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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09일 (월)

“법 제정은 지연, 보험료는 집행”…순서 뒤바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법 제정은 지연, 보험료는 집행”…순서 뒤바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국회입법조사처, ‘특례법 제정 전 책임보험료 지원부터?’ 보고서 발간
“법보다 앞선 보험료 국가지원, 필수의료 분야 ‘자기책임 원칙’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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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정부 스스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발표하고도 법 제정 논의에 앞서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을 먼저 시행하면서 제도 간 정합성과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례법안의 취지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면제’가 아닌 ‘형사 부담의 합리적 조정’에 있음에도 법 제정 이전에 도입된 보험료 국가지원 정책이 오히려 제도의 방향성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최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전에 책임보험료 지원부터?-자기책임주의 역행하여 논란 자초한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책임의 사회화’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법률적 근거 마련 이전에 의료인의 손해배상보험료를 국가 재정으로 대납하는 방식부터 도입하면서 의료인의 ‘자기책임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필수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환자의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 구제를 도모하는 한편 의료인이 과도한 형사 책임 부담 없이 안정적인 진료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핵심은 의료인이 ‘책임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일정 요건 하에서 형사처벌을 제한하거나 감경하는 구조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의 지연과 정부 제출 지체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고, 정부는 연말까지 쟁점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법안 제정에 앞서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해당 사업을 위해 50억25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해 보험자를 선정했으며, 올해는 관련 예산을 82억원 규모로 대폭 증액 편성했다. 

 

김 조사관은 “이 같은 정책 흐름이 향후 특례법이 제정되더라도 책임보험 가입을 의료인의 의무로 명문화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배상 재원은 누구의 몫인가…‘자기책임 원칙’과 충돌한 보험료 국가지원

 

김 조사관은 특례법안의 핵심 쟁점으로 △배상 재원 부담 주체 △입증책임 전환 △의료사고 조사 주체의 공정성 확보를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배상 재원 부담 구조를 들었다.

 

우리나라 민법은 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의료 분야 역시 의료인의 과실이 입증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의료인은 책임보험이나 공제를 통해 위험을 분산해 왔으나 현재 책임보험 가입은 자율에 맡겨져 있고 법적 근거 역시 임의 규정에 그치고 있다.

 

특례법안 또한 책임보험 가입을 형사특례의 전제로 삼고 있을 뿐, 보험 가입 자체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다만 당시 함께 논의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언주 의원 대표발의)’에선 종합보험·공제 가입 의무화를 형사특례 적용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조사관은 “이러한 법적 논의가 정리되기도 전에 정부가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부터 시행하면서 과실에 따른 배상 책임 이행 비용을 국가가 대신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는 자기책임주의의 기본 원리와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특례법2.jpg

 

■ 입증책임·공정성·형평성…특례법 제정 전 풀어야 할 과제

 

특례법 논의 과정에서 입증책임 전환 여부 역시 핵심 쟁점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김 조사관은 “최근 법리 흐름은 위험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주체에게 입증 책임을 귀속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례법 제정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례법이 시행될 경우 의료사고 조사와 피해 사정이 보험사나 공제조합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무과실 보상이나 신속한 합의 권고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과실 여부와 피해액을 판단하는 조사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독립적인 전문기구 설치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조사관은 “지원 대상이 제한된 상태에서 예산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며,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특례법 제정을 위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입증책임 전환 여부 △피해조사의 공정성 확보 △형사특례 적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것을 제안했다.

 

김 조사관은 정부의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 또한 △자기책임 원칙 훼손 △필수의료 개념의 자의성 △전문 과목 간 형평성 문제 △책임보험 의무화라는 장기 정책 목표와의 충돌이라는 네 가지 논란을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의 경우 의료인이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정부는 잔여분이나 고위험 특약에 한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무과실 의료사고는 공적 보상 체계로, 과실 사고는 책임보험으로 처리하는 이원화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제도 간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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