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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09일 (월)

중국 전통의학은 왜 ‘국가 시스템’ 안에 있는가

중국 전통의학은 왜 ‘국가 시스템’ 안에 있는가

오현민 한의협 국제이사, 제18차 한·중 전통의학협력조정위원회 참가
"중국, 전통의학을 임상·연구·산업·국제 전략으로 연결"

오현민 이사 한중기고1.jpg

오현민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한의신문]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제18차 한·중 전통의학협력조정위원회 참석과 함께 중국중의과학원 부속 서원병원, 국영 전통의약 기업 동인당을 방문하며 중국 전통의학이 국가 시스템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일정은 중국 전통의학의 규모나 성과를 나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통의학을 임상·연구·산업·국제 전략으로 어떻게 연결해 설계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오현민 추가사진.jpg

 

◎ 전통의학을 ‘보조’가 아닌 공공의료의 한 축으로 설계

 

회의에서 중국 측은 반복적으로 “전통의학은 보조요법이 아닌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병원, 재활, 노인·만성질환 영역에서 전통의학이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는 전통의학을 민간 영역에만 두지 않고 공공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중국 측은 공공병원에서 다뤄져야 데이터 축적과 제도화, 표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고, 양측은 공공병원 간 협력이 전통의학 제도화와 임상 데이터 축적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중국에서는 질병 분류, 진단 체계, 데이터 수집 역시 정부 주도로 정비되고 있었다.

 

위옌홍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장은 회의에서 전통의학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정책 인식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는 중의약 산업을 국가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의 직접 지시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관련 법률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관리 시스템, 의료 서비스, 과학기술, 교육 체계가 함께 안정돼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중장기 프로젝트와 규범을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병원.jpg

 

◎ 임상·연구·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국가 플랫폼의 현장

 

중국이 전통의학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있는지는 통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중국에는 10만 개의 중의 의료기관이 존재하고, 114만 명 이상의 인력이 종사하며, 연간 17억 건의 중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중국 전체 진료의 약 20%에 해당한다. 2급 이상 병원의 92%에 중의학과가 설치돼 있고, 도시의 단지위생원과 농촌의 향진위생원 등 기초 공공의료기관의 99%에도 중의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중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급 전문기관 1100곳, 중서통합 전문의 양성기관 600여 곳도 구축돼 있다.

 

국가급 임상·연구 거점으로 기능하는 서원병원은 이러한 구조를 현장에서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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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단순한 중의병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임상·연구 데이터 축적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하루 8,000건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표준화된 첩약 조제·출고 시스템은 전통 처방을 현대 의료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는 기술적 기반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기성 중약 제제와 현대 제약 형태의 처방은 별도 라인으로 운영되며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진료 현장에서는 중의학과 서양의학이 병렬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중의학적 치료와 함께 로봇 재활, 첨단 영상 진단, 현대적 재활 장비가 자연스럽게 결합돼 있었고, 전통의학은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공공병원 통합 의료 체계의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임상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병원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중의과학원을 통해 국가 연구 체계로 연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원병원은 전통의학 활용 방식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축적하는 실험실이자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현민 이사 한중기고2.jpg

 

◎ 임상을 산업으로, 전통의학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임상과 연구의 출발점이 서원병원이라면, 동인당은 그 성과를 산업과 국가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핵심 축이다. 동인당은 단순한 전통의약 제약회사가 아니라, 생산·가공·유통·브랜딩·해외 진출까지 아우르는 국유 기업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과 연구기관에서 축적된 임상 경험과 처방은 동인당을 통해 표준화 가능한 제품으로 재구성되고, 이는 의약품을 넘어 건강식품, 기능성 음료, 전통주, 생활형 제품 등으로 확장된다. 해외 주요 도시에 거점을 설치해 중국 전통의학을 국가 브랜드 차원에서 유통하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이 구조는 전통의학을 민간 영역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관리하는 산업 자산으로 다루겠다는 선택을 분명히 보여준다. 임상은 공공병원이 담당하고, 산업화는 국유 기업이 수행하며, 그 전체 흐름은 국가 정책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전통의학은 지금 어떤 구조에 놓여 있는가. 중국의 사례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떠오른다. 한국에도 국립대 한방병원과 연구기관, 임상 데이터 허브가 각각 존재하지만, 임상·연구·산업이 하나의 국가 플랫폼으로 집약돼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원, 연구기관, 데이터 시스템, 조제 인프라는 기능별로 분산돼 있고, 이들이 장기 전략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

 

이는 한의학의 수준이나 잠재력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한의학은 체질의학을 비롯한 고유한 이론 체계와 높은 임상 역량이라는 분명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을 어떤 국가적 구조 안에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가 충분히 논의돼 왔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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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전통의학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법과 제도를 정비해 왔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존 법·제도 안에서 전통의학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의학을 국가 보건의료와 산업 전략 안에서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 선택의 차이다. 서원병원과 동인당, 그리고 이번 한·중 전통의학협력조정위원회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의 행보는 그 선택이 어떤 구조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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