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통합뇌질환학회(회장 박성욱)는 17일 강동경희대병원 차후영홀에서 ‘퇴행성 뇌질환 톺아보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한의학뿐 아니라 타 분야의 연구자들을 초청해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발생기전부터 예방전략, 조기예측 방안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박성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초와 임상 분야를 아울러 다양한 뇌질환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한 통합뇌질환학회가 어느새 8번째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오늘 학술대회에서는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발생기전과 예측모델, 치료 기전에 대해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공유하는 한편 임상적으로는 초음파를 활용한 주사치료에 대한 강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내용들이 연구자와 임상가는 물론 참여한 학생들 모두에게 새로운 연구에 대한 영감을 주고, 임상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더불어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자의 지견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비인두림프관망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 중심경로와 그 중요성(윤진희 박사·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근골격계 질환에서 초음파와 주사 치료(이인환 원장·에스힐척척의원 한의원) △신경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파킨슨병 침치료의 기전(남민호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Brain connectome-based prediction in Parkinson’s disease(유광선 교수·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한의 인지장애 극복 기술 개발전략: 뇌파 기반 치매 조기 예측기술과 디지털 치료기술(김재욱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디지털임상연구부) 등의 내용이 발표됐다.
이날 윤진희 박사는 퇴행성 뇌질환 발생 과정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뇌척수액 배출의 중요성을 토대로, 뇌척수액의 주된 배출 경로가 기존에 알려진 혈관 계통이 아니라 코 뒤쪽 비인두점막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림프관망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생성된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바깥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될 경우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고,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윤 박사는 그동안 자신이 진행했던 비인두점막 림프관망 관련 연구를 사진자료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림프관은 근육이 감싸고 있어 인체의 심장과 같은 펌프 역할을 통해 뇌척수액의 배출을 이뤄내고 있다”면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펌프의 기능이 감소,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이를 잘 조절하는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이인환 원장은 초음파 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더불어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무릎질환을 중심으로 무릎에 대한 해부학적 기초에서부터 실제 초음파 기기로 무릎 부위를 진단하는 방법, 주사치료 시술 방법 등을 설명했다.
이 원장은 “초음파 기기를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무릎의 앞쪽-안쪽-바깥쪽-뒤쪽 순으로 스캔하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특히 초음파는 시술자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진단 및 시술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남민호 박사는 최근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히준 교수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 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게재한 논문을 중심으로, 그동안 진행했던 파킨슨병에 대한 침의 치료 기전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서 양릉천 침 치료가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회복시킨는 것을 확인하는 한편 시상하부의 멜라닌응집호르몬(MCH)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신경 회로 수준에서 침치료의 신경학적 치료 기전을 제시한 연구다.
남 박사는 “침의 치료 기전에 대한 연구가 ‘네이처’에 게재되는 등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양릉천 자극시 MCH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신경학적으로 침 치료의 기전을 확인코자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연구를 통해 침 치료는 감각신경 자극을 통해 MCH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유발하고 그 결과 파킨슨병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침 치료의 효과를 더욱 높이고 새로운 경혈 자극 치료기를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광선 교수는 “뇌 세포들 사이의 연결망은 각 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고 이것만으로도 각 개인을 식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뇌의 연결망 분석을 통해서 마치 지문처럼 개체의 식별이 가능한 것은 물론 각 개인의 지능, 주의력 정도에 대해서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CPM(Connectome-based predictive modeling)으로 파킨슨 환자의 증상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된 특정 연결망을 찾아내고, 증상의 중증도를 예측하며, 심부자극 수술 전에 예후를 예측하는 등 다양한 활용 범위들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소개했다.
이어 김재욱 박사는 “현재 각국에서 치매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에서는 치료보다는 증상의 완화와 진행억제에 중점을 두고 환자를 관리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에 한의학연구원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서 발간한 임상진료지침에 포함된 관리방법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박사는 또 △인지장애(치매) 조기 예측 및 극복 기술 △뇌파 기반 치매 조기예측 기술 등 그동안 수행했던 연구 결과 공유와 더불어 치매 극복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한의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발전략을 소개했다.
김 박사는 “우선 동적명상의 인지·정서장애 개선효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인지장애의 경우 동적명상, 정적명상, 인지훈련, 뇌자극, 운동 순으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반면에 정서장애 개선 효과는 인지행동요법, 광치료, 행동활성화치료, 명상, 회상요법, 수용전념의 순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은 연구를 통해 동적·정적 명상이 스마트노화 디지털 치료의 핵심 요소기술로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박사는 산림청의 연구과제로 수행한 ‘치매 예방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호흡과 기공, 도인안교 및 근력 강화를 기반으로 한 치매예방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실제적으로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와 관련 참석자들은 뇌질환 연구에서 새로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과학적 기술적 접근법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치료법의 개선과 확장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