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최근 ‘한의중국어강독’을 출간한 유준상 상지대 한의과대학 교수로부터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 및 한의대에서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앞으로의 책의 활용방안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한의중국어강독’을 출판하게 된 동기는?
“요즘은 구글번역기, chatGPT, 네이버번역기 등 다양한 번역기가 개발돼 중국어 문장이나 단어를 입력하면 바로 한글로 번역돼 나오는 시대다. 예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거의 모든 한의과대학에는 중국어강좌가 있었고, 특히 중국어강독이 들어 있었다. 당시에는 모든 한의학 서적들이 중국에서 출판된 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었기에, 중국어를 배워야만 그러한 내용을 소화해 교재에 담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어떤 책은 표를 그대로 중국어로 실어 놓은 책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한의과대학 교과과정을 보면 전국 12개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 1개 포함) 중 약 7개 정도 대학에서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막상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한 중국어강독 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1999년 ‘한의학중국어강독’이라는 책이 출판됐다가 이미 절판이 된 책을 복사해 제본해서 공부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는 당장 이 책을 집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한의대에서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한의과대학 교재는 이미 중의학 내용,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내용 그리고 최근의 중국 등 해외논문을 인용한 내용 등이 섞여 있다. 이 책 머리말에서 강조하고 있듯 한의학의 경쟁자는 수많은 중의사들이 아닐까 생각되고, 경우에 따라 발전된 부분을 배워오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 가령 암이나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을 변증논치로 치료하는 내용을 참고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경우 중국논문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중국어를 안다는 것은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의 기본구조를 알고, 몇 개 모르는 단어만 찾아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인가? 한의예과에서 배우는 ‘한의중국어강독’은 바로 기본적 문장구조, 한의학적 명사들을 배워서 간단한 문장부터 좀 더 심화된 문장을 번역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한 간체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Q. 이 책의 구성 및 특징이 있다면?
“한의예과에서 한의학개론을 공부하면 기본적으로 음양, 오행, 오장, 육부, 담음, 어혈, 경락, 기혈 등에 대한 용어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는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본문, 단어들, 관련된 황제내경이나 의고문, 최신 기사들로 묶었고, 더불어 문장을 잘 이해했는지 물어보는 질문과 해답, 본문 해석, 간체자 따라쓰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 핵심 본문을 치미병부터 담음치병까지 뽑아서 대체로 한 학기 분량의 16과로 만들고, 거기에 살을 붙여 만들었다.
또한 중국학과 정연실 교수, 원어민인 밍양양 교수와 협력해 번역과 한어병음입력, 본문과 단어 음성 녹음 등도 함께 완성했다. QR코드로 들어가면 본문과 단어의 음성파일을 받을 수 있어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간체자 따라쓰기에서는 각 과별로 대략 10글자를 추출했고, 그 간체자의 본래 한자를 밝혀주고 그 한자를 어떤 방식으로 간체자를 만들었는지, 그 한자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밝히는 한편 자주 사용되는 한의학 내용의 간체자 예시 단어를 실었다.”
Q.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사실은 32과로 만들 생각이었다. 16과는 문장 2∼5개로 구성된 본문으로 만들고, 이후 17∼32과는 중문이나 장문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한의예과에 처음 들어와 중국어를 접한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우선 16과로 완성시키고, 이후 17∼32과는 나중에 여력이 되면 한의중국어강독(심화편)을 만들기로 했다. 또 출판사를 알아보기 위해서 적어도 10곳 이상 전화를 했고, 그 중에서 학고방 출판사에서 출판키로 결정돼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후 학고방의 자회사인 ‘인터북스’에서 출판하게 됐다.
또한 밍 교수가 녹음해 음성파일을 제공키로 했는데, 이를 위해 녹음실을 부탁했지만 EBS에서는 어렵다고 했고, 결국 원주MBC에 부탁해 잠깐 녹음을 하고 이것을 음성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밍 교수가 직접 본문, 단어1, 단어2, 단어3, 단어4, 단어5와 같이 만들어 총 16과를 완성했다. 본래 의도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까지는 못해 결국 웹하드에 일괄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게 했다.”
Q. 이 책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기를 바라는지?
“한의예과 학생들이 한의학개론을 공부하고, 중국어에 대해서 1학기 정도의 강의를 받은 뒤 이 교재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한의과대학에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거나 선택으로 일반 중국어를 배우는 경우, 혹은 독학으로 중국어를 배우는 경우에도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찾아보면 많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EBS의 수능 중국어완성 같은 강좌를 찾아보고 공부를 시작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의학과 중의학을 아울러서 같이 학술대회를 하는 한·중학술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중국이나 대만에 방학 때 학생들을 파견하여 견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키도 한다. 또한 교수들이 상호 방문해 연수를 하기도 한다. 한의예과에 재학할 때 중국어, 일본어, 영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를 공부해 두는 것은 한의학의 넓고 깊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이번에 한의과대학에서 중국어 혹은 중국어강독을 강의하고 있는 과목 및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을 조사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중문학과에서 담당하지만, 대부분은 한의과대학 교수들이 강의를 담당하고 있었다. 또한 처음 생각에는 12개 한의과대학에 모두 중국어 혹은 중국어강독 과목이 개설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과 달리 선택 혹은 아예 강의 개설이 안된 곳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리슨이나 세실을 보기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최근에 쏟아지는 중의학책들을 참고하고 우리의 한의학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최근 젊은 한의사들(특히 공보의)을 중심으로 중의학 원서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블로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들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미리 구해서 한발짝 도약하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 뒤에 오는 사람들이 실력이 뛰어나서 두려워할 만하다라는 의미다. 끝으로 상지대 한의과대학에서 ‘중국어강독’을 담당하던 정지훈 교수가 현재 병석에 있는데 쾌차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