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지난달 27일 개최된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에서 장동엽 연구원(가천대학교 박사과정)은 ‘약초의 변동성 감소에서 다중 본초 사용의 이점 탐색: 모델링, 텍스트 마이닝, 및 시뮬레이션 통합 연구’라는 제하의 논문으로 미래인재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본초 성분의 높은 변동성은 일반적으로 한약물의 품질 관리의 장애 요소로서 여겨진다. 특히 성분 기반의 약물 품질 관리 방법은 한약물에 포함된 개별 본초에 대한 화학적 지표를 필요로 하는데, 품질 평가에 대한 지표 증가는 한약물 개발 시 배합되는 본초 종류의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약물이 함유하는 성분 및 효능은 산지와 채취 시기뿐 아니라 식물의 개체별 차이 등에 따라 변동이 발생하며, 이는 Quality Control(QC)의 관점에서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단순히 성분 수준의 변동성이 아닌 생물학적인 Efficacy 수준의 변동성을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러한 성분 수준의 차이와 Efficacy 수준에서 변동성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탐구된 바는 그동안 없었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군신좌사를 비롯한 본초 조합에 대한 전통적인 이론들은 약물 조합이 유발하는 이점이 있음을 시사하나, 구체적으로 그러한 이점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연구된 것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모델링, 텍스트마이닝 및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연구방법론을 활용해 여러 본초를 동시에 사용할 때 한약물의 변동성 측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본초를 조합해 사용했을 때의 성분 수준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모델링했다. 또한 한약물의 본초-성분-표적-질환의 관계를 인공신경망으로 모델링했으며, 대표적인 본초 조합들을 대상으로 변동성이 감소하는 현상 및 이러한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을 인공신경망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제어하며 시뮬레이션했다. 마지막으로 탐색 대상이 되는 본초 조합을 TCMID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4만2950개 처방으로 확장해 성분, 표적 및 경로 수준의 본초간 유사성을 관찰했다.
제안한 모델 하에서 계산한 결과, 단일 본초를 사용할 때에 비해 성분 수준의 변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롭게 추가되는 본초가 기존 본초와 최소 1/3 이상의 성분을 공유해야 함이 나타났다.
또한 대표 본초 조합들에서 네트워크 약리학적 방법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성분 및 표적 수준에서의 변동성이 단일 본초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질병 수준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해 모델링 결과와 시뮬레이션 결과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질병 수준의 변동성 감소에는 성분 및 표적이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발견했다.
TCMID에 등록된 처방을 바탕으로 본초쌍을 구성하는 본초-본초간의 유사도를 성분, 표적, 경로 수준에서 분석하고 자주 조합되는 본초쌍와 그렇지 않은 본초쌍 간의 차이에 대해서도 비교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주 조합되는 본초쌍의 경우 그렇지 않은 본초쌍에 비해 성분, 표적, 경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유사함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본초의 조합 사용이 생약물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최초로 탐색한 연구로, 향후 효율적인 한약물 개발에서 활용될 뿐 아니라, 전통적인 방제 이론들의 생물학적 근거를 발견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동엽 연구원은 “연구는 여러 본초를 함께 사용할 경우 본초들 간에 보완적인 작용을 통해 한약물의 변동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고,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학적 및 계산과학적으로 접근했다”면서 “일반적으로 한약물의 경우 산지, 채취시기, 개체별 차이 등으로 인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본초를 동시에 조합해 사용하면 품질 관리가 배로 어려워진다는 통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이같은 절차가 오히려 약물의 변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장 연구원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 처방을 구성하는 본초의 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했으며, 자주 조합되는 본초 조합은 그렇지 않은 본초 조합에 비해 성분, 표적, 기전 수준에서 높은 유사도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약물의 변동성에 대해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추론한 결과 성분과 표적 정보가 유사한 본초 조합일수록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발견했고,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역사적으로 선호돼 왔던 본초 조합들이 그렇지 않은 본초 조합에 비해 변동성 감소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본초 조합이 갖는 이점 중 하나가 한약물의 변동성 감소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동엽 연구원은 이번 미래인재상 최우수상 수상에 대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있고, 동시에 앞으로 지식과 경험을 이용해서 어떻게 한의계와 과학계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기대와 걱정이 된다”면서 “추후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의학에서 본초를 조합해 사용하는 원리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여러 한의학 이론을 통합해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