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이 세상에 태어나길 정말 잘한 것 같아.”
80만 유튜버 ‘욘니와치애’ 욘니(홍원기)의 에세이 ‘시간을 달리는 소년(도서출판 터닝페이지)’이 출간됐다.
전 세계에 150명,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단 한 명만 앓고 있는 희귀병, 프로제리아 신드롬. 우리말로 소아조로증이라 부르는 이 병은 ‘라민에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긴다. 라민에이의 공격을 받은 세포들이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고, 이 독성물질이 또 다른 세포들을 망가뜨려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 이 책의 저자, 욘니가 앓고 있는 병이다. 병을 앓는 이들의 평균수명은 12세. 그리고 욘니는 평균수명을 훌쩍 넘어 이제 18세를 지나고 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유튜브에 댓글 하나가 올라왔다. “손이 왜 그래요?” 평범한 손과 달리 비쩍 마르고 핏줄이 다 보이는 욘니의 손을 보고 물음표가 이어졌다. 애써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셀프 카메라로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유튜브 채널 ‘욘니와치애’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구독자가 100명도 되지 않던 유튜브에는 그 후 욘니가 좋아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피아노 연주, 춤, 운동, 여행 등 즐겁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 다르게 태어났거나,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처럼 힘을 내고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어느덧 구독자가 80만명으로 늘어난 유튜브에 팬인 ‘욘블링’들이 남긴 댓글들을 보면, 위로와 격려보다는 오히려 “희망과 용기를 얻고 간다” “밝은 에너지 덕에 큰 힘이 되었다”는 내용이 더 많다. 작디작은 욘니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며 찬찬히 쏘아올린 따스한 희망과 소망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널리 가닿아서.
이 책 ‘시간을 달리는 소년’에는 저자인 욘니가 18년을 살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두루 담겨 있다. 한계를 이겨보려 힘차게 내달렸던 용기와 노력의 시간들, 마음에 평생 담아두고 싶은 울고 웃었던 추억들,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것들에 대한 달뜬 마음,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었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까지.
욘니의 말처럼, 무탈하게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지금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그리고 언젠가 아팠던 당신에게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삶에 최선을 다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욘니는 우리에게 전한다. 각자 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그래도 잘되자고, 힘내자고, 오늘 하루를, 내일을 잘 버텨내며 즐기면서 살자고. 온 마음을 다해 다정하고 따스한 사랑을 더하며.
욘니는 신체 나이의 시간으로 따지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여섯 배 빠른 시간을 달린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화가 나 크게 울부짓던 시간을 통과해, 이제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받아들였다. 슬픔과 좌절에 빠져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마음껏 하기 위해, 하루를 더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시간이다. 그렇다고 조급해하기보다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하루를 나아간다.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하고, 열심히 산 하루에 뿌듯해하며, 자신의 삶 한 장면 한 장면을 소중히 여기고 듬뿍 사랑해준다.
병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여러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바다와 산에 가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행복해한다. 가끔 마음이 가라앉을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다시 기분이 올라온다. 이 지구에 인간으로 태어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들로부터 힘을 받는 자신을 ‘럭키 가이’라고 칭한다. 아마 평범하게 태어났더라면 사소한 것들의 감사함을 몰랐을지 모른다면서.
때로 감정이 흔들릴 때도 있다. 가끔은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는 죽음을 떠올리지만, 이내 그것을 잊는다. 멀리 내다보지 않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만을 생각한다. 일단 오늘 하루를 잘 살자, 내일은 내일 생각하는 거야, 하고. 나는 힘차게 시간을 달리는 소년이니까.
욘니의 삶에 더 좋은 방책은 아무것도 없다. 가까운 것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될수록 즐겁게 아름답게 살아보는 일. 이 지구에 태어나 마음껏 자신의 삶을 여행하고 느끼고 깊이 사랑하는 일. 있는 힘껏 그 이야기를 전하려고 욘니는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