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을 맞아 김선민·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전종덕 의원(진보당)이 개최한 ‘제대로 된 돌봄통합지원 시행을 위한 비판적 모색’ 토론회에서 정부의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앞서 민간시장 중심의 의료·돌봄 체계를 공공영역으로, 대상자를 노인뿐만이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UN는 성평등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이정표로 10월29일을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로 선포한 바 있다.
이날 김선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3월 제정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대부분의 세부사항이 시행령에 위임돼 있는 만큼 실행력에 의문이 제기되며, 돌봄 서비스의 실질적 제공이 전문기관에 위탁되는 경우 공공성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면서 “돌봄은 공공의 책임이어야 하며, 지자체가 책임 있게 돌봄을 수행할 수 있는 시행령 마련과 이를 확대해 모든 국민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의원은 “제대로 된 돌봄을 위해 통합돌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정비하는 것은 물론 시설과 인력 등의 인프라 구축 또한 매우 중요하다”면서 “국가가 컨트롤 타워가 돼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자체는 이에 따라 필요한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모두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제대로 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과제(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돌봄통합지원법 주요 내용 및 고찰(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이재훈 연구실장에 따르면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윤석열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계획에 따라 △장기요양 통합재가서비스 △통합판정체계 도입 추진 △‘돌봄통합지원법’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이 공개한 건보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인력 현황(‘10~‘24년 7월)’에 따르면 민간 장기요양기관은 ‘12년 1만1080개소에서 ‘22년 2만3184개소로 109% 증가했으며, ‘20년에서 ‘24년 7월까지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신규 설립은 36개소(서울 16개소)에 불과했다. 더욱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총 4227개소 중 공공의료기관은 220개소(5.2%)로, OECD 평균의 57%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강보험연구원의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현황(‘22년)’에선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72.3만명이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오는 ‘27년 약 7.5만명의 공급 부족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지역 중심 사회서비스(전 국민 포괄) 전달체계 개편이 아닌 노인 대상 사업으로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부의 의료·돌봄 시장 중심의 공급 정책이 분절적인 서비스 구조를 낳고 있다”면서 “감세 기조는 낮은 재정자립도와 지역별 재정 격차 심화로 이어짐과 동시에 의료·돌봄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실장은 ILO(국제노동기구)의 ‘괜찮은 일자리와 돌봄 경제’ 결의안 채택에 따라 정부는 돌봄 관련 서비스·정책·인프라의 질에 투자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인 △국공립 기관 목표 비율 설정 및 구체적 이행계획 수립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마련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대체인력 지원제도 마련과 더불어 △공공인프라 확충계획과 인력 처우 개선, 재정 확충 및 지원 등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강은희 변호사는 곧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의 조문별 법적 고찰과 실효성 있는 통합돌봄을 위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돌봄통합지원법(제정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에 대한 보건의료와 장기요양·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연계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정안으로,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제정법은 대상자를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한정지었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닌 노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복지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시·도지사와 협의해 5년마다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해놓고, 정작 이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해 기본계획의 정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강 변호사는 “돌봄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이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핵심제도를 건보공단이나 연금공단 등의 정형화된 판단을 내리는 재정 관리 중앙조직 지사들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조사·분석·판정 등 업무의 책임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수정하고, 노인 등 일부 대상에 국한된 협소한 요양·돌봄 지원이 아닌 모든 주민의 돌봄 제반 관련 법제들이 보편적·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는 급성기치료를 중심으로 영리적으로 발전하고, 돌봄은 시설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방식”이라면서 △체감적 의료비 절감 △실질적인(전문의) 진료 연계 △원활한 방문진료 및 방문간호 △관리 환자 수에 기반한 지불제도 △요양시설 및 돌봄서비스 연계 △통합돌봄조직의 서비스 연계를 수행하는 ‘한국형 주치의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박대진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부의장은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수가가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통합돼야 할 의료·돌봄 서비스는 각각의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낮은 수가로 돌봄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돌봄서비스 전달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거나 국가 차원의 과감한 재정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역사회통합돌봄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통합지원법’에서 통합돌봄 지원 정책 수립 홍보, 성과 평가, 대상자 특성 및 유형 분석, 대상자 발굴, 조사 지원 및 조사기준 개발 등 핵심적 업무들은 외부 ‘전문기관’이 아닌 전적으로 시군구의 장이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 인력 및 인프라의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 방안도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