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정부가 치매환자의 지역사회 내 지속적인 치료·관리를 위해 도입한된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도 지역 간 극심한 실적 편차와 의료기관의 저조한 참여율로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1차 시범사업 지역 42곳 중 12곳(28.6%)은 등록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전체 등록환자의 81.6%가 4개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참여 신청 의료기관 중 실제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24.6%에 그쳐 사업 확대에 앞서 환자 등록부터 진료 연계까지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치매관리주치의 1차 시범사업 지역 42개 시·군·구 중 12곳의 누적 등록환자는 0명으로 집계됐다.
등록 실적이 전무한 지역은 △서울 은평구 △광주 서구 △대전 중구·대덕구 △울산 남구 △강원 속초시 △충남 서천군 △전북 군산시 △전남 순천시·영암군 △경남 거제시·남해군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등록환자 7188명 중 5872명(81.6%)은 △전남 목포시 2824명 △서울 노원구 1218명 △경기 고양시 1084명 △경북 문경시 746명 등 4개 지역에 집중됐다. 나머지 38개 지역의 등록환자는 1316명(18.4%)에 그쳤다.
지역별 치매환자 규모와 참여 의료기관 수를 보정하지 않은 단순 등록 실적이라는 점에서 지역 간 사업 성과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지역에 등록환자가 집중된 반면 12곳에서는 환자 등록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역별 서비스 접근성과 환자 연계체계의 편차가 드러난 셈이다.

참여 신청기관 75.4% 서비스 제공 실적 없어
의료기관의 사업 참여 신청이 실제 진료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도 확인됐다. 심평원의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효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사업 참여를 신청한 의료기관은 252개소였지만 실제 치매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기관은 62개소(24.6%)에 불과했다.
나머지 190개소(75.4%)에서는 조사기간 중 서비스 제공 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참여기관 확보라는 외형적 성과와 실제 서비스 공급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의 실효성을 판단할 때 단순 참여 신청기관 수보다 △실제 서비스 제공기관 비율 △지역별 환자 등록 실적 △등록 이후 서비스 이용률 △지속관리 여부 등을 핵심 지표로 살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서비스 이용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도 확인됐다. 전체 등록환자 7188명 중 6575명(91.5%)이 한 차례 이상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효과 평가에서 동일 의사 진료 비율은 등록 전 88.5%에서 등록 후 95.5%로 7.1%p 상승했다. 치매 약물순응도 역시 등록군이 대조군보다 2.6%p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비스에 진입한 환자에게는 진료 연속성과 약물관리 측면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지만, 의료기관의 참여 신청이 실제 서비스 제공으로 연결되는 과정에는 여전히 공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사업지역 42곳→92곳 확대…기존 등록 공백부터 해소해야
정부는 올해 8월부터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지역을 기존 42개에서 92개 시·군·구로 확대하고, 참여 의사도 315명에서 417명으로 늘렸다. 사업기간 역시 당초 1차 시범사업 종료 시점인 올해 6월에서 2028년 12월까지 연장됐다.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은 치매 진단을 받은 외래환자가 거주지 인근 의료기관에서 치매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동반 만성질환까지 지속적으로 관리받도록 설계된 제도다.
서비스는 △치매전문관리(포괄평가·종합계획 수립·교육상담·환자관리·의원급 방문진료) △통합관리(치매전문관리+고혈압·당뇨병 등 일반건강관리)로 구분된다.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치매전문교육 이수 의사가 주치의로 참여하며, 치매안심센터 등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도 포함된다.
문제는 기존 사업지역에서도 환자 등록과 실제 서비스 제공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지역과 참여 인력 확대가 환자의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 향상 여부다.
특히 등록환자가 전무한 지역에 대해 △참여 의료기관의 실제 운영 여부 △지역 내 치매환자 대상 사업 안내·등록체계 △치매안심센터와 의료기관 간 연계 실태 △환자 등록 이후 지속관리 현황 등을 분석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병훈 의원은 “치매환자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치료·관리받을 수 있도록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방향”이라면서도 “사업지역으로 지정되고도 등록환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은 환자가 실제 서비스에 연결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사업지역이나 참여 의사를 몇 명 늘렸는지를 넘어 실제 치매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되는지, 환자가 등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받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중앙치매센터가 협력해 지역별 등록 공백의 원인을 분석하고, 환자 등록부터 서비스 이용과 지속관리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