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제45대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지난달 27~29일 개최된 ICMART 국제학술대회에서 “침술과 감염병 관리: 한국 한의학의 과거와 현재”라는 주제로 한의학의 발전 과정 및 통합의학으로서의 방향을 제시했다.
경희대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는 한국의 침구술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침구 전문의서 혹은 종합의서를 통해 침구 관련 지식이 전승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학파를 통해 침구술이 전파되기도 했다.
또한 김 교수는 1973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세계 침구학술대회를 예로 들어, 한국 침구술이 국제적으로도 소개된 역사를 되짚으며 이번 제주 ICMART 개최의 의미를 강조했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서형식 교수는 ‘한의사 외과 수술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먼저 의료법 24조 2항을 통해 의사 치과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 또한 수술, 수혈 및 전신마취를 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에 대한 규정이 있음을 소개했다.
서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의학에서 수술을 다룬 문헌을 手術, 割, 刳과 같은 용어를 통해 검색해 분석했으며, 과거 문헌과 연계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외과 수술들을 소개했다. 일례로 서 교수는 섬수 약침으로 마취 후 CO2 레이저를 이용해 절개하였으며, 낭종제거 수술 후 연교패독산을 투여하여 감염을 예방 사례를 제시했다.
경희대 경혈학교실 채윤병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춰 침구의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지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의학에서 한의사는 임상 현장에서 얻어진 정보를 토대로 변증 과정을 통해 치료를 위한 적절한 경혈을 선택한다. 증상과 경혈 간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변증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채 교수는 이 과정에 있어 인공지능 기술이 침술연구를 하는데 있어 혁신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윤병 교수는 “특히 앞으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을 통해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다면,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이태형 학술이사는 19세기말 지석영 선생의 우두법 도입과 그가 우두 접종과 함께 행했던 한의 치료를 소개하고, 이를 현대 한의사의 감염병 치료와 연계하여 설명했다. 지석영 선생은 우리나라에 백신을 도입한 근대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 한의사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석영 선생이 우두법을 도입하기 앞서, 조선에서 인두법을 통해 천연두에 대처했던 이종인의 의학 기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종인은 우두법이 도입되기 전 인두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천연두 확산에 대처했으며, 인두 접종 후 적극적으로 한약을 사용함으로써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형 학술이사는 감염병 대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한국 한의사들이 국가 방역 체계에서 제한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대만의 사례를 들며, 한약 기반 코로나 치료제 ‘청관1호’가 전 국민에게 보험 적용된 점을 강조하며, 전통 의학이 현대에 적용되는 방식을 제시했다.
특히 대만은 신약을 개발함에 있어 이전부터 중의사들이 외감병에 활용하던 형방패독산을 토대로 청관1호를 개발하였는데, 이는 신약 개발 과정에 있어 중의학의 치료경험적 측면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통의학을 현대에 활용하는 방법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원광대 진단학교실 임정태 교수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한의사들의 역할과 과제’를 설명했다. 임정태 교수는 공중 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한의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공중보건한의사의 백신 부작용 관리에 대한 설문 조사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한의사의 역할과 정책적 과제 △한의사 역학조사관의 현황 및 활동 경험 △지역 보건소에서 시행한 코로나-19 검사 상 양성인 재택치료 환자의 비대면 한의진료 효과 등 4편의 연구를 소개했다.
임정태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도래하기 전 더 나은 연구를 위해 가까운 연구자 혹은 기관을 통해 연구자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기관 전향적 후향적 관찰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또한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치료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며 “한의사의 감염병 관리에 있어 공중보건한의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보건소 전채헌 한의사는 ‘COVID-19 증상 관리를 위한 보건소 비대면 한의진료 사업의 과정과 안전성’을 소개했다.
전채헌 한의사는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며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위해 맞춤형 한약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금산군의 사업은 자가격리중인 환자와 전화 상담을 통한 원격진료로 진찰하여 환자 상황에 적절한 한약을 처방해 환자에게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보험한약 뿐 아니라, 환자를 진단한 결과를 토대로 삼소음, 쌍패탕, 형방패독산과 같은 맞춤 탕약을 활용했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공공의료시스템 내에서 공식적으로 한약을 통해 코로나-19를 관리한 첫 번째 사례라는 의의를 가지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이 개선됨을 느꼈으며 특이할 만한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전채헌 한의사는 이 같은 한의약의 유의미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의료이원화로 인한 갈등으로 인해 공공의료 안에서 한의약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이태형 학술이사는 “역사적으로 한의학은 현대 의학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기에 현대 학문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의학이 계속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천연두 백신을 한의학 치료와 결합한 지석영 선생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