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원장(안양시 달려라한의원)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돌봄사업을 통해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방문진료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말을 맞아 애민정신으로 서울 영등포구 소재 쪽방촌에서 한의 방문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김기현 원장(안양시 달려라한의원)을 통해 의료소외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의료봉사에 열망이 있었으며, 참여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동기 한의사의 권유로 요셉의원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의사라는 사명감으로 의료봉사를 지속해 올 수 있었다.
2년여 간 요셉의원 내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해오던 어느 날 요셉의원 대표원장님과 담당 신부님께서 방문진료를 제안하셨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영등포구 소재 쪽방촌 200가구 방문을 통해 그분들의 진료 등을 시행하는데 한의과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요셉의원에서 의료봉사를 함께 해오던 한의과 원장님들이 흔쾌히 응했고, 저 또한 한의원이 지역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요셉나눔봉사단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Q. ‘요셉나눔봉사단’을 소개한다면?
요셉나눔봉사단은 요셉의원이 봉사를 위해 창설한 순수 의료인 단체다.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를 돕기 위한 취지로 지난 1987년 개원한 요셉나눔재단법인 부설 자선의료기관이다.
개원 초기부터 현재까지 정부 지원이나 지자체 후원 없이 민간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기관으로, 한의과 외에도 내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치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목이 있다.
한의과 단원들 또한 각자 다양한 위치에서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의사들이 모여 고정된 요일 및 시간에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한의원 진료를 마치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야간진료에 참여하신다.
더 많은 한의과 원장님들이 참여해 봉사 시간대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함께 방문진료에 참여한 간호사 선생님들 또한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는 분들이다
Q. 방문진료 대상자의 건강 상태는?
대부분 한의원에 찾아오는 일반 환자들처럼 목, 어깨, 허리, 무릎, 발목에 대한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으며, 수술 후 재활치료도 못 받고, 당뇨·고지혈증·고혈압 등 오랜 성인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매우 낙후된 주거 환경에서 의료적 도움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취약계층 환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Q. 주로 어떤 진료가 이뤄지는가?
침 치료와 추나 치료 위주로 진료하고 있다. 약침이나 그 외 다른 시술들은 제한적이지만 한의사가 가지고 있는 기본 술기만으로도 방문진료에서 강점을 보였다.
언제 어디서든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건 한의사만의 큰 장점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선 요셉의원 원장님과 대표신부님도 인정하고 계셨다.
그래서 방문진료에서 한의사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줬고, 가장 먼저 방문진료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미 지역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경험했던 터라 크게 어렵지 않게 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한의진료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이번에 한의 방문진료 후 꾸준히 침 치료를 받는 백내장 환자나 항암치료 후 한의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을 보면서 한의진료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침 치료·부항 치료·추나 치료를 비롯해 건강관리 상담까지 하는 동안에는 의료진과 대상자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대상자들은 방문 진료를 부담스러워하거나 낯설게 여기지 않고, 진료 후 나와서 배웅까지 해줄 정도로 반응이 좋았는데 진료가 집에서 진행되니 대상자들이 자신의 삶 이야기도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치료 후에는 꼭 잊지 않고 감사함을 전해 도리어 의료진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들이었다.
Q. 방문진료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한의사 방문진료는 환자들에게 너무나 좋은 제도다. 다만 개원가 입장에서는 시간을 들여 방문진료에 나설 동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원장님들이 방문진료를 위해 외부로 나간다는 것은 반대로 한의원 내원 환자 치료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예약 시간을 통해 방문진료를 실시한다 해도 경영에 큰 이익을 가져오기는 힘든 형태다. 때문에 방문진료 참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 수가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포괄수가제를 치료별 수가제로 적용되게 해야 참여를 권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의사들도 시범사업 등에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등 정부에게 한의진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한다면 국민은 물론 한의사들에게도 좋은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한의사의 방문진료에 대한 견해는?
한의사의 방문진료 참여는 한의사와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한의사에게는 한의진료로 건강보험 급여의 영역을 키워갈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일차의료기관으로서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또 환자들에게는 우수한 한의진료와 건강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진료 과정에 있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는 방문 진료 시스템도 스마트화해야 한다.
현대 진단기기 휴대의 활성화를 비롯해 한의진료와 재활운동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 응급상황 대응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곧 새해인데 앞으로 더 많은 한의사들이 요셉의원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지역 범위를 넓혀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에게 빛과 소금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