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생애말기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의재택임종이 새로운 돌봄 모델로 제시했다. 이는 의료·돌봄·장례·사후 지원이 연결된 통합돌봄 체계로, 이에 한의대 교육 확대와 한방병원 거점화, 호스피스 수가 마련 등 제도적 기반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가천대 한의학연구소(소장 박완수)와 가천대 부속 길한방병원(원장 송윤경)은 22일 온라인(ZOOM)을 통해 ‘완화의료·통합의료 세미나’를 개최, 생애말기 한의재택임종의 역할과 과제를 논의했다.
‘완화의료·통합의료 세미나’는 길한방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개설에 발맞춰 말기 환자를 위한 한의학적 통합치료 모델을 정립하고, 한·양방 협진 체계를 강화하고자 의료진과 연구진을 대상으로 매월 개최돼오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KBS 인간극장 '열혈 한의사 방호열' 캡처)
◎ 의료·돌봄·장례까지 연결…거제 재택의료센터가 보여준 가능성
이날 세미나에서 방호열 한의재택의료학회장은 ‘재택의료에서의 생애말기돌봄 호스피스 재택임종-거제시 재택의료센터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그가 경험한 재택임종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재택임종은 단순히 집에서 사망하는 것이 아닌 의료·돌봄·장례·사후 돌봄이 연결된 지역사회 기반의 생애말기 돌봄 체계”라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 회장은 통계청 자료를 들어 “향후 30년 내 사망자가 연간 70만~80만 명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출생자는 지속 감소하고 있어 ‘돌봄을 받을 사람은 늘고, 돌볼 사람은 줄어드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사망자 분석 결과 65세 이상 사망자의 67.4%가 사망 1년 전까지 재택에서 생활했으며, 암환자는 임종 3개월 전, 비암성 질환자는 임종 1개월 전부터 병원·시설 이용이 급증했다. 그는 “생애말기 돌봄의 중심이 여전히 지역사회에 있는 만큼 재택의료·방문진료·가정형 호스피스 확대와 함께 비암성 질환자를 위한 상시 재가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회장은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국내 재택임종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일본은 사망원인 중 ‘노쇠(老衰)’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90대 이상에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여성은 89세가 돼도 절반이 생존해 있는 시대”라며 “고령층 상당수는 급성기 질환보다 서서히 기력이 쇠하며 임종을 맞이하기 때문에 재택임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SBS ‘뉴스토리’ 캡처
특히 방 회장은 거제시 재택의료센터의 임종 사례를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2022년 12월 이후 사망으로 퇴록한 환자는 총 33명이며, 이 가운데 21명(64%)이 자택에서 임종했다. 직접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사례는 11명으로, 알츠하이머병·암·파킨슨병·복부대동맥류·노쇠 등이 주요 사인으로 확인됐다.
재택임종은 단순한 방문진료가 아닌 다학제 기반의 생애말기 돌봄 체계로 운영됐다. 그는 △생애말기 돌봄·사전연명의료의향서·장례 계획 등 임종 전 교육 △24시간 온콜(On-call) 체계와 혈압·산소포화도 등 바이탈 모니터링 △한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협업 기반의 다학제 서비스 △장례식장·경찰·소방·지역 병·의원 연계를 통한 사후 돌봄 등을 제공해왔다.
방 회장은 “재택임종은 환자가 집에서 돌아가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의료와 돌봄, 장례, 사후 지원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사회 기반 생애말기 돌봄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86세 와상 환자 사례도 소개됐다. 보호자들은 “집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죄책감과 임종 절차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방 회장은 호스피스 돌봄과 장례 절차 안내, 경찰 사전 협의를 지원했고, 환자는 재택의료 시작 60일 만에 가족 곁에서 생을 마감했다.
방 회장은 “보호자들은 ‘병원에 보내지 않은 것이 잘못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며 “재택임종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작별할 시간을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보호자는 임종한 어머니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며 ‘덕분에 후회 없는 이별을 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의재택임종의 과제로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론·임상·술기·참관) 구축 △생애말기 돌봄·호스피스 수가 체계 마련 △통합돌봄 정책 내 재택임종 포함 △다학제 협력 강화 △지자체·정부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제시하며 “한의 생애말기 돌봄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으로, 재택임종이 일부 기관의 특수한 시도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완수 소장, 송윤경 원장, 김은혜 조교수
◎ “한의재택임종, 이제는 교육·거점병원·돌봄 체계까지 논의할 때”
이어진 토론에선 재택임종의 교육·돌봄·의료전달체계 측면의 과제가 제시됐다. 박완수 소장(가천대 한의대 학장)은 “재택임종은 의료와 돌봄,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영역인 만큼 이를 담당할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며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도 생애말기 돌봄과 호스피스, 재택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재택의료 현장을 이해하고, 한의사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며 “가천대 한의학연구소 역시 학술적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한의 생애말기 돌봄의 기반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송윤경 원장은 호스피스 병동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재택임종이 ‘끝까지 함께하는 돌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거제시 재택의료센터의 사례는 대형병원에서 여러 직종이 나눠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이라며 “재택의료는 방문진료를 넘어 환자의 생애 말기 전 과정을 함께하는 돌봄 체계”라고 평했다.
이어 “호스피스 환자의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케어에 있다”며 “재활의학적 관점에서도 관절구축(關節拘縮)을 예방하고 환자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재택 현장에서도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한의사들이 일차의료와 재택의료 영역에 적극 참여하고 관련 교육과 학술활동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대학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확대돼 재택 돌봄 모델이 구축된다면 한의 생애말기 돌봄의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가천대 한의대 조교수는 한방병원이 재택의료를 지원하는 협력·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재택의료 현장에선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전원이나 전문 진료 연계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한방병원이 협력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재택의료 체계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장애인 주치의 제도를 논의할 때도 거점병원과 방문진료를 연계하는 모델을 구상한 바 있으나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한방병원은 기능적으로 일차의료를 지원하는 2차 의료기관인 만큼 재택의료 확대에 따라 환자 연계와 전문진료를 담당하는 거점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