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주혜지 기자] 2024년 ‘청룡의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을 오간 지난해 국내 보건의료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또한 4·10 총선, 인공지능(AI)산업의 개화 등으로 인해 많은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 한의계도 한의대 정원 축소 이슈, 한의약육성법 개정, 현대진단기기 본격 활용 등 많은 제도적·법률적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본란에서는 한의신문의 영문명인 AKOMNEWS(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 News) 알파벳에 맞춰 2024년 한의계 8대 키워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Noblesse Oblige
한의사의 사회적 책임감
한의사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고귀함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의 책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사들은 의료봉사를 통해 의료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다. 1993년 설립된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은 170회에 걸쳐 봉사단을 파견해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의 곁을 지켜왔다.
또한 의료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기도 한다. 대한여한의사회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함께 ‘성폭력 피해자 트라우마 한의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과 봉사활동들을 지속해 왔다.
작년 9월에는 모로코 대지진 구호를 위해 하루 만에 긴급 파견을 나간 한의사도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개인 사재를 털어 의료봉사 비용을 충당하기도 하고, 지역사회 후배들이 장래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장학금을 후원하기며, 한의진료는 물론 전기시설 보수·빨래봉사 등 외부단체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기도 한다.
의료인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한의사들의 노력은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한의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panding Globally
한의학의 세계화
K-Pop, K-Beauty, K-Culture 등 자랑스러운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의약 역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에서 한의진료센터를 운영해 전 세계에 한의약의 우수성을 적극 알렸다. 80명의 한의사와 82명의 진료보조진은 열악하고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잼버리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관리를 위해 한의진료센터 운영에 매진했다. 진료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98.7%의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세계 각국의 환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제주에서 제37회 ICMART 국제학술대회가 예정돼 있다. ICMART는 세계 각국의 양방의사로 구성된 국제 전통의학 단체로, 매년 유럽 각지에서 침구 관련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37회 ICMART는 동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학술대회인 만큼 국가 정책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 한의학의 현대적 발전과 우수함을 한 번 더 알림으로써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그 위상을 높여 K-Medical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idening Insurance Coverage
한의 건강보험 확대
2024년을 관통할 키워드 중 하나가 ‘돌봄경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돌봄 영역이 중요해지고 있고, 복지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돌봄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에서, 이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경제’의 확장은 한의 건강보험의 범위를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예정이다.
더 넓은 영역의 돌봄케어를 위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오는 4월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65세 이상)의 기존 대상질환에서 △요추추간판탈출증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이 추가되며, 뇌혈관질환후유증의 경우에는 전 연령으로 확대된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이전 대비 대상질환이 확대되고, 본인부담률도 낮아짐에 따라 한약(첩약)에 대한 접근성 및 보장성이 높아지게 됐다”며 “국민들에게 더 나은 한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Senior Health
고령화 사회에서 한의학 필요성 대두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증가 및 돌봄 수요 급증,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2022년 기준 83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의 80.9%에 달했다.
복지부는 예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2019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고혈압 및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효과적·체계적 관리를 통해 합병증 발생을 예방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시범사업에 한의의료는 배제돼 있어 만성질환 환자들의 의료 선택권 및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살펴보면, 환자 관리계획 수립이나 복약지도, 교육·상담을 진행하는 정도로 한의약 분야가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한의학의 오랜 고서 황제내경에는 ‘좋은 의사는 이미 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보다 미병 상태를 치료한다(上工 治已病 治未病)’라는 문장이 기록돼 있다. 예로부터 한의학이 예방의학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본사업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의계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