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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줌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

“서로에게 힘이 되어줌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

KOMSTA 제170차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기고 콤스타 김건형2.png

김건형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침구의학과

 

 

2023년 12월 21~27일 일정으로, 콤스타 한의사 단원 중 한 명으로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 해외 의료봉사에 참가했다. 12월21일 저녁 11시, 인천공항에서 8시에 출발한 지 15시간 만에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 숙소에 도착했다. 현지에서는 바탐방 원불교 교당 관계자들이 현지 코디네이터 및 통역사로 많은 도움과 지원을 주었다. 

 

건물 2동을 개별 진료실 3개소, 통합 진료실 1개소(강당)로 나누고 약 20개의 침상(또는 매트)을 배치한 후, 총 7명의 한의사가 3일 반 동안 총 1084건의 진료(초진 601건, 재진 483건)를 수행했다. 

 

앉은 자세에서 자동혈압계와 고막체온계로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고, 현지 통역사와 일반 봉사단원이 함께 환자의 연령, 성별, 주요 불편, 증상 부위(통증), 기저질환(선별) 등을 간단히 작성해 진료실로 보내주었다. 환자 대기 공간에서 진료실까지 안내가 이뤄지고, 진료 공간에도 한의사-통역사가 함께 짝을 이루어 진료했다. 산제, 연조엑스제, 자운고 스틱 등의 의약품을 2~5일 분량으로 처방했다. 빠른 침상 회전율 때문에 거의 유침을 하지 않고 비교적 굵은 침으로 강자극 및 단자법을 적용했음에도 환자들은 곧잘 침 치료를 견뎌냈다.

 

진료 환자 중에는 허리 통증 또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통은 이미 캄보디아 사회에서 질병 부담 10순위가 돼 있으며, 이는 10년 전에 비해 50%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에서 진료할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와 다리에 침 치료를 시행했다. 다만, 통증 진찰 시에는 가능한 상세히 증상을 파악해야 하는데, 봉사 때에는 언어와 시간의 한계로 대략적인 통증 위치, 언제부터 아팠는지, 얼마나 아픈지 정도밖에 알 수 없었다.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많은 통증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단기 봉사 상황에 적용할 침 치료 매뉴얼이 있다면 추후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금연 금주 등의 건강 행태,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등 자세나 직업적 위험 요인 대처방법 등 상세한 관리 방법이 동영상이나 크메르어(캄보디아 언어) 안내문 등으로 만들어지면 시간도 절약하고 유용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고 콤스타 김건형.jpg

 

현지의 환경 및 의료 수준 상 안타까운 사례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매연이나 비포장도로 먼지 등과 연관된 눈 불편감(눈 건조, 자극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다. 수두가 의심된 소아 발진 환자도 있었는데, 봉사단에서 돕지 못하고 병원에 방문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의무 예방접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WHO 보고를 참고할 때, 많은 어린이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개월 전 발생한 뇌졸중으로 오른쪽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가 발생한 60대 남성 환자는 뇌졸중 후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마비된 쪽 어깨에는 이미 손으로 만져 느낄 정도의 틈(견관절 아탈구)이 발생해 있었고, 손가락-손목-팔꿈치와 발목에는 관절 구축이 발생해 있었다. 언어장애가 있어 통증 표현을 잘하지 못했지만, 어깨가 아프냐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호자인 부인에게 통역을 통해 팔 받침대를 통한 어깨 관절 안정과 온찜질, 관절 운동을 잘 시켜주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침 치료를 해드렸다. 삼각붕대나 천으로라도 팔걸이를 만들어 드렸어야 했는데, 봉사를 마치고 뒤늦은 아쉬움이 남았다. 캄보디아 사회에서 뇌졸중의 질병 부담은 6위로 10년 전에 비해 60% 증가했다. 현지 주민들이 높은 가격으로 재활시설이나 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뇌졸중 환자의 재활 및 회복을 위한 자가 중재나 운동요법의 교육 역시 중요할 것이다. 나중에는 시판 팔걸이(arm-sling)를 구비해 가면 좋을 것이다. 부디 보호자가 설명을 들은 대로 열심히 운동시켜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진료를 마치고, 차트와 물품을 곧바로 정리한 후, 단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짧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하루 종일 허리와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생긴 피로감과 긴장을 풀고, 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그날 하루는 어땠는지 단원들끼리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봉사 활동만큼 소중한 소통 시간이었다.

 

단기 의료 봉사에는 나름의 한계가 있다. 지속적이지 않고, 봉사단이 현지 환자들의 의료 수요를 잘 파악했는지 알 수 없으며, 그리고 봉사단의 진료가 과연 그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축받아 허름한 매트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두 손을 합장하며 크메르식 인사를 주고받은 후 몸을 짚어가며 침을 놓으면,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어느새 그와 내가 아주 잠시 동안 연결됨을 느낀다. 현지 의료봉사의 진행을 도운 원무님의 말씀 역시 기억에 남는다. “캄보디아 학생들도 봉사에 참여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봉사를 오래 오시면 좋겠어요.”

 

KOMSTA 봉사는 제한적인 여건에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줌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앞으로 KOMSTA 활동이 더욱 확대돼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고 이런 활동이 쌓여 현지 주민들과 공동체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 끝으로, 이번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 의료봉사가 순조롭게 완료되도록 끝까지 수고하신 KOMSTA 사무국과 이승언 단장님, 힘든 일정 중에서도 웃으면서 서로 격려한 봉사단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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