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흔들리고 있던 국민마음건강을 국가가 챙기도록 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새해에 구성될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정신질환의 사전 예방부터 조기치료 및 회복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이다.
정신건강한의학은 한·양의 이원화 보건의료제도를 취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정신건강정책에 맞춰 국민의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안녕과 행복한 삶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적극 기여하고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건강한의학에서는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질환들에 대해 칠정(노·희·사·비·우·공·경)스트레스를 병인으로 보고 있으며, 내인이든 외인이든 개인별 생활환경 조건에 따라 ‘몸과 마음’에 이상변이가 일어나면 ‘인간 개체’는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노출되고 이어 근골격계, 순환계, 신경계, 오장의 활동 등 전반에 걸쳐 신체적 병증도 함께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치료 위주로 집중해왔던 ‘정신건강관리체계’를 사회안보 차원에서 국가가 예방에서부터 조기발견->치료->일상회복까지 확대함에 따라, 정신건강한의학 역시 정신장애환자들에 대해 동의생리학리로 분석하여 치료·관리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미 정신건강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형신(形神)의 생명력에 오운론(五運論)의 혼(발생력), 신(추진력), 의(통합력), 백(억제력), 지(침정력)를 기초로 하여 개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생활환경 현상을 분석하여 연구해 왔다.
정부가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만큼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정신건강한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의학 정신건강정책과 산·학·연·병 간 연계 및 연구개발 전략을 세밀히 세워 적극 참여, 협력토록 해야 한다.
한의학은 생명현상을 주체로 자기대사의 생명력을 이끌어 내는 전일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고 서의학은 물질현상을 주체로 나열식 해부학적인데 근거를 두고 있어, 정신건강한의학의 임상효용성 확대는 무너지고 있는 정신건강문제에 의과학으로써 국민의 행복한 삶과 사회안보 향상에도 새로운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임상사례
40대 후반의 부인이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원했다.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수 년 간 향정신약을 복용해 왔는데도 불면증,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과 두통은 여전하다”며 “우선 잠만이라도 잘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망문문절 진찰해보니 면적설무태홍 맥활삽긴하초맥무력(脈滑澁緊下焦脈無力)하였다.
한의사: 전부터 힘들거나 놀란 일이 있었나요?
환자: (힘없는 목소리로)뜨거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평소에도 힘들고 피곤했어요. 그런 와중에 지난 해 친정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는데 현관문을 나서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바로 돌아가셨어요. 그때부터 가슴이 더 두근거리고 안절부절 불안해졌어요.
한의사: 저런, 어째 그런 일이...
환자: 돌아가시기 얼마 전만 해도 칠순을 가족들과 함께 하며 무척 좋아하셨는데, 다들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었어요.
한의사: 상심이 크시겠어요.
환자: 딸 하나라 남동생들보다 저를 무척 예뻐하셨어요. 친정집에 내려가면 아직도 엄마가 계셔서 반겨주실 것만 같아요.
한의사: 무척 많은 사랑을 받으셨군요.
환자: 네. 부모님 모두 저에게는 특히 잘 해주셨어요.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요. 아버지도 엄마처럼 뭔 일이 생기실까봐서요.
한의사: 홀로 계신 아버님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환자: 남동생들이 주변에 살고는 있지만 맞벌이들을 하다 보니,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야 비로소 돌봐드릴 수 있어요. 아버지가 제대로 식사나 하시는지 너무 염려가 돼요.
한의사: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에 가족 모두 황망한데, 함께 지내셨던 아버님은 오죽하시겠어요.
환자: (눈물 글썽이며)두 분은 금슬도 아주 좋으셨어요. 제가 어머니를 더 잘 챙겨드렸어야 했는데...지금도 아버지께 따듯한 밥 한 끼라도 손수 지어드리고 싶지만 몸이 이렇게 아프니...자꾸 안 좋은 생각만 떠올라 잠도 못 자겠고, 또 잠깐 잠들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하는 꿈들만 꾸니까, 깨고 나서도 정신이 멍하고 너무 피곤해요.
한의사: 평소에도 많은 사랑을 주신 부모님을 잘 돌봐드렸나 봐요.
환자: 제 딴에 한다고는 했는데, 제가 잘 못 돌봐드려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신 같아 이젠 더욱 더 잘 해야 할 것 같고, 늘 불안해요.
한의사: 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환자: 자주 전화드리고, 시간 나는대로 틈틈이 친정에 가서 뵙고 했어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대단한 슈퍼우먼이시네요. 직장생활에 남편과 아이들 챙기면서도 양가 부모님들께 효도를 다하셨고요.
환자: (계면쩍게 웃으며)지금도 남편은 ‘진심으로 고맙다’고 해요.
한의사: 살다보면 별별일 들이 일어나는데, 심한 상처에도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으면 새살이 돋고 회복되듯이 불가항력적인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나을 수 있어요.
환자: 선생님과 상담하니 정말 마음도 안정되고 몸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혼·신·의·백·지의 역학적 평형’은 마음건강의 바로미터
복약 석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면서부터는 잠도 푹 잘 수 있게 되어 요즘엔 아버지께 즐겁게 자주 연락드린다”라며 “모두 선생님 치료덕분”이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친정어머니와 갑작스런 사별’의 충격을 받았던 환자는 ‘보다 더 잘 챙겨드리지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자책으로 오종기능에서 발생기능(혼)의 정지변동이 노(怒)로 편항(偏亢)되어 ‘우울증’을 겪어 왔으나, 필자는 환자 마음속의 ‘가족 사랑’으로 ‘혼신’을 상생시켜 자발적 자기대사력 회복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경계정충, 불면증, 불안증’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심신과로, 간기울결’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하여 이를 오신의 발생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신의료기법인 감정자유기법(EFT요법), 지언고론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사물안신탕으로 침구·방제했다.
이러한 한의학적 관의 이론적 배경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한의약 새로운 의료기술들로 만들어 나간다면 정신건강한의학은 정신건강정책 국가어젠다시대를 주도할 선도학문으로 우뚝 서는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