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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건선과 헤어질 결심···간담(肝膽)이 서늘해야”

“건선과 헤어질 결심···간담(肝膽)이 서늘해야”

“웅담과 우황으로 건선 극복···면역조절 통한 청열해독 작용”
김민서 동서비교한의학회 이사 “부담(負擔)을 간담(肝膽)으로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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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동서비교한의학회 학술이사(부산 동래정한방병원 진료과장)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기대했던 것도 잠시. 춥고 건조한 한파를 피해 따뜻한 히터로 몸을 녹이고 나면 피부가 마치 가뭄 든 땅처럼 갈라지고, 가려운 느낌이 올라온다.

 

김민서 동서비교한의학회 학술이사에 따르면 건선(乾癬·Psoriasis)은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있고, 경계가 뚜렷한 다양한 크기의 붉은색의 구진이나 판을 이루는 발진이 전신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병이자 비전염성 만성 자가면역 피부질환으로, 한번 발생시 수십년간 지속될 수도 있는 장기질환인 만큼 호전 이후에도 재발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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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자가면역·전신 질환

 

김민서 이사는 만성 자가면역 피부질환에 대해 “면역의 균형을 조절하는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면역이 과잉된 것”이라면서 “피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T세포 중 일부가 균형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과분비되는 면역물질로 인해 피부 각질세포가 과다하게 자극, 피부 표피층이나 진피층에 염증이 반복·축적돼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특히 건선이 건선성 관절염이나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및 우울증 등과 같은 다양한 2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피부 단독의 문제가 아닌 전신성 질환으로 봐야 하며, 피부 증상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예후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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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간담(肝膽)이 서늘할 필요’ 있다”

 

건선의 학명은 ‘Psoriasis’로, 가려움을 뜻하는 그리스 어원 ‘Psora’에서 유래됐듯이 건선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가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데 흔히 두드러기에 의한 가려움이 히스타민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건선의 가려움은 비(非) 히스타민성 가려움이기에 항히스타민제는 증상 개선에 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건선의 발병으로 시달린 이는 다름 아닌 김 이사 자신으로, 그는 항상 목덜미에 가운 옷깃이 스칠 때마다 극심한 가려움을 느꼈으며, 진물이나 핏자국이 묻어있지는 않나 살펴야 했다. 특히 가려움으로 인해 종일 신경이 곤두서고, 산만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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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어느 날 맥(脈)을 봤는데 그동안 내원 환자들에게 숱하게 이야기했던 울체(鬱滯)된 상태의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마치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겨둔 듯 극도로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 이르렀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김 이사는 “인간 생리활동의 3대 축은 물질대사·정지 활동·생식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몸의 안팎에서 오는 정보의 처리가 원활해 뇌가 안정돼야 하고, 적절한 영양이 들어와 몸의 대사가 부드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체로 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맑고 투명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마음과 뇌가 혹사돼 에너지 흐름이 정체되거나 항진돼 소통(疎泄)에 문제가 생기고, 불규칙·부적절한 식사는 몸에 염증을 축적하게 되는데 이때 수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인체는 대사량을 높여 지방을 연소해야 하는지 비축해 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밤새 교란을 일으키다 피로감을 누적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한의학에서 이 정교한 균형의 역할을 △간(肝者將軍之官 謀慮出焉) △담(膽者中正之官 決斷出焉)이 주관하는 것으로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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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는 “현대인의 삶과 인체의 생리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간담(肝膽)이 서늘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습열(濕熱)과 열독(熱毒)으로 표현된 염증과 불안정한 균형상태를 치료한다는 것은 곧 청열해독(淸熱解毒)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는데 이 개념은 디톡스(Detox)와는 차별화된 한의학의 해독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긴 시간 관해(Remission)와 악화를 반복하며 건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구를 기울여 오던 중 연구 목표를 염증 완화만이 아닌 뇌의 안정화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나서야 건선 완화에 대한 실마리를 풀게 됐다. 그 답보 상태를 해결해 준 약재는 웅담(熊膽)과 우황(牛黃)이었다.

 

웅담과 우황은 고유의 쓴 맛이 가지는 기미(氣味)론적 특징이 항진된 대사를 부드럽게 안정시켜 염증 치료에 도움을 줬으며, 성질이 찬(寒) 특징은 소염 즉 병리적 화염(火炎) 상태를 해결하는 효능을 갖고 있었다.

 

김 이사는 “웅담과 우황은 기울어버린 면역 시소의 영점을 조절하는데 요긴한 보물과 같은 약재였다”면서 “약 성질의 차고 따뜻한 작용에 따라 보약(補藥)과 사약(瀉藥)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는 ‘도울 보(補)’자를 쓰는 보약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 준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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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제형의 변화’···한의학을 확신의 길로 안내

 

한약으로서의 웅담과 우황은 공급도 쉽지 않으며, 고가의 약재라 상용화되는 데에 한계가 많고, 특히 그대로 경구 투여시 생체 이용률이 떨어져 명약의 가치가 크게 줄어든다. 

 

이에 최근 동서비교한의학회(회장 김용수)의 우황, 웅담 및 사향의 수용화 기술 및 유효성분 증폭 기술의 개발은 임상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약을 제형의 변화로 대중화해 자가면역질환, 만성염증, 뇌신경 재생 등에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김 이사는 “한약의 법제(法製)와 수치(修治) 과정은 약재의 효능을 증대시키고 부작용은 줄이는데, 이러한 개념에 입각해 현대 약물 전달시스템을 활용해 한약의 제형을 변화시킨다면 한약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면서 “한약은 숨은 비기(祕技)가 많은 만큼 환자에게 효능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것 또한 한의사의 과제로, 일정 유효성분과 재현 가능한 결과는 어디에서도 공통된 기호로서 한약을 논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짐을 지고 살아가며, 삶의 무게이든 병의 무게이든 그 무게가 다를 뿐”이라며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보다 이 짐을 앞으로 어떻게 가볍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내일의 나에게 더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아울러 “부담(負擔)을 간담(肝膽)으로 내려 놓아보자. 간담이 서늘하면 결단과 용기라는 힘이 생긴다”며 “새해에는 용맹한 곰과 황소의 우직한 걸음으로 건강하고, 대담한 새해를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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