표준 항암치료 △서포티브 케어 △말기·완화의료로 구분하며 “이 가운데 서포티브 케어 영역에서 한의치료의 근거와 활용 가능성이 가장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암성 통증과 화학항암치료 관련 부작용 관리에 있어 ‘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는 침·전침·지압 치료가 권고되고 있으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데이터베이스에서도 한약 처방이 권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한의암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생존기간 연장 △증상 완화 △삶의 질 개선 등으로 제시하며, “특히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 영역에서는 근거와 환자 수요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건보 적용 확대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암 관련 증상 관리와 주요 암종 보완치료에 대한 임상지침 개발이 진행 중인 만큼 근거와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부터 제도적 장벽을 해소한다면 한의암치료는 암 환자 치료 연속선 전반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보 급여화 논의의 진전을 촉구했다. 김동수 교수는 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에 따라 만성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근거 기반의 치료 영역부터 건보 체계 안에 신속히 편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암 환자의 약 43%가 전통의약·보완대체의학을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암 환자의 정신·심리적 지지 측면에서 한의치료의 강점이 확인됐다. 불안과 우울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생존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의치료 이용이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질적 연구에선 암 치료 이전 긍정적인 한의치료 경험이 주요 이용 동기로 작용한 반면 정보 부족과 주치의와의 소통 단절, 경제적 부담에 따라 건보 적용에 대한 요구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정책 과제로 △암센터·종합병원 내 한의과 설치와 협진 체계 구축 △근거가 확보된 한의암치료 표준 임상경로(CP) 개발 △성과기반 지불제도를 활용한 단계적 급여화 △재택·만성기 암환자 돌봄에서 한의치료 활용 확대 등을 꼽으며 “근거와 안전성이 확보된 한의암치료를 통합의학 관점에서 표준화하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급여화 실험을 통해 성과가 입증되면 본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 윤명 국장, 윤강재 부실장, 최성열 이사, 임병묵 교수 ■ “한의암치료 급여화 공감…근거 기반 단계적 접근 필요”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선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한의암치료의 급여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근거 기반의 단계적 접근과 협진 구조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제시된 근거를 통해 한의가 암 환자에게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암 환자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편안한 치료 선택지가 있다면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했다.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은 대만 사례를 언급하며 “의·중 협진이 10년 넘게 시범사업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면서 “급여 논의는 치료를 넘어 예방·돌봄·관리까지 환자의 연속적 경험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열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암성 통증, 피로, 항암 부작용 관리로 범위를 명확히 하면 사회적 논쟁을 줄일 수 있으며, 시범사업과 관리급여를 통한 단계적 접근과 의·한 협진, 통합돌봄, 방문진료 등 공공의료 연계가 환자 안전성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병묵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의암치료의 활용성과 근거는 일정 부분 확인됐으며, 이제 관건은 급여화 전략으로, 퇴원 환자를 대상 증상 완화 중심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하며 급여 대상과 적용 조건을 보다 구체화할 것을 강조했다. -
[자막뉴스] 가천대 길한방병원 '전인 케어·통합암치료 결합 호스피스' 본격 시동가천대 한의학연구소는 '생애 말기 돌봄, 호스피스·완화의료 세미나'를 열고 생애 말기 환자 돌봄을 위한 통합 의학적 관점을 공유했습니다. -
가천대 길한방병원, ‘전인 케어·통합암치료 결합 호스피스’ 본격 시동[한의신문] 가천대 한의학연구소(소장 박완수)는 4일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비전타워에서 ‘가슴에 품은 청진기의 뜻을 이어 생애 말기 돌봄, 호스피스·완화의료 세미나’를 열고, 생애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통합의학적 관점을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가천대 부속 길한방병원에 호스피스 병동 개설을 앞두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철학과 제도, 통합 암치료의 역할을 통해 병원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국내 호스피스 체계의 한계 △다학제 팀 기반의 전인 케어 △한약·침 치료의 임상 근거 등 미래 호스피스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왼쪽부터) 박완수 소장, 송윤경·김근우 원장 이날 박완수 소장(가천대 한의대 학장)은 인사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단순한 치료의 연장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고, 삶의 질을 지키는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앞으로도 생애 말기 돌봄과 통합의료 분야에서 학문적·임상적 기여를 넓히고, 환자 중심의 전인적 케어가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윤경 가천대 길한방병원장은 “본 병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로 도약하는 가운데 이번 세미나가 학부생들과 한의대가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살리고, 전인적 돌봄과 통합의학적 접근을 통해 생애 말기 환자에게 더욱 전문적이고, 따뜻한 케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써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근우 동국대 분당한방병원장은 “올해 본원이 한방병원 최초로 호스피스 병동 지정을 받았고, 가천대 길한방병원도 함께하게 됐는데, 아직 제도가 완비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도가 향후 새로운 수가 신설 등 제도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역량을 갖춘 가천대의 이번 도전이 한의계가 호스피스 분야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은혜 가천대 한의대 조교수가 진행을 맡은 세미나에선 △End of Life, 어떻게 돌볼 것인가?-Comfort Care for All(최윤선 고려대 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장) △호스피스 통합의료와 전인 케어(박준범 새숨병원장·외과 전문의) △한국형 통합암치료의 현재와 미래(유화승 대전대 한의대 교수·대한통합암학회장)를 주제로 강의가 이어졌다. ◎ ‘연명의료 여부’에 치우친 국내 호스피스…‘전인적 돌봄’ 시급 첫 강의에서 한국형 생애 말기 돌봄의 구조적 한계를 짚은 최윤선 센터장은 생애 말기 호스피스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가 하나의 법 안에서 규정되며 ‘연명 중단 시점’이 강조된 반면 WHO를 비롯한 외국에선 ‘전인적 돌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접근 철학부터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택임종 희망 통계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을 보였는데 “재택에서 시신이 방치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이상화하기 보단 홍콩, 스웨덴 등의 사례와 같이 24시간 온콜팀·입원 대기 시스템·충분한 주거 공간을 갖춘 경우에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최 센터장은 “호스피스의 핵심은 임종 직전 며칠만을 돌보는 것이 아닌 시기 적절한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으로, 연명의료 중단 여부와 관계없이 통증·불안 조절과 삶의 정리 과정을 돕는 것이 완화의료의 본래 목적”이라면서, △일차의료·지역사회·요양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현장에서 기본 수준의 완화케어 제공 △복합 요구를 가진 환자를 다학제 전문팀으로 신속히 연계하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호스피스는 장소가 아닌 정신”이라며 “중환자실이든 급성기 병동이든 환자와 가족의 가치·선호를 존중하고, 피할 수 있는 고통은 최대한 줄이려는 태도가 생애 말기 돌봄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 “‘공장형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존엄을 담는 전인적 호스피스 필요” 이어진 강의에서 박준범 원장도 한국 의료가 빠지기 쉬운 ‘팩토리 메디슨(Factory Medicine)’ 문제를 지적하며, 호스피스의 본질을 ‘전인적 돌봄’으로 규정했다. 박 원장은 “진료실에선 암환자의 CT·유전자·수치만을 보지만 수년간의 말기 환자의 고통은 단순 신체 통증보다 자기 소멸에 대한 공포·통제 상실·관계 단절·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 맥락을 읽지 못한다면 AI 진료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원장에 호스피스에 있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학제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 영양, 도수치료·영적돌봄 등) 기반 케어 △마약성 진통제의 과다 사용 경계 및 비약물 요법(마사지·온열·도수치료 등)을 병행한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박 원장은 길한방병원이 준비 중인 통합 호스피스 모델 방향성에 대해선 “의학적 완화케어에 영양·온열·심리 등을 결합해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최대화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전인적 돌봄의 중심에는 결국 사랑과 존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침·태극권·한약…말기 암 통합치료는 이미 ‘국제 스탠다드’” 특히 이날 유화승 교수는 국내외 연구논문을 근거로 호스피스·말기 환자를 위한 성공적인 통합암치료 모델을 제시한 데 이어 세계적인 암치료센터의 동향을 제시했다. 그는 ‘JAMA Oncology’, ‘JAMA Surgery’, ‘JAMA Network Open’ 등 최근 주요 국제저널에서 발표된 연구논문들을 토대로 △태극권·명상을 통한 수면 질 개선 및 생존기간 연장 가능성 △침·전침 치료를 통한 결장·직장암 수술 후 장마비 개선, 항암·마약성 진통제 유발 변비 개선 △침 치료를 통한 전립선 절제술 후 야뇨·배뇨장애 및 삶의 질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또 유 교수는 미국 앤더슨·하버드 암센터가 주도하는 국제 암치료 가이드라인 기관인 미국 통합암학회(SIO)가 매년 암성 통증·불안·우울·피로·불면 등에 대한 통합치료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2021년 ‘암 관련 증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통해 △9대 증상의 표준화 △다학제 팀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공통 근거 언어’ 마련 △위암·유방암 지침 완성과 폐암·전립선암 지침의 추가 개발 등 한의계의 현황과 성과가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EGFR 변이 폐암 환자 대상 표적항암제+한약(HAD-B1) 병용 임상 △면역항암제·보중익기탕 병용 연구 등 통합 임상 근거를 소개하며, “국내에선 한약·항암제 병용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직접 검증하고 있다”면서도 “암 환자의 증상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보험 한약제제가 56종이나 다양화됐으나 여전히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의료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통합암학회에서 통합종양전문가, 통합암치료 인정의, 암전문코디네이터 등을 양성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학부생들의 교육 참여도 당부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말기·임종기 환자에게 통합암치료가 중요한 이유로 △낮은 부담 △높은 체감 효과 △부작용 감소 △삶의 질 개선을 꼽으면서, “목표는 기존 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증상·마음·관계·생애 말기까지를 하나의 연속선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길한방병원 호스피스 병동이 이 연속선의 마지막 구간을 전인적으로 책임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재택 사망 시 ‘변사 의심’…재택임종, 사망확인 제도부터 손봐야”[한의신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가 ‘다사(多死) 사회’를 앞두고 있음에도,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재택임종은 여전히 제도적·환경적 한계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변사 처리 관행 △부족한 가정형 호스피스 △임종기 가족 부담 △재택의료 연계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병원 중심의 고비용 임종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윤경 입법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은 지난달 20일 발간한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위한 자택(재택)임종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재택임종 저해 요인을 짚고, 영국·일본의 제도를 참고한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집에서 죽고 싶다” 67.5%… 현실은 의료기관 사망 72.9%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간 사망 증가와 출생 감소가 맞물리며 ‘인구 데드크로스’가 고착화됐다. ‘다사 사회’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임종 장소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장기요양 수급 노인 조사에서 △응답자 67.5%는 재택임종을 희망했지만 △실제 자택 사망률은 14.7%에 불과했고 △의료기관 사망은 72.9%로 압도적이었다. 원하는 장소에서 생을 마감할 권리, 즉 ‘임종 자기결정권’이 제도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관 임종은 △높은 의료비·간병비 △정서적 불안 △병상 부족 △국가 의료재정 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대안 마련의 시급성이 강조됐다. ■ 자택 사망 시 ‘변사 의심’ 원칙… 검안 절차가 가족에 큰 부담 재택임종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현행 사망 확인 제도로, 우리나라는 모든 자택 사망을 ‘잠재적 변사’로 간주해 △경찰 출동 △검안의 검안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는 말기 암·호스피스 대상자 등 자연사가 명백한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들은 △경찰 조사 △검안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하고, 병원과 달리 사망진단서를 즉시 발급받기 어려워 장례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 검안 인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수는 △2020년 3499명→2025년 2551명으로 줄었고, 특히 의사는 △1901명→945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검안 업무 병목이 심화되면서 보고서는 “현 구조로는 재택임종 확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 가정형 호스피스 부족… 비암성 말기 환자 ‘제도 밖’ 재택임종을 떠받치는 핵심 제도는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다. 한의사 혹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환자 가정을 방문해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택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가정형 호스피스 기관은 올해 기준 전국 39개소로, 정부 목표(2028년 80개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대상 질환도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간질환 △COPD 등 5개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심부전·신부전·치매·노쇠 등 비암성 말기 환자는 제도 밖에 머무르고 있다. 또 본인부담률도 △암 5% △비암성 환자 10~20%로 차이가 커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낮은 이용률 역시 이러한 제도적 불균형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비암성 말기 환자가 급증하는 만큼 대상 질환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가족 부담 완화 위한 ‘임종돌봄 휴가’ 신설 제안 재택임종을 위해선 가족이 거의 24시간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 임종기에는 △호흡곤란 △통증 △섬망 등 상태 변화가 잦고, 가정은 병원 대비 의료기기 접근성이 떨어져 부담이 더 크다. 현재 가족돌봄휴직만으로는 임종기 집중 돌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고서는 △임종 판정 후 1~2주간 사용 △통상임금 일정 비율 소득대체 △야간 대응·응급대처 지원 등 임종기의 특성을 반영한 단기 유급휴가 형태의 ‘임종돌봄 휴가’ 신설을 제안했다. ■ “재택의료를 ‘임종돌봄 경로’로 전환해야” 보고서는 가정형 호스피스만으로는 임종돌봄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며 기존 재택의료 인프라를 임종돌봄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가정간호 △방문간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등은 임종기 대응을 인정하는 별도 수가가 없어 야간·응급 상황 대응이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결국 병원 임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임종 전 72시간 집중 돌봄 가산 신설 △방문진료·가정간호·장기요양 방문간호를 묶은 ‘임종돌봄 패키지’ 수가 마련 △지역 경찰·검안의 연계 프로토콜 구축 △재택의료센터를 ‘지역 기반 임종 관리 허브’로 지정 등을 제시했다. 특히 사망 확인 체계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으며, 자연사가 명백한 경우 간소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현직 병·의원 의사·공공병원·공중보건의 등으로 구성된 ‘지역 임종확인 전담의사 풀’ 구축 △호스피스·재택의료센터 핫라인을 통한 즉시 출동 △사전 등록된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자를 ‘재택임종 예정자’로 관리 △임종관리 기록 공유를 통한 신속 검안 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또한 △임종 단계별 대응 요령 △신고·연락 절차 △필요 서류 △응급대처 △장례 절차 등을 표준화한 ‘국가 임종관리 매뉴얼’ 제정을 촉구하며, “사망 확인 절차의 합리화 없이는 재택임종 정책이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 활성화 △가정형 호스피스 확충과 비암성 질환 확대 △가정 내 의료환경 보장 및 임종돌봄 수가 마련 △가족 부담 완화 △지역 기반 임종확인 체계 구축 등을 제안하며 “사회적으로 임종 선호를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韓 OECD국가 대비 항생제 처방률 높고 정신보건영역 개선 필요”[한의신문]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대비 항생제 처방이 많으며 정신보건영역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아 발간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5’에 수록된 보건의료 질 지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의료 질 현황을 분석・발표했다. 총 6개 영역(①급성기 진료, ②만성질환 입원율, ③외래 약제처방, ④정신보건, ⑤통합의료, ⑥생애말기돌봄)에 대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회원국의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의료 질 수준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과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질환 입원율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뇌졸중 입원 후 30일 치명률은 회원국 중 최저 수준으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항생제 처방률은 2021년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으며, 정신보건 영역의 질 지표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분야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외래 약제처방 영역에서 외래 항생제 총 처방량은 일평균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25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의 소비량을 측정하는 표준단위)로 2022년 이후 크게 증가해 OECD 평균 16DDD 대비 높은 수준이었다. 65세 이상 성인의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장기 처방률은 65세 이상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11.5명으로 OECD 평균 27명보다 낮았으나, 장시간 지속형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처방률은 65세 이상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98.3명으로 OECD 평균 42명보다 약 2.3배 높은 수준이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제는 노인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인지 장애, 낙상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져 주의가 필요한 약물, 특히 장시간 지속형은 과도한 진정 작용으로 인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피오이드(신경계 진통제) 총 처방량은 일평균 약제처방인구 1000명당 0.87DDD로 OECD 평균 17DDD 대비 낮았으며,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환자의 항정신병약 처방률(65세 이상 약체처방인구 1,000명당 45.9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OECD 평균 54명보다 낮았다. 정신보건 영역에서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4.3배, 조현병 진단 환자는 4.9배 높아 OECD 평균을(각 2.7배, 4.1배) 상회했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도 인구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 3.4명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급성기 진료 영역의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입원 시점 기준 30일내 사망 비율)은 3.3%로 OECD 평균 7.7%의 절반 이하를 유지하며, 일본·노르웨이와 함께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은 8.4%로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나, OECD 평균 6.5%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만성질환 입원율 영역에서는 천식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 입원율이 인구 10만 명당 141건, 울혈성 심부전 입원율이 인구 10만 명당 76건으로 OECD 평균(천식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 155건, 울혈성 심부전 210건)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당뇨병 입원율은 인구 10만 명당 159건으로 2008년 319건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나, OECD 평균 111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당뇨병 관리의 장기적인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하지 절단율은 인구 10만 명당 12건(대절단 3건, 소절단 9건)으로 OECD 평균 23건보다 낮아 예방 관리의 성과는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의료 영역에서는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가 다양한 보건의료 제공자에게 효과적이고 연속성 있는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측정한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퇴원 후 1년 내 사망률은 15.5%로 OECD 국가 평균(15.0%)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또한 허혈성 뇌졸중의 이차예방을 위한 퇴원 후 항고혈압제 및 항혈전제 처방률은 병원과 지역사회 간 통합의료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각각 73.8%, 90.8%로 나타나 OECD 평균(각 78%, 73%)보다 높았다. 생애말기돌봄 영역에서는 사망 전 적절한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는 측면에 대한 지표를 측정한다. 생애말기돌봄의 질 수준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인 사망자 중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비율은 38.6%로 OECD 평균 49%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내용에 앞서 ‘의료는 cure와 care로 나뉜다고 생각한다.’의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시작하고 싶다. 두 번째 질문도 있다. ‘cure와 care 모두 치료이다.’의 문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cure와 care에 대한 각자의 상이한 정의가 대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cure는 완치 또는 질병의 소실일 것이고, care는 질병의 관리로 해석될 것이다. 오랜 시간 임상 현장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이 두 문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관리를,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더 나아가면 보다 근본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의료인이라면 질병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를 행해야 진정한 의료 행위지.’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고, 몇 가지의 예시 상황을 말해보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에서 췌장암이 확인된 약 2만 명의 환자 중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또는 4기로 진단된다. 통계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3기 췌장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년이며, 4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약 6개월이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3기 췌장암 환자는 2년으로, 4기 췌장암 환자는 1년으로 생존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항암치료를 받은 4기 췌장암 환자의 50%가 1년 내로 임종하신다는 뜻이며, 다시 한 번 바꿔 말하면, 4기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처방하는 의사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도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의사들을 비판할 수 없으며, 이들이 처방하는 항암제를 ‘치료’로 정의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이 환자들의 항암치료를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감히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췌장암은 워낙 힘든 암으로 알려져 있음을 감안하고, 다른 암종을 조사해 봐도 비슷한 맥락이다. 표준암치료를 받는 4기 폐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4기라고 하면 전신에 이미 암이 다 퍼져있는 중환자의 이미지가 떠올라 1.5년이라는 기간이 크게 이질적으로 안 느껴질 수 있지만, 폐암에서는 그저 폐 양쪽 모두에 암이 확인만 되면 자동적으로 4기로 진단되게 됨을 고려했을 때 4기 폐암 환자의 외형은 건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처방되는 항암치료는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마지막 상황을 살펴보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말기 선고와 동시에 6개월 정도의 여명을 들은 4기 췌장암, 4기 폐암 환자가 있다. 환자 스스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그 와중에 점점 빠지는 체중과 점점 가빠오는 숨 때문에 좌절감, 두려움, 걱정 등등이 오만가지로 섞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몸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표준암치료를 받지 않으니 이전처럼 적극적인 추적관찰은 어려우며 컨디션을 보면서 일단 6개월 뒤에 예약은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래, 6개월 남았다 치자. 그럼, 이 6개월 동안은 누가 나를 돌봐주는 거지? 내가 점점 더 밥을 못 먹게 되면? 언젠가 내가 집에 있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게 되면? 아니, 집에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집에 있는 게 무서워지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환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이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책임은 환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것에 있으며,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사회적 안녕에 대한 의료는 누가 담당하게 되는 것일까.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말기 암을 포함해서 임종을 앞둔 환자까지 모시는 의료 행위를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정의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들이 소위 웰다잉(well-dying)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직역해서 좋은 죽음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행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좋고 싫음은 개개인의 사유와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감히 그것을 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통해 쥐어주겠다고 단언할 수 없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감이 이전 대비 나아지도록, 그것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는 것을 목표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려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care라면, 이것은 진정한 의료 행위인가 아닌가.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임종을 앞둔 환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
재택 임종기 파킨슨병 환자에 침·한약 중재…‘존엄한 죽음’ 도와▲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KBS 인간극장 '열혈 한의사 방호열' 캡처) [한의신문]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사회 진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화, 개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 확산 등으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임종기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침 치료, 한약 투여 등 한의학적 중재가 증상 관리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특히 임종기에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인 ‘호흡곤란’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다 평온하게 하는 데 효과를 보여 주목된다. 진한빛 동신대 한의대 예방한의학교실 연구원, 방호열 거제시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장, 김명호 우석대 한의대 교수, 김경환 우석대 한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이 수행,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택 임종기 돌봄에서 한의학 침·한약을 적용한 파킨슨병 노인 환자 사례’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이 SCI급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ALLIATIVE MEDICINE’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방호열 센터장, 김명호 교수, 김경환 학생 ◎ 지루피부염·변비·호흡곤란…간과된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들 재택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는 비용 효율적이며, 포괄적인 증상 관리를 제공하고 가정에서 임종할 가능성을 높인다. 재택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집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효과적인 증상 관리는 가정에서의 임종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침 치료는 말기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통증, 피로, 구역, 우울, 불안, 호흡곤란을 개선하는 효과가 보고됐다. 파킨슨병은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자율신경 기능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유발한다. 지루성피부염, 변비, 호흡곤란은 완화의료 환경에서 흔히 간과되지만,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지루성피부염은 파킨슨병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하며, 자율신경 기능 장애와 피부 미생물 변화와 관련이 있다. 파킨슨병 관련 변비는 장-뇌 축 기능 저하와 자율신경 조절 장애와 연관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호흡곤란은 덜 알려져 있으나 중추성 호흡 조절 장애와 호흡근 강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완화의료는 전통적으로 암 환자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택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실현 가능한 전략을 제공하지만, 비운동 증상에 대한 근거 기반 약물 치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다학제적 접근, 특히 비약물적 중재가 중요하다. 침과 한약은 말기 암 환자의 피로, 통증, 구토, 불면, 변비 등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파킨슨병 환자의 재택 호스피스완화의료 적용 사례는 거의 없다. 본 증례는 침과 한약의 활용이 증상 완화와 임종기 돌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고한다. ◎ 한의치료, 피부·변비 증상에서 호흡곤란 등 응급상황까지 완화 지난 2022년 12월, 86세 여성 파킨슨병 환자가 거제시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에 의뢰됐다. 보호자인 딸은 장기 입원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며 재택 임종을 희망했다. 8년 전 전두측두치매, 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심한 인지 저하로 최근 2년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언어 소통이 불가능했으며, 와상 상태로 거의 지속적으로 기면 상태였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근경색 병력이 있었고, 복약 순응도가 낮아 관리가 어려웠다. 주요 증상은 호흡곤란, 연하곤란, 변비, 피부 발진 및 가려움, 구내염, 구건증, 전신 관절 구축이었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방문진료를 통해 월 1회 침·한약 치료와 주 1회 간호 방문를 실시했다. 피부 발진·가려움은 침 치료(족임읍혈·후계혈·족통곡혈·전곡혈 자침)와 자운고 도포로 개선됐다. 이어 변비는 침 치료(족삼리혈·곡지혈·양곡혈·양계혈 자침)와 변비 치료제인 ‘윤장순기환(潤腸承氣丸)’ 복용으로 15일 이상 지속되던 변비가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배변으로 호전됐다. 특히 호흡곤란도 침 치료(태백혈·태연혈·소부혈·어제혈 자침)로 관리를 실시했다. 이듬해 2월 28일, 환자는 피로·창백·불규칙 호흡 악화로 응급 방문진료를 받았다. 당시 △혈압 134/72mmHg △맥박 71회/분 △체온 36.6℃ △산소포화도 88% △호흡수 28회/분 △혈당 408mg/dL 상태였으나 침 치료 후 호흡이 안정을 찾았다. 다음날 다시 호흡곤란이 발생했으나, 침 치료 후 점차 호흡이 얕고, 규칙적으로 변하며 평온히 안정됐다. 이어 3월 2일, 보호자는 환자가 고통이나 호흡 곤란 없이 호흡을 멈췄다고 보고했으며, 사후 방문에서 사망이 확인됐다. 피부 발진·가려움은 자운고와 침 치료 후 긁는 행동과 발진이 줄었고, 변비는 규칙적인 배변으로 호전됐다. 호흡곤란은 침 치료 이후 헐떡임이나 고통스러운 모습 없이 안정됐다. 올해 2월 보호자와의 면담에서 “임종기 환자가 흔히 겪는 호흡 곤란을 예상했으나 어머니가 고통 없이 평온히 숨을 거둔 점에 큰 위안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위안을 준 한의학적 중재 이에 대해 연구진은 “환자는 말기 파킨슨병과 조절되지 않은 고혈당으로 인해 자율신경 기능 장애가 심해져 가려움·변비·호흡곤란을 겪었으나 침과 한약 치료가 이를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타 연구에서도 피부 발진·가려움에 있어 침은 △말초신경 및 내인성 오피오이드 활성 △히스타민 수용체 억제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 등을 통해 가려움 완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자운고는 피부 장벽 회복과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준다. 변비는 파킨슨병과 당뇨 환자의 변비는 장신경계 도파민 신경 손상과 자율신경 이상으로 발생하는 데. 침 치료는 장운동 호르몬 조절을 통해 배변을 개선하고, ‘윤장순기환’ 투여는 장 연동 촉진과 수분 재흡수 억제를 통해 효과를 나타낸다. 호흡곤란은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에서 나타나며, 중추 호흡조절 장애·호흡근 강직·약물 부작용 등이 원인이다. 말기 고혈당성 산증은 CSR(Cheyne–Stokes 호흡)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임종기 가족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침 치료는 호흡 패턴 안정과 보호자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재택에서의 침·한약 치료는 인력 및 제도적 제약이 있으나, 암 환자 호스피스 프로그램 등에서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연구진은 “침과 한약이 파킨슨병 환자의 재택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서 증상 완화와 평온한 임종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정서적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비종양 질환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고령자 의료비, 사망 전 6~12개월에 집중[한의신문] 최근 3년간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사망 직전 6~12개월에 의료비가 집중되는 구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 지출은 2022년 10조3000억원에서 2024년 11조7000억원으로 약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지출도 79조7000억원에서 87조6000억원으로 약 10%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의료급여는 2022년 5조2000억원에서 2024년 6조2000억원으로 20%나 늘었고, 건강보험 역시 같은 기간 34조2000억원에서 39조원으로 14% 증가했다. 특히 큰 문제는 ‘사망 전 집중 현상’이다. 사망 직전 6개월간 의료급여 지출은 2022년 7005억원에서 2024년 8056억원으로 15% 늘었고, 건강보험도 4조1429억원에서 4조429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사망 전 12개월 지출도 비슷한 양상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사망 전 24개월 지출은 오히려 줄어, 말기 의료비가 특정 시점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지역 기반 완화의료·호스피스 접근성이 낮아 병원 입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더불어 현재 수가가 입원 중심으로 설계돼 완화의료·커뮤니티 케어로 전환할 유인이 없어, 의료급여에서 말기 의료비 증가율을 더 가파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병훈 의원은 “고령자 의료비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지역사회 돌봄 확대를 통해 말기 의료비 집중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이어 “의료급여 수급자는 사회적 취약계층이자, 우리 사회가 끝까지 지켜야 할 분들”이라며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만큼 정부는 이분들이 불필요한 입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기반 완화의료와 돌봄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동국대일산병원·일산한방병원 개원 20주년 기념식 개최[한의신문] 동국대학교 일산병원(병원장 백용해)·일산한방병원(병원장 김동일)이 23일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돈관 스님을 비롯해 윤재웅 동국대학교 총장, 이해원 의료원장, 백용해 일산병원장, 김동일 일산한방병원장, 이동환 고양시장 등 내외빈과 교직원 300여 명이 참석해 개원 20주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미래 발전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념식에서는 장기근속자 표창을 비롯해 이사장 공로상, DUMC 혁신상, 동국학술연구상, 모범 교직원 표창장 시상도 함께 진행했다. 이날 돈관 스님은 “그동안 교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며 무아보살행과 환자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동체대비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백용해 일산병원장은 “교직원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자비와 지혜의 등불로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주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동일 일산한방병원장은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한의 진료 공간 재정비 및 12층 탕전실 재정비, 호스피스 완화의료, 암에 대한 치유 의료 등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호스피스에서의 희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현 의료체계가 말기 암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사에도 공공연하게 보도되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 2개의 의료 직군 중에 한의사가 포함돼 있으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그렇기에 한의계 내부에서도 수요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고, 말한다 한들 막연한 두려움을 먼저 앞세우게 될 뿐이며, 설사 임상 현장에 일단 뛰어든다 한들 한의치료를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 신설 ‘우리라서 이런 건가? 한의사만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과제인가?’라는 의문을 붙들고 있던 순간, 교육을 진행하시던 의과대학 교수님께서 연자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으셨다. “어때요? 원래 하시던 일과는 좀 다르죠. 다학제 팀 회의도 그렇고, 치료 과정도 그렇고…”. 잠시 말을 멈춘 교수님은 쉽게 읽히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우리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차분히 말씀을 이어갔다. “제가 같은 의사들한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알아요? 너 네가 하고 있는 게 ‘치료’ 맞냐, 사람을 살리는 게 치료지. 그건 돌봄일 뿐이라고. 심지어 옛날에는 이 돌봄이라는 행위들을 봉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봉사하면서 왜 돈을 받으려고 하냐고 공격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이 돌봄이야말로 분명한 치료 행위이고, 여기에 대한 수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수가 신설하려고 고생하던 시절 생각하면 지금도 아득합니다.” 지난 5월, 동국대 분당한방병원이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신규 지정됐다. 모든 한방병원 중에서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사례이며, 한·양방을 통틀어 총 103곳의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중 단 1개의, 최초의 한의의료기관이 마침내 나온 것이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두 달 뒤, 한방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 체계가 신설됐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포괄수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가의 유무와 수준은 곧 기관의 존속과 직결된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이 수가가 의과 병원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으며, 이 과정에서 고군분투하셨던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 참으로 감개무량했던 소식이었다. 살 수 있다는 확신만이 희망일까? 그러던 중, 그 수가를 최초로 만드셨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순간 더 깊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교수님의 말씀 자체 또한 말기 암 환자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의료인이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도 여전히 저한테 ‘살리는 치료를 하러 와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볼게요. 호스피스는 희망이 없는 곳인가요? 호스피스에 오신 분들은 희망을 버려야만 하나요? 희망이 뭘까요? 반드시 살 수 있다는 확신만이 희망일까요?” 이어진 말들은 환자들의 이야기였다. 3개월 선고는 받았지만, 아들의 결혼식은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 환자의 소원을 끝내 들어주고, 몇몇 의료진들은 결혼식에까지 참석해서 다 같이 눈물을 흘렸던 일. 10대 여자아이가 말기 선고를 받고 왔기에 소원이 뭐냐고 물었더니(미성년자가 호스피스로 오게 되면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이벤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교황님과 함께 세상이 사랑으로 충만해지길 함께 기도하고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하기에 모두가 합심하여 소원을 들어줬던 일. 죽음만큼은 외롭지 않게 맞고 싶다는 환자의 부탁에, 오랫동안 끊겼던 가족과의 연을 어렵사리 다시 이어주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 일. 임종의 끝에 의료진들을 바라보며 ‘그간 고마웠다’라고 인사하고 웃으며 눈을 감으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 의학적으로는 모두 같은 ‘종결’ 상태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은 결코 사소하거나 의미 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살리는 치료’가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의 치료 과정이나 남은 생의 시간에 희망이 없었다고, 저는 감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호스피스에서의 희망’을 무엇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 교육이 끝난 뒤, 한 교수님이 조용히 나를 따로 부르셨다. “곧 소식 들릴 거로 알고 있습니다(당시는 동국대 기사가 공식적으로 나기 전이었다). 한의사분이 교육에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는 걸 처음 보는데, 본인도 어떤 뜻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신에, 잘~~해주세요. 잘 해봅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서 한의계가 맡을 몫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제도적, 임상적, 이론적, 체계적 모든 면모에서 이제 겨우 걸음을 뗀 수준이다. 그러나 분명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며,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고, 무엇보다도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우리만의 희망의 정의를 새롭게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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