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가 운영하는 서울한방진흥센터의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서 오는 10월31일까지 특별전 ‘약기(藥記)- 누군가의 손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가 개최되고 있다.
‘약기(藥記)’는 ‘약(藥)’과 ‘기록할 기(記)’를 합친 말로, 치유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름 없이 유산을 지켜온 ‘숨은 지킴이’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대문 지역 고미술 전문가들과의 첫 협력으로 마련된 이번 특별전에는 거창박물관, 고운, 예명당, 현송갤러리 등 4곳의 소장가가 참여한다.
이들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한의학 유물 47점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치유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품에는 약저울, 약맷돌, 약탕기, 약사발 등 서민들이 사용하던 의료도구가 다수 포함됐다.
거창박물관 정지태 관장이 기증한 17세기 약방문 편지는 당시 의료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낡은 침통과 빛바랜 처방전에는 아픈 이를 돌보려 했던 보통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4일 열린 약기 특별 전시전의 테이프 커팅식에는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을 비롯한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이필형 구청장은 “서울한방진흥센터가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한의약의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기고, 우리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자리”라면서 “특히 무명의 이들이 남긴 도구와 기록을 통해 치유와 돌봄의 정신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관계자 또한 “약재의 무게를 정밀하게 재던 장인의 고집, 토끼 모양 약연에 깃든 선조의 해학, 의원이 왕진 갈 때 들고 다니던 휴대용 약장에서 느껴지는 분주함까지, 선조들의 삶과 맞닿은 이야기를 이번 전시에서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 전시장에서 마주한 약기들은 그저 오래된 그릇이나 도구가 아니었다.
한약을 달이던 사발과 약탕기, 약재를 분류하던 나무함, 약봉지를 봉인하던 도구 등은 모두 환자의 건강을 위한 정성과 장인정신이 배어 있었다.
각각의 약기는 시대에 따라 형태와 재질이 달라졌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가치를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약기 전시회는 우리 전통 한의학이 걸어온 발자취와 삶 속에 녹아든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약기는 한약을 조제하고 달이며 보관하는 데 사용된 도구로, 단순한 기물이 아니라 시대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유산인데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더욱 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보제원과 같은 국가적 의료기관에서 사용되었던 기구들은 공공의료의 역사적 맥락까지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사상체질론과 연계된 약재 사용 방식, 한의학적 지혜가 스며든 생활 속 도구들이 함께 소개되어 전통 의학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느끼게 했다.
이번 관람을 통해 한의학이 단순한 병의 치료를 넘어 ‘삶을 돌보고 조화롭게 가꾸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약기는 비록 작은 도구이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수많은 손길이 깃들어 있었다.
또한 전시회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현대 사회에서도 이를 계승·발전시킬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