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가 정책의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장관님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과 서만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악철폐 TF 위원장·유창길 부회장 및 박종훈 대한한방병원협회 보험위원은 11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의 전면 재검토를 거듭 요청했다.
이날 윤성찬 회장은 “자배법은 자동차 사고 피해자 보호와 손해배상 보장 제도 확립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 현재 국토부가 추진 중인 상해등급 12∼14급 환자에 대한 8주 초과 치료 제한은 의학적 근거도 없이 교통사고 피해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더욱이 자배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융감독원에서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하는 등 한의협이나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무진에서는 8주 초과 치료 제한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해등급 12∼14급 환자=나이롱 환자(?)
윤 회장은 이어 “상해등급은 보험 보상 목적의 분류일 뿐 의학적 중증도를 대변하지 않으며, 환자의 기왕력과 치료 반응 등에 따라 원상회복 기준은 크게 달라진다”면서 “상해등급 12∼14급 환자에 대한 일률적인 치료기간 제한은 이들을 ‘나이롱 환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 ‘잠재적인 부정수급자’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게 만드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계 내부에서의 자정 활동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유창길 부회장은 “한의 자동차보험은 이미 4주 초과시 진단서 제출이라는 규제가 작동하고 있으며, 입원·외래·추나요법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기간별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엄중한 심사를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다양한 제한이 있음에도 8주 초과 치료 제한이라는 제도를 추가적으로 하는 것은 자배법의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학적 근거 및 왜곡된 통계에 기반한 정책 추진은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국토부가 근거로 든 ‘12∼14급 환자의 92%가 8주 내 종결된다’라는 보험개발원의 통계는 보험사의 향후치료비를 활용한 조기 합의 결과일 뿐, 실제 의학적 회복(치료 종결)을 의미하는 지표는 아니라는 것. 일례로 편타성 손상 환자의 50% 이상이 3개월 후에도 통증을 경험하며, 5%는 장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등 ‘종결’이라는 의미는 치료의 종결이고, 이에 대한 통계를 근거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척추관협착증 등 9급 환자를 12급으로 판정
또한 자배법 시행령 [별표1]에서 상해 구분별(1∼14급) 한도금액과 영역별 세부지침(신체부위별)을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 보험사는 척추관협착증 등 9급에 해당하는 환자 다수를 12급으로 판정하고 있으며, 국토부는 이같은 왜곡된 통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종훈 보험위원은 “‘척추관협착증이나 추간판 탈출증이 외상으로 증상이 발생한 경우나 악화된 경우는 9급으로 본다’는 법령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보험사가 척추 염좌 진단만을 수용해 12급으로 판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배법 개정안은 이같은 왜곡된 통계를 바탕으로 설계돼 있는 만큼 명확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보험위원은 이어 “실제 현장에서 ‘나이롱 환자’가 양산되는 주요 원인은 ‘합의금’ 때문이며, ‘향후치료비’ 지급대상에서 상해등급 12∼14급 환자를 제외하는 내용만으로도 ‘나이롱 환자’를 없애겠다는 제도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8주 초과 치료 제한이라는 정책을 함께 병행해,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치료권마저 제한하려는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료인 전문성 침해
이와 함께 서만선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장관님께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라고 답변해 주신 부분은, 정책 전체 자체를 다시 보겠다는 공식적·정책적 판단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하지만 실무 논의에서는 ‘8주’ 기준 존치를 전체로 한 세부 조정에만 머물러 있어, 국정감사에서의 발언 취지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윤성찬 회장은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해 보험업계의 왜곡된 통계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번 자배법 개정안으로 인해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료인 고유의 전문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서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가 아닌, 교통사고 피해 당사자의 원상 회복이라는 자동차보험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장관님의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날 한의계 방문단은 이날 설명한 내용 등이 담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정 관련 “교통사고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인가, 보험사의 비용 절감인가?”’라는 자료를 김윤덕 장관에게 전달하면서, 세부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내달 간담회 통해 8주 초과 치료 제한 의견 청취
한편 한의계의 의견을 청취한 김윤덕 장관은 “‘나이롱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8주’라는 기간을 놓고 이견이 분명 있음에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며, 한의계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8주’라는 기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3월 초에 국토부, 한의협, 보험사, 시민단체가 모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이 자리를 통해 서로의 의견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