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이틀간 제20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가 개최된 가운데, 17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 517호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전통의약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 부작용 없는 코로나19 전통의약 치료…회복도 빠르다
이날 신 타카야마 일본 센다이 도호쿠대학 의학대학원 통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급성기 및 후유증 증상에 대한 캄포(Kampo)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일본은 일본동양의학회(JSOM)에서 코로나19 급성기에 대한 관찰 연구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JSOM의 연구는 96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이 중 528명은 전통 및 캄포치료(캄포군), 434명은 양방 치료(비캄포군)를 받았다.
신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스테로이드 투여를 받지 않고 발병 4일 이내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캄포군이 비캄포군에 비해 질병 악화 위험성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161명(캄포군 81명, 대조군 8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급성기에 대한 관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증상완화에 대한 Kaplan-Meier 추정치는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발열 완화 누적 발생률은 캄포군이 대조군보다 회복이 유의하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약물 관련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황이차오 대만 위생복지부 중약국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NRICM101의 정책, 규제, 건강보험’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황 국장은 이날 대만에서 개발한 코로나19 한약 치료제 NRICM101에 대해 소개했다. NRICM101은 항바이러스 및 염증 검출에서 SARS-CoV-2의 발병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인 치료제다.
황 국장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때 대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데는 NRICM101와 같은 한약 치료제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국장은 “180만명의 대만 국민들이 NRICM101을 처방받았다”면서 “이러한 대만의 우수한 방역 결과와 NRICM101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고, 대만의 중의약 수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황 국장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6개월간의 NRICM101 수출액은 1억 대만달러(약 41억6100만원)를 돌파했다.
◇ 대만 정부가 지원해 만들어진 코로나19 한약 치료제
이어진 발표에서 수이창 대만중의학연구소 소장은 ‘NRICM101의 팬데믹 대응 경험을 통해 본 전통의약 신약 R&D 전략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 한약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목표로 했던 건 바이러스를 빠르게 음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경감시키는 것이었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NRICM101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 소장은 “이러한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만 중의약계에서는 WHO의 기준을 충족시켰다”면서 “한 그룹은 NRICM101를 투여하고, 다른 한 그룹은 NRICM101을 투여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했는데 NRICM101을 투여한 그룹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NRICM101를 만든 이후 보다 중증환자들을 위한 코로나 한약 치료제 NRICM102 개발에도 성공했다.
대만에는 NRICM101과 NRICM102 처방에 대한 임상지침도 있다. 수 소장은 “대만에서는 환자의 증상 단계별로 환자에 처방해야 할 코로나19 한약 치료제를 구분해 놓았다”면서 “NRICM101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의 환자, NRICM102는 중증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NRICM101과 NRICM102는 기존 코로나19 치료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수 소장은 “대만 정부에서는 중의약계를 충분히 지원해 주고 있고,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NRICM101, NRICM102을 허용해 주면서 한약 치료제를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수 소장은 “성공적인 전통의약 연구개발 모델을 위해서는 전통의약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임상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정확히 규명해 내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당시 대만 사망률 0.17%…전통의약이 역할
천차오정 대만 중화민국중의사공회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중화민국중의사공회(NUCMDA)의 역할’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과정 중 NUCMDA가 어떻게 대만 국민의 건강증진에 나섰는지 소개했다.
천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코로나19는 7억5000여명이 확진됐고, 사망률은 0.9% 정도 된다”면서 “하지만 대만은 확진자 수는 약 1000만명이었지만 사망률은 0.17%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천 이사에 따르면 NUCMDA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부터 정부가 주최하는 여러 컨퍼런스에 참여해 코로나19에 중의약이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중의약 가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의약이 양방과 협력하면 효과가 크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NRICM101이 개발된 이후에는 이러한 NUCMDA의 노력이 뒷받침돼 대만 정부가 약을 승인하게 됐다. 또한 2022년 1월17일부터는 대만 정부가 지원하는 약물로 지정됐고, 국민의료보험이 적용돼 국가지원을 받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만 국민들의 전통의약 인식도 개선됐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만 코로나19 환자 중 19%에 달하는 환자들이 전통의약 치료를 요청했고, 확진자의 17%가 NRICM101을 사용한 적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이날 발표에서는 정희재 경희대한방병원장이 코로나19 속 나타난 한의약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정 원장은 “한국 한의계는 이번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통해서 환자들을 비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고, 이를 통해 감염병 속에서 한의약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아직 감염병 상황에서 표준화된 한의약 치료 및 처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감염병 치료에 대한 한의약 표준화를 이뤄내고, 한의약 감염병 연구에 대한 제도를 개선해 한의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