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인 1개소법 논란 종지부…“사무장병원과 달라”
헌재 위헌법률심판제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한의신문=윤영혜 기자]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사무장병원과는 다르며 이중개설을 했더라도 의료인이 정당한 진료를 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의료법 33조 8항인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진료비 지급보류 정지처분 취소 청구건 등 3건의 최종 판결에 대해 모두 해당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 줬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의사 박 모 씨로부터 A병원 명의를 넘겨받아 운영했던 홍 씨는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혐의로 적발됐고, 건보공단은 A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며 진료비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의료법 33조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및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지만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정상적인 의료기관 개설자의 진료행위와 비교해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즉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해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요양급여가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012년 의료법 33조 8항의 개정 이후 건보공단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를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료인 간의 동업은 과거에도 인정돼 왔던 부분이며 설사 현재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정당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부정하며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그간 의료계에서 논란이 됐던 1인 1개소법 위반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과 전문 컨설팅 기업 (주)유디 측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고광욱 대표는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인이 개설하고 정당하게 진료하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며 “그 동안 무고하게 이뤄진 네트워크 병원에 대한 가짜뉴스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건을 진행한 김주성 법무법인 반우(盤友)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로 건보공단 처분의 위법성이 확인됐다”며 “건보공단은 직권취소하고 거부된 요양급여비용과 부당이득환수조치한 진료비를 의료인에게 모두 반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에서 수년간 계류 중인 의료법 33조8항,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의료법 33조 8항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네트워크 병원과 전면전을 치러 온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는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 상고심 판결 직후 김철수 치협회장은 “1인 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이 건보공단의 패소로 결정돼 유감스럽다”며 “추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 대체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1인 1개소법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준래 건보공단 변호사는 “관련 대법원 판결이 4건 정도 더 남아 있는 상태”라며 “사실상 오늘 판결은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 유디치과와는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