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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2일 (일)

[시선나누기-30] 무대를 읽다

[시선나누기-30] 무대를 읽다

문저온 원장님.jpg

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무대는 15도쯤 비뚤어져 있다. 정면에 보이는 벽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튀어나왔다. 이 사선의 구조가 무대 전체에 특이한 긴장감과 생동감을 준다. 수평과 수직을 조용히 거스르는 사선의 움직임. 내 시선은 사선을 따라 흐른다. 객석에서 먼 왼편 구석에서 이야기는 무대 가운데로, 오른편으로 흐르리라. 배우의 동선도 시간의 흐름도 저기 비좁고 먼 과거에서 피할 데도 숨을 데도 없는 지금 여기로.

 

정면에 ‘카페 디오니소스’라는 글자가 보인다. 글자 또한 사선으로 올려 썼다. 디오니소스. 술의 신. 이 이름 하나가 무대 공간과 작품의 성격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붉게 적힌 디오니소스. 이제 술과 신과 사람이 어우러질 것이다. 좋게 말해 어우러질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엉망으로 취해 헝클어질 것이니, 같이 취할 준비를 하시라.


빛은 약하고 어둠은 짙다


벽에서 객석까지는 겹겹의 공간을 만들어 좁은 극장 무대가 훨씬 넓어 보인다. 무대 중앙의 커다란 의자 둘은 원탁을 가운데 놓고 떡하니 네 다리를 벌리고 있다. 여기 중요한 인물이 초대될 것이다. 팔걸이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거만하게 앉을 사람이 올 것이다. 의자 둘은 멀찍이 떨어져 있어, 그들은 서로 어색할 것이다. 탁자와 의자 사이도 멀어 그들은 수시로 일어나고 앉고 뒤돌아 서성일 것이다.

 

그 옆에는 등받이 없는 의자 두 개. 네모난 탁자를 끼고 있다. 기댈 수 없는 의자. 기댈 데 없는 사람.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사람이 여기 앉을 것이다. 뾰족한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삐걱대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스탠드 조명이 탁자 끝에 있고 불은 켜지지 않았다. 어쩌면 불은 영영 켜지지 않을 것이다. 

 

 

문저온님2.jpg

 

객석을 등지고 바를 향해 높은 의자들이 있다. 저기 앉을 사람의 등이 보인다. 말상대가 없는 사람이 홀로 술을 마신다. 바에 앉은 주인을 향해 말을 걸거나 술을 권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가로놓인 구조물이 있다. 그는 혼자 취하다가 의자를 돌려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 것이다. 고독한 하루에 대해, 그전부터 고독했던 인생에 대해, 비틀거리며. 1인용 의자, 외다리로 서 있는 작고 좁은 의자에 걸맞은 불안한 이야기를.

 

왼쪽 천장에서 조명 두 개가 무대를 비춘다. 덕분에 역시 사선의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생긴다. 사물 하나하나마다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 바닥을 점거하고 있다. 빛은 약하고 어둠은 짙다. 단 한 번의 난장을 빼면 여기는 내내 어두울 것이다. 


저것들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왼쪽 벽면에 창틀로 보이는 커다란 테두리가 보인다. 한 귀퉁이가 열려 있는 특이한 형태의 창틀로 또 다른 조명이 들이치고 있다. 저 테두리 하나가 이 무대에 바깥이 있음을, 이 무대 바깥에 ‘바깥’이 있음을 말해준다. 마치 목재가 부족한 것 같은 미완성의 창틀. 저 열린 귀퉁이로 바깥이 들어올 것이다. 햇살이 비치고 새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드나들고 그 결에 꽃향기가 묻어올 것이다. 이 연극의 제목은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다. 그대가 연출이라면 저 창 아래 목련 나무를 심을 것이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한 귀퉁이로 상처가 흘러들 것이다.

 

창틀 아래 탁자. 탁자 아래 의자. 탁자와 의자는 마치 창을 향한 계단처럼 놓여 있다. 극의 후반에 이르면 넥타이를 매고 위스키를 마시던 건장한 남자가 저 창으로 뛰어들 것이다. 의자를 딛고, 탁자를 딛고, 창틀을 넘어서, 쿵. 남자는 틀의 한 귀퉁이를 부수고 생을 던진다.

 

창틀 아래 구석에 야전침대가 있다. 검은 담요가 있다. 이 넓은 공간을 다 놔두고 숨듯이 놓여 있는 야전침대에는 누군가가 쥐 죽은 듯 잠들 것이다. 카페와 인생의 부수적인 존재로 한쪽에서 조용히 취침하고 일어날 것이다. 사랑을 구걸하고 과거에 주눅 든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카페와 ‘디오니소스’를 버리지는 않는 사람일 것이다.

 

더욱 어두운 왼편 구석에는 객석에 닿을 듯 마이크가 서 있다. 오른쪽 구석에는 새 인물이 등장할 출입문이 있다. 출입문 옆에는 술병들이 진열된 선반이 있고, 선반 위에는 알 수 없는 소품들이 보인다. 양쪽으로 방울이 늘어진 어릿광대 모자, 태양의 신이 머리에 쓸 법한 장식 띠. 저것들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그것이 그의 삶을 지탱하게 할 것이다


바닥에는 제멋대로 잘린 천이 카페 바닥을 만들고 있다. 귀퉁이가 모자란 창틀처럼 무대 바닥의 천도 들쑥날쑥하다. 미완성과 불안감 혹은 자유와 격의 없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닥이 말한다. 여기까지가 연극 무대예요. 객석에서 보시는 이것은 ‘연극’ 무대랍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놀 거예요. 이 이야기를 거기서 한번 들어보세요. 여기도 거기도 어차피 들쭉날쭉하고 울퉁불퉁한 인생들 아닌가요?

 

조명이 꺼진다. 어둠과 적막이 들어찬다. 왼편 조명이 켜지고 야전침대에서 검은 물체가 담요를 걷으며 부스스한 머리를 내민다. 그에게는 오늘 일생일대의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손님은 취할 것이다. 이곳은 카페 디오니소스이므로. 손님은 한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충돌과 난장과 눈물과 비명을 만들 축제이므로. 그게 인생이니까. 그리고 그는 한 사람 겨우 올라설 외딴섬 같은 무대에서 마이크를 붙들고 십 분짜리 연극을 펼칠 것이다. 검은 담요를 두르고 어둠의 신으로 분할 것이다. 그것이 그를, 그의 삶을 지탱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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