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원장 (대전 동구 원한의원)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대전광역시에서는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에 내원하기 어려운 대상자를 위해 통합돌봄 사업 내 한의 방문진료 사업을 구축, 활발히 시행 중이다. 대전 동구의 조원 원장(원한의원)은 지난해부터 한의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해 지역사회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조원 원장으로부터 돌봄 사업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방문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방문진료 시범사업 초기에는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다.
보행이 가능한 어르신들은 내원할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집안에만 있기때문에 한의원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단골 환자가 척추협착증으로 잘 걷지 못하게 되면서 따님과 함께 오랜만에 내원했다. 환자의 집과 한의원은 거리도 가깝지 않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따님이 늘 모시고 오는 것도 불가능해 방문진료를 권했다.
이를 계기로 내원 환자들 중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생기면 방문진료를 권하면서 대상자들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방문진료는 대전시와 동구가 지역돌봄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전국적인 통합돌봄 사업의 추진에 대전시와 동구가 모두 선제적·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을 약속했으며, 지자체에서도 적지 않은 예산 배정과 함께 환자 발굴에 적극 나서줬다.
이때 대전시한의사회가 참여하면서 큰 도움을 줬고, 특히 이원구 수석부회장이 지자체와 동구 방문진료팀의 연결고리를 맡아줬다. 이에 더해 방문진료팀에 참여하는 원장님들도 주민센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등 환자 발굴에 노력했다.
대전시 동구의 경우 약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5명 정도의 한의사가 방문진료팀에서 활동 중인데 통합돌봄 시범사업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제가 담당하는 환자의 경우 지자체 환자가 70% 정도이며, 나머지 30%는 한의원에서 자체적으로 방문진료를 권한 환자들이다.
Q. 대상자는 주로 어떤 분들인가?
대부분 장기요양 4등급 이상을 받은 환자들로, 거동이 어려워 집에 주로 머물고 있으며, 늘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이다.
가장 많은 질환은 척추협착증이다. 이는 척추의 퇴행성 관절염으로 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돼 걷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분들에 대해 한의진료와 재활교육을 시행하면 상태가 많이 호전되기도 하고, 크게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거노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이는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부부 중 한 명만 생존하거나 자녀들도 다른 지역에서 독립 가구를 이루다 보니 더욱 그렇다. 대부분 거동이 힘들기 때문에 주거환경은 아주 열악한 경우가 많고, 빌라 등 다가구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분들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집안일, 인지교육, 병원 방문 등이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다.
Q. 주로 어떤 진료를 실시하는지?
방문진료는 포괄수가제로, 방문해서 행하는 진료행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지 않는다. 제 경우에는 통증이 심한 환자들에게는 침 치료 외에도 약침 치료를 많이 시행하는데, 보통 1회 시술 시 2~3일 정도 편하게 지내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재활 및 예방 교육을 통해 질병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있으며, 호흡기계 질환과 소화기계 질환에 비보험 과립제나 한약제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방문 시 기본적인 활력징후를 체크하고, 수양명경 경락기능검사기나 혈당검사기 등의 간단한 진단기기도 활용하고 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선 한의학의 시진, 문진, 맥진이 가장 효과적인데 맥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시진과 문진을 통해 ‘관형찰색(觀形察色)’하면 환자 상태의 변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Q. 방문진료가 대상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방문진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기도 하고, 잘 몰랐던 질병 양태를 제대로 알게 돼 병이 악화되기 전 치료를 하거나 진료의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과자, 음료수 등을 주면서 어떻게든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려고 한다.
특히 95세 어르신의 마지막 방문일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바닥에 닿는 쪽의 신체 부위에 부종이 생겼으며, 이후에도 병세가 여전해 병원 외래진료를 권유했다. 이후 쌕쌕거리는 호흡이 있는 상태에서 맥도 잘 잡히지 않고, 부정맥도 심해졌다. 요양보호사와 보호자를 불러 혹시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면 바로 응급차를 불러야 한다고 일러뒀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며칠 후 부고를 받았다. 이후 보호자가 그동안 감사했다면서 덕분에 고생을 덜하시고, 편히 가셨다고 말해줬다. 의료인이 찾아가지 않았다면 독거 어르신의 임종이 임박했음을 알 수도 없었을 것이다.
Q. 방문진료에서 한의의료의 강점은?
한의약은 환자를 부분적으로 보지 않고, 전인적·통합적으로 살피는 의학이다. 장기요양 환자에게 필요한 부분은 치료보다는 관리라고 생각한다. 꾸준한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더 큰 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간단한 왕진가방 하나만으로도 한의원 진료실이 이동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저의 경우 한의원 외래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의 90% 정도가 재택에서 가능했으며, 다양한 한의진료가 재택에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Q. 방문진료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개선점이 있다면?
현재 방문진료는 건강보험에 포함돼 있어 건강보험 환자에게는 30%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반면에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은 장기요양보험에 속해 있어 15%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방문진료의 가장 큰 장벽은 본인부담금이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되려면 30%(약 3만원)의 본인부담금을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금 비율처럼 15%로 낮춰 환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인들의 많은 참여를 위해선 원거리 이동에 따른 교통비, 간호사(조무사) 동반 수가, 재료비 산정 등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