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지 작가(군산동초등학교 교사)
[한의신문=강현구 기자]한의약에 대한 친밀도 제고를 위해 한의원의 진료 도구를 바다생물로 캐릭터화한 동화책 ‘하나도 안 무서워’가 ‘도서출판 KMD’를 통해 지난달 간행됐다. 이번 도서는 지난해 대한한의사협회가 개최한 ‘2024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지원 대상작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으로, 본란에서는 삽화를 담당한 이승지 작가(군산동초등학교 교사)를 통해 그동안 작품 활동과 한의약 도서 간행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교사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5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며 소중한 인연을 쌓아오고 있으며, 올해 4학년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하나도 안 무서워’에서 집필을 담당한 정혜인 작가(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사이다.
당시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귀여운 캐릭터로 낙서하는 일을 좋아했는데 이를 관심 있게 봐주고, 큰 호응과 응원을 해준 소중한 친구다.
Q. ‘하나도 안 무서워’는 어떤 내용인가?
이 책은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한의원을 처음 방문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에 대해 상상하면서 구상한 책으로, 등장인물들이 방문한 곳이 한의원이라는 공간임을 알 수 있는 물건들, 냄새, 분위기를 그림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이들에게 한의원이 보다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며 작업했었는데 얼마 전 이 책을 읽은 저희 반 학생이 한의원에 꼭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줘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좌측부터 정혜인 작가(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원), 이승지 작가
Q. 삽화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저의 그림을 좋아해 주던 정혜인 작가의 제안으로 함께 책을 만들게 됐다. 제 그림을 보고 감탄해 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나기도 하고, 영감과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
그동안 정혜인 작가와 함께 공예품 등도 만들어왔는데 이번엔 책까지 출판하게 됐다.
제 그림을 꼭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
Q. 작업은 어떻게 진행해 왔나?
주인공인 ‘새싹이’는 한의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호기심을 느끼지만 침·뜸 치료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버린다.
이후 꿈속에서 새싹이의 곁을 지켜주던 고래 인형과 함께 바닷속으로의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정겨운 바다생물들이 한의치료를 경험하게 해주면서 이전에 느꼈던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림 작업은 글의 내용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글과 함께 책의 흐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 작가와의 지속적인 회의를 가졌다. 회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담고 싶은 색감과 더 필요한 그림 요소들을 고민하며 채워 넣었다.
한의치료 장면을 그릴 때에는 한의사인 정 작가의 자문을 받았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효과적으로 그림을 배치하기 위해 최근 출판된 다양한 그림책들을 참고해 연구하기도 했다.
Q. 등장 캐릭터 구상이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어린이를 위한 책을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가 오랫동안 제 애착 인형인 고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적 슬프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고래 인형을 안고 있으면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기억을 살려 주인공 새싹이를 지켜주는 역할로 고래 인형을 등장시켰다.
특히 평소 고래나 바다를 주제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의원과 바다를 연관 지어 한의치료의 특징을 담은 바다 캐릭터들을 만들게 됐다.
Q. 인스타그램에서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tiny._.things_)에서 작가명 ‘숭어’로 활동하며 인스타툰(Instatoon)을 업로드하고 있다.
그날그날 인상 깊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처럼 제 인스타툰에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 경험이나 학교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담아내고 있다.
가끔은 인스타툰이 아닌 일러스트를 그려 업로드하기도 하는데 그림책을 만들 때 영감을 준 저의 고래 인형이 종종 등장한다.
Q. 학교에서 진행한 작품 활동은?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교실 곳곳을 그림으로 꾸미고 있다.
미술 시간에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교실에 채워지며 더해지는 아름다움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이에 2년 전부터는 학급 마스코트 공모전을 열어 아이들이 직접 학급의 이름을 정하고, 대표 캐릭터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때 만들어진 학급 마스코트를 정 작가와 인형으로 만들어 배치했는데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진행해 보고 싶다.
Q. 평소 한의약에 대한 생각은?
한의원 하면 침 치료와 따뜻한 한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저도 주인공처럼 한의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침을 맞을 때 너무 아플까봐 걱정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아프기보다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났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한의원을 자주 찾으시는 이유를 몰랐는데 지금은 깊이 이해하게 됐다.
작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에 이상이 없는데도 온몸에 쑤시는 듯한 통증이 와서 한의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한의치료 후 후유증 없이 잘 회복돼 한의원 옆을 지나갈 때마다 친근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Q. 그 외 강조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의 도움 덕택에 땀 흘려 제작한 그림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림책을 구상하기부터 그림 작업 후 출간하기까지 너무나도 행복한 과정이었다.
멋진 공모전을 열어주시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