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주혜지 기자]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을 오간 지난해 국내 보건의료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또한 4.10 총선, 인공지능(AI)산업의 개화 등으로 인해 많은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 한의계도 한의대 정원 축소 이슈, 한의약육성법 개정, 현대 진단기기 본격 활용 등 많은 제도적·법률적 환경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본란에서는 한의신문의 영문명인 AKOMNEWS(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 News) 알파벳에 맞춰 2024년 한의계 8대 키워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Advances in Digital Healthcare
한의학과 디지털기술 융합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2023년 2월, 불면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가 국내 최초로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향후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질병 치료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사회환경 변화에 발맞춰 한의진료에서 적용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팀엘리시움에서 추나요법용 체형분석기 ‘아이밸런스’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밸런스는 환자의 추나요법 전·후 체형을 분석할 수 있도록 3D센서를 통해 입력받은 영상으로부터 환자 신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해 신체 불균형 및 거북목 진행 정도와 같은 체형 분석 결과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해당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환자의 자세와 상태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계 최초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부처 공동 지원을 받는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사업’도 본궤도에 올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현대의료 이슈를 해결하고, 미래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의 기술 기반의 디지털 등 첨단 과학기술·지식 등을 융합하는 연구과제로, 440억원이 투입된다.
#Knowledge Enhancement through AI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연구 활용
챗GPT가 쏘아 올린 대화형 인공지능(AI)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챗GPT는 출시 3개월 만에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고, 로스쿨 시험에 이어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과정까지 합격했다. 이러한 챗GPT의 열풍은 한의계에서도 불고 있다.
최근 김창업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GPT-4가 한의학 데이터에 대한 특별한 훈련 없이 한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57.29%의 정답률을 기록해 간발의 차로 합격하지 못했던 반면, 같은 문항에 대해 반복적으로 답변을 얻은 뒤 답변 중 가장 빈도가 높게 등장한 답을 최종 답으로 선택하는 ‘자기일관성 기법(Self-consistency)’을 사용해 66.18%의 정답률로 합격 수준을 달성했다.
챗GPT와 더불어 한의학 진단 및 치료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한정애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관련 계획과 대책에 대해 질의하는 등 ‘한의약 빅데이터’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한의약진흥원과 공동으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지속하며 한의약 표준 EMR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의약 표준 EMR이 개발되면 한의약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보, 한의 의료서비스의 표준화와 진료정보 교류를 통한 진료비 절감 효과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Optimized Personalized Treatments
개인 맞춤형 치료
미래의학을 흔히 ‘4P메디신’이라고 한다. 4P는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ersonalized(맞춤) △Participatory(참여) 영어 단어들의 첫 글자 ‘P’를 모은 것으로, 즉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예방하며,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의 역할이 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의학은 ‘4P메디신’의 원칙을 한의난임치료에서 자연스럽게 통합했다. 한의학은 오래 전부터 개인의 체질과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치료하는 것을 기본으로, 심신치료에 중점을 두고 난소 기능 강화를 도와 건강한 출산을 돕고 있다.
실제 한의난임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경험한 지자체들은 자체 조례 제·개정을 통해 한의난임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오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한의난임치료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특히 2023년 한의혜민대상을 수상한 서영석 국회의원은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명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난임 극복 지원 사업에 한의난임치료비 지원을 포함하고,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한의난임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함으로써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Modern Ultrasound Usage
초음파 사용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뇌파계와 X-ray 방식 골밀도측정기에 이어 한의사의 코로나19 정보관리 시스템 사용 권한 제한에 관한 소송에서도 연달아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3월 광주광역시한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첫 ‘한의 근골격계 초음파 교육’을 시작해 11월 서울시한의사회 회원 대상 교육을 마지막으로 교육 일정을 마무리 했다. 전국에서 18회차 진행된 교육을 통해 총 1340명의 회원들이 이수했으며, 50여명의 실습강사를 양성하는 등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더해 한의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합법이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이후 일선 한의 임상가에 독감 및 코로나19 진단키트 활용 확산을 위해 포스터를 제작·배포하는 등 현대 진단기기 활용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불어 대한한의학회와 ‘한의 초음파 진단검사 및 초음파 활용행위의 행위 정의 및 상대가치점수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급여화 추진을 통해 국민들의 한의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미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 않는 혈액·소변 검사 등에 대해서도 급여화 적용을 위한 정부와의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