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지원한 전문의가 모집인원의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비수도권, 인기과·필수과 간 의료 인력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필수의사제’ 모집인원 96명 중 지원자는 64.6%인 62명으로 집계됐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필수의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지 5년 이내인 의사가 지역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근무 수당과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강원·경남·전남·제주 등 4개 지자체(17개 의료기관)에서 지난 7월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참여 의사에게 월 400만원의 근무 수당을 지급하며, 각 지자체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한다. △강원은 월 100만~200만원 상당의 지역상품권 △경남은 월 100만원의 정착금과 가족 환영금 △전남·제주는 숙소·주거비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원율은 저조했다. 경남은 24명 모집에 19명이 지원했지만, 전남은 15명, 강원과 제주는 각 14명 지원에 머물렀다.
전공별 지원 현황도 편차가 컸다. 내과는 △경남 11명 △전남·제주 각 5명 △강원 4명이었으며, 외과도 △경남·제주 각 3명 △전남 2명 △강원 1명이 지원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4개 지역 17개 병원에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심장혈관 흉부외과 역시 경남에서 전문의 2명만이 지원했다. 신경과도 강원과 제주에서 각 2명씩 총 4명에 불과했다.
김선민 의원은 “계약형 선발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면서 “지역의사제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제’와 함께 ‘지역의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역의사제’는 지방 의대 정원의 일부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뽑아 수업료,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르면 2028학년도부터 시행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단순히 의대 증원만 한다고 해서 지역에 의사가 가는 것은 한계가 많다”며 “‘지역의사제’가 정교하게 지역 의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의료계는 의무복무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제도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위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 정부가 내놓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땜질식 대책에 불과하다”며 “지역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지역과 진료과목 간 의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함께 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복지부가 공개한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역시 의료 인력 불균형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모집률은 63%, 비수도권은 53.5%로 격차를 보였다.
필수의료과목의 모집률은 70.1%였으나 인기과목은 88.4%로 크게 앞섰다. 서울 빅5 병원 충원율은 70%를 웃돈 반면 비수도권 병원은 50~60% 수준에 머물렀다.
전 의원은 “전공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필수과목의 지원율은 수도권 병원에서도 여전히 낮고, 비수도권은 사실상 인력 공백 상태로, 공중보건의사 충원율도 23%에 불과해 지역의료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부·대통령실은 4일 협의회를 통해 ‘지역의사제’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