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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31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31

학교 밖 한의약의 세계 미리보기
한의약진흥원 근무를 통해 가질 수 있었던 한의약 발전에 대한 고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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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유미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본과 1학년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인 ‘한국한의약진흥원’에 대한 소개와 내가 참여한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가을 진흥원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한의학도로서 한의약을 공부하고 있지만, 진흥원의 존재만을 알고 있었을 뿐 진흥원에서 어떤 사업과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부끄럽게도 면접 준비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그리고 실제 진흥원에서 근무를 하며 진흥원의 추진 사업 및 연구에 대해 보다 명확히 그 사업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연말까지 한의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조사 체계 개발 및 구축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한의의료기관의 감염관리라니. 아직 본과 1학년이라 감염관리는 물론 한의의료기관에 대한 경험도 부족한데. 내가 이 사업에 과연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아리송한 마음을 갖고 정책지원센터로 향했다.

 

진흥원의 기능은 전국 여러 곳에 나눠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분원에는 정책본부(정책지원센터, 의료지원센터, 세계화센터, 지능정보화센터)와 연구개발혁신본부(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임상정보빅데이터추진단, R&D총괄지원팀)가 있다. 조직의 편제는 모교가 교육목표로 지향하는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아 친숙하게 느껴졌다.

 

의료지원센터의 경우 원외탕전 평가인증, 한의약 건강돌봄 서비스 모니터링 및 평가, 한의약 감염병 대응 정책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화센터의 경우에는 세계 전통의약 시장 내 한의약의 인지도 및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한의약 세계화 정책 수립 및 WHO 한의약 협력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능정보화센터는 한의약 정보화사업 및 한약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해 한의약의 정보화를 통한 한의약 산업 진흥 및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지원센터는 내가 속해 있던 부서로, 한의약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한의약 산업의 육성 및 발전을 도모하는 센터다. 

 

여러 조직이 존재하지만, 결국 모든 조직은 한의약의 발전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구성원이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느꼈다. 각자 저마다 한의약의 발전을 바라는 이유가 있었고, 한의약 발전과 관련한 개인마다의 목표도 뚜렷했다. 그들을 보며 나는 향후 어떤 분야에서 한의약 발전을 위해 노력할지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또한 동료들의 열정을 경험하며 그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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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의료기관 감염관리 실태조사 시범사업은 한의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 및 특성을 바탕으로 침습적 처치와 관련한 감염관리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의의료기관의 특수성과 일반 감염관리 실태조사 기준을 고려한 조사도구를 개발하고 실제 감염관리의 현황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한의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체계 정립에 도움이 될 자료를 만들기 위해 시행됐다. 

 

조사도구를 개발하고, 서면으로 시범조사를 실시한 뒤, 현장과의 일치도를 확인하며 정책적 제언과 한의의료기관 감염관리 조사체계를 마련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특히 현장에서 서면조사와의 일치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관위원으로 참여한 덕에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감염관리 실태를 더욱 생생하게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 사업은 한의계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많은 난항이 예상됐다.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동료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업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내내 혹시라도 사업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사업 안에서 연구참여자 각자가 맡은 역할이 서로 다르고, 내가 맡은 역할은 사업의 지극히 일부이므로 참여자 전체를 대표해서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참여자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여러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내가 느낀 압박감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흥원 근무를 통해 한의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조사 외에도 한약제제와 관련한 정책포럼, 보건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 대한여한의사회-정책지원센터 업무협의, 한약소비실태조사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 등 학교 울타리 밖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진흥원에서 경험한 것들의 대부분은 학교를 졸업하고 한의사로서 활동하면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것이지만, 미리 체험해 보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의학에 뜻을 두고 진로를 설정했지만, 내가 구체적으로 한의약의 여러 분야 중 어떤 것을 선택해 연구나 사업을 수행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감이 있었기 때문에, 진흥원에서의 경험은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진흥원의 조직편제와 각 조직이 수행하는 사업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면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은 물론 현직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의사 선배님들께서도 공직한의사로서 자신의 관심 분야나 역량에 적합한 여러 연구나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감염관리 실태조사 시범사업과 같이 기존에 한의계에서 진행한 적 없는 다양한 사업과 연구들이 제안되고 실제로 수행되기를 바란다. 한의약계 전체가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와 그를 수행할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졸업 후 언젠가 진흥원에서 수행하는 사업에 한의대생이 아닌 한의사로서 보다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으로서 관심이 가는 사업에 참여하게 될 날을 위해,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 부단히 학업에 매진하며 학교 밖에서 얻은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안에서 나의 역량을 충분히 기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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